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저글러가 불가능한 묘기를 부리는걸 보는 기분입니다.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왠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내기가 힘듭니다. 인간의 두뇌란게 참 오만하게 작동하는건지, 아님 저만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제가 해결방법을 당장에 생각해낼 수 없는 것들은 ‘해결불가능’이라는 빨간딱지가 머릿속에 달라붙는 기분입니다. 논리적으로 그럴리가 없다는걸 잘 이해하면서도, 그런 느낌이 드는걸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수학적 증명들은 차근차근 하나하나씩 쌓아올려갑니다. 그리고 보면서 어, 설마, 정말로 되는건가? 애이 설마. 라는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무사히 다 끝내어져있습니다. 그러고나면 항상 기묘한 경외심에 사로잡히는 것 같아요. 그 정교한 논리적 구조, 복잡한 문제의 핵심을 예리하게 꿰뚫어보고, 그 핵심부를 다루기 쉽게 적당히 가공해 도마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단 한번의 칼질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으며 아주 정교하고 예리하게, 모든 움직임을 하나하나 계산해가며 논리적 기계장치를 차근차근 만들어갑니다. 모든 가능성들을 미리 다 점검하고, 뚫릴만한 구멍은 모조리 다 막아놓고. 그리고 그 논리구조가 다 완성되고나면, 그 논리를 아무리 오랫동안 굴리더라도 기본전제를 무너트리지 않는 이상 무한히 계속 반복되며 이어집니다.
초등 정수론의 기본 정리에서 ‘1보다 큰 모든 자연수는 소수이거나 소수의 곱으로 표현 될 수 있다’를 증명하는걸 방금 보고나서 받은 감상입니다. 뭐 아직 수학의 입문자일 뿐이고 더 많은 것들이 여전히 저를 기다리고 있을텐데 너무 오만하게 말하진 않았나 우려가 듭니다.
우선 A(n) = (Em ∈ N)[2 <= m <= n -> m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이다]이라 정의하고 시작합니다. 여기서 E는 존재 기호(Existential quantifier)인데, 그 거꾸로 뒤집은 E 모양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걍 E라고 적었습니다. 종이에다가 끄적이고 스샷으로 찍어서 보내드릴 수도 있을텐데, 귀찮아서... 용어들을 아시는진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Em ∈ N)[ 2 <= m <= n] 은 걍 간단합니다. [] 안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자연수 m이(m ∈ N) 존재한다는거죠. 즉, 2보다 크거나 같으며 n보다 작거나 같은 자연수 m이 존재한다는거죠. ->는 함의(implication)인데, 그냥 A -> B일 경우, ’A가 참이면 B도 참이다‘라는 말을 기호로 나타낸거입니다. 다만 실제로 그걸 좀 살펴보면 함의의 참 거짓 구조가 재밌게 구성되어있긴한데, 지금 중요한건 아니니 넘기겠습니다.
n이 2일 경우 A(n)의 왼쪽 부등식을 만족시키는 m값은 2 밖에 없습니다. 2보다 크거나 같으며 2보다 작거나 같은 수는 2 밖에 없죠. 2는 소수입니다. A(n)의 뒷부분, 'm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다'라는 명제가 참인거죠. 그럼 A(n)은 참입니다. 일단 이걸 귀납법의 시작점으로 삼습니다.
그럼 이제 A(n+1)을 봅시다. A(n+1) = (Em ∈ N)[2 <= m <= n+1 -> m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이다]이죠. 여기서 m 값은 2가지 경우중 하나입니다.
1. m <= n. m이 n보다 작거나 같은 경우.
2. m = n+1. m이 n+1과 같은 경우.
1번 경우라면 A(n)과 연결됩니다. 1번 경우에서 m <= n 일 경우 모든 m값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된다는게 A(n)을 증명하며 함께 증명됬습니다. 그럼 끝나는거에요.
2번 경우라면 다시 2개의 새로운 경우들로 나뉩니다. n+1이 소수이거나, 소수가 아니거나, 이렇게 둘중 하나로요.
만약 n+1이 소수라면 그럼 다시 그것도 거기서 끝납니다. m = n+1인데 n+1가 소수면 m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는거죠.
만약 n+1이 소수가 아니라면, n+1은 소수가 아닌 자연수입니다. 소수는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질 수 있는 모든 양의 정수를 뜻합니다. n+1가 소수가 아닌 자연수라는건, 2개의 다른 자연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다는거죠. 이걸 (Ep, q ∈ N)[1 < p, q < n+1]이라 표현하겠습니다. 1보다 크고 n+1보다 작은 2개의 자연수 p와 q가 존재한다는거죠. 그리고 pq = n+1 입니다.
그런데, p와 q는 n+1보다 작습니다. 두개의 자연수를 곱해서 n+1를 얻었고 p와 q 모두 1보다 큰데, 둘중 하나가 n+1와 같거나 클 수는 없는 일이죠. 그럼 p와 q는 n보다 작거나 같습니다. (p, q <= n)이 되는거죠. 그럼 p와 q는 아까 A(n)에서 존재하는 m들중 하나가 됩니다. 그렇다면 p와 q는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는 숫자입니다. 그렇다면 n+1 역시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는 숫자가 되는거죠. 그럼 A(n+1)의 모든 m값들 역시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는 숫자가 됩니다. 그럼 이제 다시 이 A(n+1)를 가지고 A(n+2)를, 그리고 다시 A(n+3)를, 이 논리는 무한히 반복 될 수 있게 되고, 수학적 귀납법의 원칙에 따라 '모든 자연수 n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 증명됩니다.
이게 원래는 훨씬 더 간결한 설명이였는데, 제 능력이 부족해서 좀 복잡하게 꼬아 설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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