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51 한혈
작성
15.10.29 18:35
조회
913

타인에게 자기 글을 공개한다는 게 무슨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 한 달 동안 글을 올렸을 때 선작수 10 언저리였을 겁니다.
괜찮아. 흥행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잖아. 작품성이었다구.
지금 생각해보면 이 합리화는 틀림없이 자기위로의 방어기제였을 것 같습니다.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다가 리메이크하며 다시 올리기 시작했을 때 부쩍 독자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선작수 100, 추천수 500, 조회수 1만을 넘어가고 왠지 뿌듯한 느낌, 실패하지 않았다는 만족감.
여기서부터 일희일비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댓글 하나 없이 달리던 글에 과한 칭찬들이 붙는 반면, 댓글까지 달아주며 꾸준히 따라오시던 독자분이 떨어져나가고, 선작수가 잠깐 사이에 두 개가 빠져나가고......
사실상 이미 40만자를 넘어갔으니 시장의 결론은 이미 나온 셈. 처참한 기분.

또다른 방어기제가 작동합니다.
초반의 긴 호흡을 버텨주는 독자가 적어서 그래. 내 글은 책으로 출판되어야 인정받을 거야. 책을 사면 진중하게 읽어줄 테니까.

이쯤되면 이 합리화가 과연 자기위로의 방어기제일까 하는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걱정이 됩니다. 내가 날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합니다. 날 위해 글을 쓰면서 글을 위해 나를 기만한다?

예전에 글을 쓸 때에는 완결 시까지 타인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당연히 이런 번민의 과정을 겪어 볼 새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공개한 지금 당혹스런 지경에 몰립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자꾸만 천착하게 됩니다.

다른 분들도 이런 위기를 겪으며 지금의 자리에 계신 걸까요. 그분들도 끊임없는 합리화를 지나 자기기만에 이르렀을까요?


바람이 꽤 찹니다.


Comment ' 16

  • 작성자
    Personacon 가디록™
    작성일
    15.10.29 18:44
    No. 1

    어찌보면 현실도피였던 것 같습니다. 제 경우도 비슷해요.
    내가 쓰고싶은 글 말고,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쓰는 것도 뭔가 석연치 않고. 하지만 결과가 따라준다면 그런 약하디 약한 주관마저도 훅 날아가버리지요. 제 경우엔 북한을 소재로 한 현판을 반년 써서 조회수 15만에 선작 580을 간신히 찍었는데, 지금 닥치고 다 깨부수는 글 쓰니까 한달 반만에 선작은 천이 넘고 조회조차도 따라잡았습니다. 반넌 써서 간신히 십오만이었는데, 가볍게 쓰니 한달 반에서 두달.

    그리고 깨달은 건, 합리화나 방어기제 같은 거 때려치우고 그냥 쉽고 라이트하게, 재미만을 최우선 가치로 잡고 쓰는 것이 가장 반응이 좋단 사실입니다. 나만의 소재, 나만의 메시지, 나만의 테마. 다 좋지요. 좋지만 정말 대단한 필력이 아닌 이상 두각을 드러내기엔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무난한 범인일 따름이니까요.

    다른 분들도 이런 갈등은 크든 작든 한 번은 마주하지 않을까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2 사마택
    작성일
    15.10.29 20:32
    No. 2
  • 작성자
    Lv.20 Lv9
    작성일
    15.10.29 18:47
    No. 3

    현실도피? 자기기만? 그게 뭐 어때요.
    중간에 그만두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그렇게라도 악물고 가야지요.
    그게 나쁜 일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29 23:03
    No. 4

    옳습니다.
    다만, 악무는 게 힘드니까.. 자기 위로를 찾는 것이겠죠.
    작품을 쓰는 게 독립운동 하듯 역사적 소명을 따르는 것은 아니니까요...
    마지막 대단원의 구둣점을 찍는 성취감을 우린 알고 있으니, 이 고민의 결론도 뭐 뻔하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밝은스텔라
    작성일
    15.10.29 18:54
    No. 5

    저는 처음에는 노트에 손으로 글을 쓰고 타이핑으로 옮겼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이런 사이트도 없었고 아무에게도 보일 곳이 없었습니다. 잦은 이사로 무참하게 사라져 가던 원고 종이들. 그렇게 고독 속에서 혼자 손으로 쓰고, 지우개로 지우고 그 위에 또 꾹꾹 눌러 썼습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저만의 상상 속 세상. 그리고 무수한 출판사와 공모전 출품. 십 수 년이 넘도록 허망하게 흘러간 세월들. 혼자 곱씹는 아픔과 고독들. 나는 그저 혼자 살다 혼자 죽어가는 그늘 속 외로운 잡초구나 하는 절망.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다 떨쳤습니다.

    지금은 그저 쓰고 싶어서 씁니다. 그래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렇게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선 보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에도 감사하고요. 한 동안은 아무리 좋아해도, 아무리 쓰고 싶어도 글을 쓸 수 없는 특정한 환경에서 살아야만 했던(감옥 같은 거 아님!!!)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은 다시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게 된 이 시간과 환경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관작 같은 거... 저도 신경은 쓰이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는 건 저 자신입니다.

    쓰고 싶어서 쓰는가? > 그렇다. > 그러면 난 행복한 사람이구나. 감사하자.

    끝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29 23:00
    No. 6

    글쓰는 게 행복임은 분명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15.10.29 19:00
    No. 7

    다들 처음엔 비슷하지 않을까요? ㅎㅎㅎㅎㅎㅎ
    그런데 두 길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빠질 것 같습니다.
    나는 글을 써서 돈을 벌 것이냐, 나는 글을 쓰면서 취미를 즐길 것이냐.

    앞쪽을 선택했다면, 나만 만족할 글이 아니라 나와 독자가 같이 만족하고 호흡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할 것이고.
    뒤쪽을 선택했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할 것입니다.

    물론 개인 의견이고, 절대적인 옳은 말은 아니니 ㅎㅎㅎ
    다들 그렇게 고민하고, 써보고, 지우고, 킥하고, 댓글보고, 달고...

    전 그랬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티타
    작성일
    15.10.29 19:15
    No. 8

    저도 항상 똑같은 고민중입니다. 저 자신이 제일 큰 적이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성진(成珍)
    작성일
    15.10.29 19:26
    No. 9

    좋은 작가라는 말은 너무 이상적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많이 팔리는(혹은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려면 인정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 글은 정말 좋은 글인데 독자들이 몰라주는 거야.' '한국 장르소설 독자 수준이 너무 낮아서 내 글이 빛을 못 보는 거야.' '양판소 따윈 내 글과 비교할 수 없지'.......... 이 모든 말들은 그저 말도 안 되는 핑계일 뿐입니다.

    결국 작품의 흥행 여부에 대한 결과는 조횟수라는 너무나 적나라한 수치로 나타납니다.
    잘 읽히지 않는 글 중에 좋은 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 저도 동의하지만 그 좋은 글이 흥행도 할 수 있는 글이란 주장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흥행을 목적으로 쓴다면 독자들의 선택(조횟수 등등)를 보고 인정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인정을 한 후 독자들의 선택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노력하는것....
    이게 흥행을 위한 글을 쓰는 기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29 22:58
    No. 10

    아마도 작가의 이 절박함을 글로 풀어내면, 다음 작품부터는 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호뿌2호
    작성일
    15.10.29 21:55
    No. 11

    한마디로 엿같죠.
    작품성을 추구하면 재미가 떨어지고, 재미가 올라가면 작품성이 떨어지고......
    특히나 문피아 독자분들은 호불호가 확실해서 자기 맘에 안드는 글은 아예 눈에 담지도 않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욕하는 글들이 가볍게 조회수와 선작수 1만찍는 모습을 보면 참, 뭐라고 해야할까......
    그렇다고 이 모든 걸 독자분들 탓으로만 돌리기도 뭐한게 이런 환경을 조성한 건 다름 아닌 작가님들이니까요.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기묘한 논란이 생기는 거죠.
    이렇게 쓰니까 더 엿같네요. 퉷!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29 22:57
    No. 12

    시장이 언제 안그런 적 있었나요?
    당선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당선되는 정치 시장.
    거래되어서는 안되는 성 상품 시장.
    작단이라고 다를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보헤미아.
    작성일
    15.10.29 22:07
    No. 13

    난 그냥 내 길로 갈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악산(岳刪)
    작성일
    15.10.29 22:50
    No. 14

    한혈님 포기 할건 포기 하세요. 그럼 편해져요.
    어차피 글 쓰는 재미를 알아버렸잖아요.
    다른 일 못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29 22:54
    No. 15

    ㅋㅋㅋ 악산(岳刪)님 말씀이 정답인 듯....
    지금의 제 고민이 어떤 변화를 강제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죽기 전에 반드시 써야겠다고 벼르던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흥행 요소는 제 만족을 위해 필요하다면 다른 작품을 고려해 보려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아를레
    작성일
    15.10.29 23:43
    No. 16

    저도 한혈님과 마찬가지로군요.
    오죽하면 종이테이프로 선작수, 조회수를 가리고 접속을 할까요. 그리고 댓글을 보며 주화입마.
    그럼에도 자신의 세계를 글로써 풀어내는 이놈의 마력같은 매력은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않네요.
    결국 묵묵하게 글을 쓰며 버티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26355 꿈의노트북 등장! 가격은 넘사벽 +9 Lv.60 카힌 15.10.31 3,320
226354 판타지 덕후분들께 영화하나 강추드려요. +9 Lv.25 독불이한중 15.10.31 1,106
226353 장어 무한 리필.... +5 Lv.55 짱구반바지 15.10.31 946
226352 아. 한국시리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좀 아닌것... +5 Lv.99 립빠 15.10.30 1,172
226351 와아 +5 Lv.71 미국판타지 15.10.30 823
226350 문피아의 댓글알림은 좀 특이하지 않나요 +1 Lv.32 뒹굴보노 15.10.30 947
226349 기승까지 왔을 때 전이 정말 고민되네요. +5 Lv.46 백수k 15.10.30 974
226348 트위치 방송 보는 분 없나요? +2 Lv.99 시러스 15.10.30 842
226347 다른곳에서 본 엄청난 리뷰 글 Lv.67 사랑해달곰 15.10.30 913
226346 컬쳐랜드 안전금고.. +2 Lv.67 신기淚 15.10.30 954
226345 요즘 주식 카레면... 엄청 잘 넘어가요. +2 Lv.24 약관준수 15.10.30 925
226344 서재가 없습니다. 라고 뜨는데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아... Lv.70 김엘리 15.10.30 898
226343 짧은 시간 동안 제대로 휴식하는 법 뭐가 있을까요? +8 Lv.1 [탈퇴계정] 15.10.30 1,015
226342 jtbc 밤샘토론이 오늘이군요. +14 Lv.1 [탈퇴계정] 15.10.30 1,157
226341 재미있는(?) 이야기 & 질문 +9 Lv.99 flycatch.. 15.10.30 784
226340 회귀는 이제 필수요소 인가봐요? +7 Lv.99 옳은말 15.10.30 1,031
226339 이번 이벤트 정말 맘에 안드네요. +11 Lv.39 청청루 15.10.30 1,201
226338 겨울이네요. +6 Lv.85 고락JS 15.10.30 745
226337 백화점에서도 짝퉁이 나오네요 +3 Lv.51 홍시는감 15.10.30 952
226336 보통우리가 주사위를 던질때 +9 Lv.27 키드리안 15.10.29 949
226335 이대호 선수 축하드려용.. ^^ +1 Lv.24 약관준수 15.10.29 800
226334 짝퉁 4만원짜리와 명품 120만원짜리 구분하기 힘들다면 +19 Lv.24 약관준수 15.10.29 1,317
226333 먼치킨도 잘쓰니깐 납득이 가네요.ㅎㅎㅎ +12 Lv.25 시우(始友) 15.10.29 1,147
226332 룰렛 그래도... +5 Lv.52 하이얀늑대 15.10.29 722
226331 또 결재 룰렛이벤트 하네요 +10 Lv.82 5년간 15.10.29 1,026
226330 수학적 증명들은 보다보면 참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켜요 +12 Lv.96 강림주의 15.10.29 912
226329 전 세계 해킹 상황 모니터링 +2 Lv.31 에이급 15.10.29 952
» 글에대한 합리화, 자기위로인가 자기기만인가 +16 Lv.51 한혈 15.10.29 914
226327 그런데 3줄 규정 말입니다 +9 Personacon 가디록™ 15.10.29 756
226326 여러분 타워디펜스 좋아하시나요? +9 Lv.20 Lv9 15.10.29 796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