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못할 칭찬은 춤추는 고래를 코피 터지게한다더니...
헤헤. 부끄럽지만, 부끄러운 짓 하나 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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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양아치의 다리가 오토바이에 깔린 채 비명을 질렀다. 빗물이 채 마르지 않은 도로에서 신나게 밟다가 미끄러졌나 보다.
고통에 전 신음과 살려달라는 말이 간절하게 입에서 나온다.
늦은 시간이었고 인적이 드문 도로였다. 꽤 떨어진 곳에서 한 남자가 교통사고 현장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입술주름은 올라간 입꼬리로 인해 팽팽해졌다. 이기준은 보조개가 폐인 볼을 습관적으로 긁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CCTV가 한대도 없다. 위로 올라간 고개가 그제야 내려갔다. 그는 고개를 짧게 두어 번 끄덕였다.
한구석에 몸을 숨긴 채 20분이 넘게 저 가련한 양아치를 보며 미소를 머금을 뿐이다.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애석하다.
“누구였더라?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불편한 거라고.”
어디서 들었던 말이지만 누가 말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 사람이 틀렸다. 가난은 불행이다.
할인마트가 곧 문 닫을 시간이다. 여기서 더 지체하면 비싼 편의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가난까진 아니지만 넉넉하지 않은 이기준으로서는 그건 꽤 곤란한 일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걸음을 돌리던 찰나, 머릿속에서 ‘설계’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다.
양아치에게로 급히 뛰어가며 속으로 되뇌었다.
‘어차피 돈 천 원도 안 되잖아. 기껏해야 동전 몇 푼이야. 찔찔 해지지 말자.’
무릎을 쭈그리고 양아치를 조심히 만졌다.
“괜찮으세요? 세상에! 아니 어쩌다가. 많이 아프시죠? 어떡해.”
“살려주세요. 구, 크윽.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양아치가 뜨거운 숨을 헐떡이며 말한다. 피와 땀으로 한가득한 얼굴은 고통으로 잔뜩 찌그러졌다.
이기준은 삐져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표정 좋네.’
대답 대신 급히 오토바이를 들어 올렸다가 잡은 손에 힘을 뺐다. ‘어어.’ 양아치의 두 눈이 뒤집혔다.
“앗! 죄송해요. 피가 묻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손이 미끄러워....... 져....... 서요. 기절했네.”
이 순간, 이기준은 호인이다. 달려올 때까지만 해도 뇌리에서 동전 소리가 짤그랑! 울렸다. 그런데 지금은 몇백 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동영상 아니,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 명장면이다.
단지 그럴 수 없는 게 아쉬울 뿐.
오토바이가 양아치의 부러진 다리 위로 떨어졌을 때 고통에 찬 표정. 짐승 같은 비명. 얼마나 아팠으면 몸 전체가 경련을 다 할까?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주체할 수 없는 희열로 심장이 고동친다.
아프겠지. 그럴 것이다. 입에서 게거품을 흘렀으니깐.
개운했다. 하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CCTV는 없지만 만일 하나 목격자가 있을지도 몰랐다.
조금 전 오토바이 핸들을 잡았을 때 ‘누가 봤으면?’ 무의식 저편에서 방어적인 생각이 튀어나왔다. 그렇다면 이대로 갈 순 없었다.
누가 봐도 그림이 이상하잖은가. 선의로 인한 실수가 아닌, 악의적 고의가 돼 버린다.
이기준은 짧게 한숨을 쉬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119죠. 여기 사람이 오토바이에 깔렸는데요. 네네. 여기 주소가.......”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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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르고 나서 분명 내일 아침에 눈뜨자 이불 킥을 날리겠지만... 여긴 연재처가 아니니깐. 부담은 좀... 웅얼웅얼. 덜하니깐.
양아치 좀 읽다가 자야겠네용 ㅃ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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