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쥬논
작품명 : 샤피로
출판사 : 드림북스
흡혈왕 바하문트에 이은 쥬논 작가님의 후작이라길래 샤피로를 급히 빌려봤습니다. 선보다 악 쪽에 훨씬 가까운 성향의 먼치킨 주인공. 전작들과 같이 딱 제 취향에 맞아서 흥미롭게 감상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느낀건데 좀 허술한 부분이 있더군요. 저만 그렇게 느낀건진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찝찝한 기분을 금할 수가 없었기에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첫째, 쟈오 가오린이 이건호를 총살하는 장면.
아시다시피 가오린은 각성한 신인류입니다. 때문에 보통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능력과 생명력을 지니고 있지요. 그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스스로 신인류라는 자각도 충분합니다. 그런 그가 이건호라는 뜬금없는 놈에게 뒤쳐져버렸을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 제가 가오린이었다면 이렇게 생각했을겁니다. 이놈은 나와 같은 신인류다, 라고. 그것도 그 자신보다 더 높은 수치로 각성한. 그런데 그런 이건호의 머리도 아닌 심장에 달랑 총알 한방 쏴놓고 호흡만 확인한 뒤 가버렸습니다. 시체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요.
가오린이 그때 감정이 격해져서 사리판단을 제대로 못한건지 아니면 원래 멍청한 놈인건지….
둘째, 이건호가 흑고양이의 심장을 사용했을 때의 부작용.
그 전에 샤피로가 프람에게 빙의했을 때 부작용은 여러가지였습니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방향치가 된다거나 갑작스럽게 수면이 쏟아진다거나….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대표적이었던게 부분기억상실이었죠.
샤피로는 흑고양이의 심장을 사용한 부작용으로 육체를 갈아타기 이전의 기억을 부분적으로 상실합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곤란스러워했죠.
그런데 샤피로보다 주술적 지식이나 경험 면에서 상당히 뒤쳐질게 분명한 이건호는 멀쩡하기만 합니다. 다른 부작용은 분명 샤피로 때와 똑같이 나타나는데 기억이 상실되었다는 부분은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기억을 잃었는데 티를 안내는건지, 진짜로 안 잃은 건지 잘 모르겠네요.
셋째, 줄리아와의 첫 대화.
쥬논 씨의 전작 주인공들을 제치고서라도 분명 제가 본 이건호는 여자에게 휘둘릴만한 놈이 아닙니다. 리나가 죽은 뒤론 속된 말로 완전히 시든 남자가 되어버렸죠.
그래서 리나와 똑같이 닮은 줄리아를 먼 발치에서 보고도 잠시 동요했지만 다시 스스로의 정신을 채찍질합니다. 난 흔들리지 않아, 라고 굳게 다짐하면서.
그런데 줄리아랑 대화하는 장면에서 전 순간 "이놈 이건호 맞아?"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리나랑 닮았다고 안 흔들리자고 다짐한지 한시간도 안됬는데 하는 꼴이 완전 정겨운 오빠 여동생 사이네요.
정체가 뭐냐, 네놈[…]
그래도 이 사소한 부분들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흥미진진하더군요.
이상 샤피로에 대한 감상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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