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추성훈 선수와 시합을 하고 있는 멜빈 마누프. (방송화면 캡쳐) |
‘타격 맹수’ 멜빈 마누프(40·네덜란드)는 색깔이 아주 강렬한 개성이 있다.
전적만 놓고 봤을 때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상황에 따라 누구든 이길 수 있는(?) 도깨비 성향이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압도적 사이즈 열세에도 현 UFC 헤비급 강자 중 하나인 마크 헌트(42,뉴질랜드)를 단발에 넉 아웃시킨 것을 비롯해 타격 하나로 UFC 웰터급 챔피언에 오른 로비 라울러(34,미국)조차 스탠딩에서 위기일발로 밀어 넣기도 했다.
타격본능이 꿈틀거리던 한창 때 추성훈(41,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조차 마누프를 맞아서는 감히 타격 대결을 펼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테이크다운만 노렸을 정도다.
173cm의 단신임에도 터질듯 한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타격이 인상적인 마누프는 공격적인 인파이터다. 흑인 특유의 탄력과 빠른 핸드스피드를 앞세워 삽시간에 거리를 좁히며 무섭게 쏟아지는 강력한 돌주먹은 공포의 대상이다.
연타에도 능해 일단 꽂히면 거구의 헤비급 선수들도 맥없이 쓰러지기 일쑤다. 패턴이나 콤비네이션 자체는 그다지 생소하거나 정교하다고 할 수 없지만 워낙 주먹이 빠르고 강력해 빠르게 치고 들어가 펀치를 가하면 가드하기 바쁘다. 체급 불문하고 난타전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마누프가 달려들면 훨씬 덩치 큰 선수들도 뒷걸음친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미니 타이슨’이라고 불릴 정도다.
마누프는 단신의 타격가면서도 입식과 종합을 오가며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K-1 헤비급 강자들인 루슬란 카라에프(33,러시아)와 폴 슬로윈스키(36,호주)를 정면에서 화력 승부로 박살냈다. 종합 무대에서는 미사키 카즈오(40,일본), 마크 헌트 등을 침몰시킨바 있다. 체급과 파이팅 스타일을 떠나 걸리면(?) 모두 쓰러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누프는 약점이 많은 파이터다. 입식에서는 적절한 체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지만 MMA는 대부분 체급을 맞춰서 뛰었음에도 기대만큼의 성적은 올리지 못했다. 놀라운 화력은 단신을 커버할 만큼 위력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하고 그라운드 등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게 그 이유였다. 맷집도 좋은 편이 아니었으며 경기운영도 늘지 않았다.
이러한 마누프의 성향은 전적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그는 종합무대에서 45번을 싸워 30승 1무 12패 2무효 경기를 펼쳤다. 그중에서 판정으로 승패가 갈린 경기는 단 한번이다. 30승 중 28번을 넉아웃으로 장식했으며 12패 중 1번의 판정패가 있다. 화끈하게 상대를 때려눕히던지 아님 자신이 얻어맞든가 서브미션으로 경기를 내줬다. 얼마나 극과 극으로 격렬한 스타일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 UFC 웰터급 챔피언 라울러는 누구든 정면 타격 대결을 피할 정도로 강력한 스트라이커다. 그런 라울러조차 스트라이크 포스 시절 마누프에게 타격전에서 엄청난 공포를 경험했다. 비록 카운터 펀치 한방으로 경기를 뒤집고 승리하기는 했으나 이전까지 시종일관 뒷걸음치고 밀리며 라울러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당시 경기에서 마누프는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라울러를 압박해갔다. 라울러는 제대로 손발도 뻗지 못한 채 백스탭을 밟기에 바빴고 자신감을 충전한 마누프는 계속해서 공격을 감행했다. 펀치와 함께 나가는 빠르고 매서운 로우킥에 라울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맸다. 마누프가 당시 경기에서 조금만 더 냉정하고 노련하게 경기운영을 했다면 라울러에게 처참한 기억을 안겨줬을 것이라고 회자한다. 자라다만 맹수 마누프의 아쉬운 추억이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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