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롯, 구성, 설정, 작법서..
물론 이런 것도 중요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어떻게 활자화 할 것인가?
이것이 글쓰기의 핵심 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지어진 승무라는 시가 있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고 사랑하는 시입니다.
승무(僧舞)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 지훈-
저는 이 시
승무가
서정과 표현에 있어서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시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
승무를 추는 비구니의
살포시 접힌 백의 가사의 유려한 동작과
아름답고 슬픈 눈동자를 지닌 파랗게 머리를 민
젊은 비구니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다운 시를 지으신
조지훈님께서 한탄을 하며 하신 말씀이 있답니다.
‘어느 사찰의 비구니가 추는 승무를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시를 지었다.
그런데 시를 완성하고 나니
내 시에는 그 비구니의 승무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내 시는 비구니의 것과는 전혀 다른 승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비구니의 아름다운 승무의 1할도 나타내지 못한 게 이 시 승무다.‘
라며 한탄을 하셨답니다.
우리가 소설을 쓰고 글을 쓰는 것도 마찬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 머리 속에 있는 상상을 생각을 고민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글로 표현해 낼 수 있는가?
관건은 바로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상과 활자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은
오직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밖에는 없을 겁니다.
장르 소설에는 맞지 않는 사례이겠지만
유명 작가들의 경우에는 소설에 단어 하나를 적용하기 위해
하루 이상을 고민하기도 한답니다.
고민하고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사이에
필력이 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 작가님들,
그리고 예비 작가님들,
많이 고민하고 많이 써 봅시다.
제 짧은 생각에는 그게 왕도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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