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자기 글을 공개한다는 게 무슨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 한 달 동안 글을 올렸을 때 선작수 10 언저리였을 겁니다.
괜찮아. 흥행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잖아. 작품성이었다구.
지금 생각해보면 이 합리화는 틀림없이 자기위로의 방어기제였을 것 같습니다.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다가 리메이크하며 다시 올리기 시작했을 때 부쩍 독자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선작수 100, 추천수 500, 조회수 1만을 넘어가고 왠지 뿌듯한 느낌, 실패하지 않았다는 만족감.
여기서부터 일희일비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댓글 하나 없이 달리던 글에 과한 칭찬들이 붙는 반면, 댓글까지 달아주며 꾸준히 따라오시던 독자분이 떨어져나가고, 선작수가 잠깐 사이에 두 개가 빠져나가고......
사실상 이미 40만자를 넘어갔으니 시장의 결론은 이미 나온 셈. 처참한 기분.
또다른 방어기제가 작동합니다.
초반의 긴 호흡을 버텨주는 독자가 적어서 그래. 내 글은 책으로 출판되어야 인정받을 거야. 책을 사면 진중하게 읽어줄 테니까.
이쯤되면 이 합리화가 과연 자기위로의 방어기제일까 하는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걱정이 됩니다. 내가 날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합니다. 날 위해 글을 쓰면서 글을 위해 나를 기만한다?
예전에 글을 쓸 때에는 완결 시까지 타인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당연히 이런 번민의 과정을 겪어 볼 새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공개한 지금 당혹스런 지경에 몰립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자꾸만 천착하게 됩니다.
다른 분들도 이런 위기를 겪으며 지금의 자리에 계신 걸까요. 그분들도 끊임없는 합리화를 지나 자기기만에 이르렀을까요?
바람이 꽤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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