멀리 엄청 높고 큰게 보입니다. 그걸 보며 ‘와, 저기에 도달한다면 엄청 성취감이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길이 쉽지 않습니다. 눈앞에 단기적인 문제점, 목표들이 우후죽순처럼 계속 던져집니다. 결국 큰 방향은 머릿속에 대강 잊지 않을 정도로만 집어넣고 눈 앞에 놓인 문제점들만 하나하나씩 해결해나가게 됩니다. 징검다리를 건너듯, 한 문제를 해결해 다음 문제로 넘어가고 그것마저 해결하면 또 다음 문제로, 이걸 계속 반복하는거죠.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어어 하다가 갑자기 원래 생각하고 있던 목표지점에 도달해버립니다.
그런데 정작 성취감은 하나도 안 들어요. 그냥 얼떨떨한 당혹감만 들죠. 내가 어쩌다 여기 온 거지? 정말로 여기에 도착한게 맞나? 방금전까지만해도 난 그냥 내 눈 앞에 놓여진걸 약간 고치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확 하고 보상지점으로 순간이동해버린거죠. 나쁜 기분은 아닌데, 뭔가 허무하다고 해야할까요.
소설에 비유해서 말해보자면, 소설의 마지막 마침표를 넣고나면 아주 따뜻하고 흐뭇한 성취감이 느껴질거라 생각했지만, 다 쓴 소설을 보내고나자 편집자가 ‘이거이거 수정해주세요’라 요청하고, 요청대로 수정해 또 보내니 ‘이거이거 다시 수정해주세요’라 하고, 그걸 몇차례 반복하다가 마침내 도착한 ‘아 이제 다 됬네요. 이대로 출판하면 될 것 같아요.’라는 메시지를 얼떨떨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기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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