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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5.10.29 19:57
조회
911

마치 저글러가 불가능한 묘기를 부리는걸 보는 기분입니다.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왠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내기가 힘듭니다. 인간의 두뇌란게 참 오만하게 작동하는건지, 아님 저만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제가 해결방법을 당장에 생각해낼 수 없는 것들은 ‘해결불가능’이라는 빨간딱지가 머릿속에 달라붙는 기분입니다. 논리적으로 그럴리가 없다는걸 잘 이해하면서도, 그런 느낌이 드는걸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수학적 증명들은 차근차근 하나하나씩 쌓아올려갑니다. 그리고 보면서 어, 설마, 정말로 되는건가? 애이 설마. 라는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무사히 다 끝내어져있습니다. 그러고나면 항상 기묘한 경외심에 사로잡히는 것 같아요. 그 정교한 논리적 구조, 복잡한 문제의 핵심을 예리하게 꿰뚫어보고, 그 핵심부를 다루기 쉽게 적당히 가공해 도마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단 한번의 칼질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으며 아주 정교하고 예리하게, 모든 움직임을 하나하나 계산해가며 논리적 기계장치를 차근차근 만들어갑니다. 모든 가능성들을 미리 다 점검하고, 뚫릴만한 구멍은 모조리 다 막아놓고. 그리고 그 논리구조가 다 완성되고나면, 그 논리를 아무리 오랫동안 굴리더라도 기본전제를 무너트리지 않는 이상 무한히 계속 반복되며 이어집니다. 


초등 정수론의 기본 정리에서 ‘1보다 큰 모든 자연수는 소수이거나 소수의 곱으로 표현 될 수 있다’를 증명하는걸 방금 보고나서 받은 감상입니다. 뭐 아직 수학의 입문자일 뿐이고 더 많은 것들이 여전히 저를 기다리고 있을텐데 너무 오만하게 말하진 않았나 우려가 듭니다.



우선 A(n) = (Em ∈ N)[2 <= m <= n     ->    m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이다]이라 정의하고 시작합니다. 여기서 E는 존재 기호(Existential quantifier)인데, 그 거꾸로 뒤집은 E 모양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걍 E라고 적었습니다.  종이에다가 끄적이고 스샷으로 찍어서 보내드릴 수도 있을텐데, 귀찮아서... 용어들을 아시는진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Em ∈ N)[ 2 <= m <= n] 은 걍 간단합니다. [] 안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자연수 m이(m ∈ N) 존재한다는거죠. 즉, 2보다 크거나 같으며 n보다 작거나 같은 자연수 m이 존재한다는거죠. ->는 함의(implication)인데, 그냥 A -> B일 경우, ’A가 참이면 B도 참이다‘라는 말을 기호로 나타낸거입니다. 다만 실제로 그걸 좀 살펴보면 함의의 참 거짓 구조가 재밌게 구성되어있긴한데, 지금 중요한건 아니니 넘기겠습니다.


n이 2일 경우 A(n)의 왼쪽 부등식을 만족시키는 m값은 2 밖에 없습니다. 2보다 크거나 같으며 2보다 작거나 같은 수는 2 밖에 없죠. 2는 소수입니다. A(n)의 뒷부분, 'm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다'라는 명제가 참인거죠. 그럼 A(n)은 참입니다. 일단 이걸 귀납법의 시작점으로 삼습니다.


그럼 이제 A(n+1)을 봅시다. A(n+1) = (Em ∈ N)[2 <= m <= n+1     ->    m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이다]이죠. 여기서 m 값은 2가지 경우중 하나입니다.


1. m <= n. m이 n보다 작거나 같은 경우.

2. m = n+1. m이 n+1과 같은 경우.


1번 경우라면 A(n)과 연결됩니다. 1번 경우에서 m <= n 일 경우 모든 m값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된다는게 A(n)을 증명하며 함께 증명됬습니다. 그럼 끝나는거에요.


2번 경우라면 다시 2개의 새로운 경우들로 나뉩니다. n+1이 소수이거나, 소수가 아니거나, 이렇게 둘중 하나로요.


만약 n+1이 소수라면 그럼 다시 그것도 거기서 끝납니다. m = n+1인데 n+1가 소수면 m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는거죠.


만약 n+1이 소수가 아니라면, n+1은 소수가 아닌 자연수입니다. 소수는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질 수 있는 모든 양의 정수를 뜻합니다. n+1가 소수가 아닌 자연수라는건, 2개의 다른 자연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다는거죠. 이걸 (Ep, q ∈ N)[1 < p, q < n+1]이라 표현하겠습니다. 1보다 크고 n+1보다 작은 2개의 자연수 p와 q가 존재한다는거죠. 그리고 pq = n+1 입니다. 


그런데, p와 q는 n+1보다 작습니다. 두개의 자연수를 곱해서 n+1를 얻었고 p와 q 모두 1보다 큰데, 둘중 하나가 n+1와 같거나 클 수는 없는 일이죠. 그럼 p와 q는 n보다 작거나 같습니다. (p, q <= n)이 되는거죠. 그럼 p와 q는 아까 A(n)에서 존재하는 m들중 하나가 됩니다. 그렇다면 p와 q는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는 숫자입니다. 그렇다면 n+1 역시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는 숫자가 되는거죠. 그럼 A(n+1)의 모든 m값들 역시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는 숫자가 됩니다. 그럼 이제 다시 이 A(n+1)를 가지고 A(n+2)를, 그리고 다시 A(n+3)를, 이 논리는 무한히 반복 될 수 있게 되고, 수학적 귀납법의 원칙에 따라 '모든 자연수 n은 소수이거나 소수들간의 곱셈으로 표현 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 증명됩니다.



이게 원래는 훨씬 더 간결한 설명이였는데, 제 능력이 부족해서 좀 복잡하게 꼬아 설명한 것 같습니다.


Comment ' 12

  • 작성자
    Lv.54 닥터하이츠
    작성일
    15.10.29 20:10
    No. 1

    오죽하면 세상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습니까?
    가장 증명하기 어려운건 대 명제인데
    수리에 기반한 것들은 웬만하면 풀리게 돼있죠.
    그 덕분에 인간은 한단계씩 발전해 온 것이고요.

    숫자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모두 해결 한 후
    더이상 숫자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많아질 때
    인류는 오히려 한단계 도약할 기회를 얻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말은 증명할 수 없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오늘도요
    작성일
    15.10.29 20:48
    No. 2

    음...

    전제: (1) 소수는 2개의 약수( 1과 자기자신 )을 갖는다. 소수가 아닌 자연수는 3개 이상의 약수를 갖는다.
    (2) 약수의 개수가 무한대인 자연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증명\"
    (1) 1보다 큰 자연수가 소수가 아니라면 1과 자기자신을 제외한 약수를 하나 이상 가진다.
    (2) 그 약수가 소수가 아니라면 1과 자기자신을 제외한 약수를 하나 이상 가진다.
    (3) 무한 개의 약수를 가진 자연는 없으므로 약수의 약수를 반복적으로 구하다보면 필연적으로 1과 자신을 제외한 약수가 없는 수, 즉 소수가 나온다.
    (4) 따라서 모든 수는 소수이거나 소수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런식인가? 근데 말씀 듣다보면 이런식의 증명보다 훨씬 엄밀한 수식이 막 들어간 그런 증명일 거 같네요. 궁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5.10.29 22:46
    No. 3

    본문을 살짝 수정했습니다. 원래 댓글로 달았는데 이상하게 계속 끊기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5.10.29 23:01
    No. 4

    이 영상에선 저보다 더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추천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MbEtx2XtEg&feature=youtu.be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우리예쁜이
    작성일
    15.10.29 21:41
    No. 5

    ㅎㅎ 수학이 정말 대단하죠. 저는 수학을 배우면서 (나중에 필요해서~), 새로운 세계에 접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눈앞에 신천지가 열린다고나 할까. 쉽게 이해되지 않는 여러 증명들은 길을 가면서 생각하곤 했고요. 특히 집합론에서, 자연수를 집합으로 설명하는 것에 정말 감동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옛날 얘기라서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0은 공집합이고, 1은 0을 원소로 가진 집합... 그런 식이었던 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카이셀
    작성일
    15.10.29 23:59
    No. 6

    핵심부를 다루기 쉽게 적당히 가공해 도마위에 둡니다.
    표현이 가슴에 와닿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석박사
    작성일
    15.10.30 19:16
    No. 7

    "N에서 사실이면 N+1에서도 사실이다" + 기본 케이스 (명제에서 요구하는 영역의 첫 수)가 성립한다
    를 따르는 증명법은 귀납이 아니고 귀류 아닌가요? 수학적 증명에서 귀납법이 용인이 되나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우리예쁜이
    작성일
    15.10.30 20:36
    No. 8

    그 이름이 수학적 귀납법일걸요. 처음에 n=1일 때 증명하고,n=k에서 사실이라 가정한 후, n=k+1일 때 증명되면, 모든 자연수에 대해 성립한다 그런 거였던 듯. 귀납법이 용인되는 것은 abstract algebra에서 증명이 있었던 듯. 아, 수학이 그립네요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5.10.30 21:21
    No. 9

    귀류법은 한 명제가 참이라 전제한 다음 논리를 풀어나가고 그 이후에 모순적 결론을 얻어내 그 명제는 거짓이며 그 명제의 역이 참이라는걸 증명해내는걸로 기억합니다. 귀납법은 귀납적으로 N이 참이고 N+1도 참이면 모든 N에 대해 이 명제는 참이다, 라는 식으로 귀납적 논리전개를 하는거고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5.10.30 21:21
    No. 10

    그리고 수학적 증명에서 귀납법과 귀류법 둘 모두 용인됩니다. 아주 흔하게 사용되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5 석박사
    작성일
    15.10.30 22:27
    No. 11

    넵 제가 귀납법이랑 수학적 귀납법의 차이를 몰랐습니다.

    일반적인 과학에서의 귀납이란 명제를 가정하고 해당 명제가 사실이라는 것을 수많은 관측을 통하여 입증하는 것인데, 인과관계를 무시한채로 원인과 결과라는 추측을 내리므로 과학적/수학적인 증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귀납법은 올바른 증명이라고 인정받지 못하구요 (공학에서는 괜찮습니다.).
    수학적 귀납이라고 따로 부르네요. 귀납법이 뭔진 정확히 알고있으니 작성하신 부분은 귀납이 아니라 제가 들어봤으나 정확히 몰랐던 단어인 귀류라고 생각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5 석박사
    작성일
    15.10.30 22:28
    No. 12

    암튼 제대로 알지 못 하고 태클 걸어서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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