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아이돌천국이다. 그러나 신뢰 받는 아이돌의 수는 극소수다.
그리고 아티스트 모두를 다 합쳐도 신뢰받는 가수의 수는 극소수다.
이걸 바꿔 말하면, 신뢰받기는 어려워도 한번 신뢰를 받으면 좋은 성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뜻이 될 수 있다.
그럼 누가 그런 신뢰를 받고 있을까?
아직 어린 가수 중에서는 단연 아이유를 들 수 있다. 좋은날을 비롯해 좋은 작곡가를 만나 히트친 곡 뿐 아니라 자작곡 또한 예외없이 대박행진을 터트리고 있으며, 심지어 피처링을 해도 대박이 나는 거의 유일무이한 젊은 여가수다.
그다음으로는 자이언티를 들 수 있다. 아직 아이유 만큼 히트곡의 수가 많지는 않으나 양화대교 전후로 인지도가 높지 않을때도 점점 급상승 곡선을 그릴 때도 음악으로 승부하고 음악으로 신뢰를 쌓아 얼굴이 알려지기 전에 이미 음악으로 알려졌다.
믿고 듣는 가수란 드물다. 그래서 드물지만 잊혀질만 하면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 음원 줄세우기다. 이름값 만으로 전곡을 다 들어도 무방하다고 여겨지는 가수란 드물기에 한번 반응이 터지면 아이돌 팬덤의 엄청난 지원사격 쯤은 가볍게 넘어선다.
그런데 믿고듣는 일부 아티스트를 제외하면 팬덤의 화력이 음원과 음반 그리고 방송차트를 장악하고 있다. 방송차트의 신뢰성은 바닥을 박박 기고 있고, 사실상 믿을 수 있는 차트는 음원줄세우기 쯤 되야 고개를 끄덕일만 하다는 말이다. 가끔 역주행이 얼이나는 핫한 경우도 포함되고.
모두 가요제가 잘되는 이유를 풀어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실은 참여하는 아티스트의 면면만 살펴도 어렵지 않게 예측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아이유, 자이언티, 윤상, 혁오밴드 등은 본래의 실력외에 플러스 되는 요인이 더해지면 무섭게 폭발할 수 있는 강자들이라는 것이고, 무한도전은 촉매로서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으니, 양쪽이 조합되면 음원 장기집권은 정해진 수순과도 같은 것이다.
현재 음원차트 10권내에 모두외에는 쇼피더머니의 세력이 그나마 겨우 버티고 있다. 오빠차는 5~8위권내에서 장기집권중이고, 송민호의 ‘겁’만이 역주행을 거듭해서 멜론 기준 2위까지 도달했으며, 거북선은 차트에 따라 10위권 내외를 오가고 있다.
정리해보자.
과거 버스커버스커가 대박을 터트린 이유, 오랜만에 복귀한 지오디의 음원이 좋은 성적을 냈던 이유도 돌이켜 보면 그만큼 믿고 들을 만한 노래가 적기 때문에 그런 가수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돌 그룹끼리 치고 받는 것은 그들끼리의 리그로 놔두고, 그들끼리 알아서 음방 순위를 나눠먹든 말든 일반 대중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가 들어줄만한 노래가 나오면 가끔 집중해서 들어준다. 그런 곡이 나타나지 않으면 항상 패턴과 같이 아이돌 그룹이 돌아가며 나눠먹기식이고.
안타까운 점은 연말 시상식과 같은 미미하게나마 의미를 둘 수 있는 경우에도 음원차트외엔 증명할 길 없는 그해를 대표할 만한 노래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못받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t윤미래가 부른 ‘터치러브’는 그해를 대표할만한 손에 꼽히는 큰 인기를 누렸지만 방송차트를 포함해 제대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방송과 시상식을 아이돌이 독차지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그 가운데 믿고 듣는 일부 가수들은 척박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환영 받고 있다. 무한도전이 장기집권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은 목마른 대중의 목을 적셔줄 오아시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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