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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는 이른바 박정수님의 마법사 ~에 가다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입니다.
글의 흐름이라던가, 문체 자체는 뭐라고 손댈것 없이 술술 읽히는 작품입니다만, 그 구성의 플롯이 전작 [마법사 무림에 가다]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조금 보여안타깝기도 합니다.
전작 마법사 무림에 가다는 종래의 양산형 판타지의 공식(?)이나 다름 없는 무림 -> 판타지의 구성을 뒤바꾼 판타지 -> 무림의 형식을 띄고 있어 상당히 새로운 시도로 꽤나 좋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아마 무림 -> 판타지의 구성이 강력한 힘을 갖는 것은 대부분의 판타지, 그리고 무협의 주인공이 이른바 검이라는 뽀대나는 무기를 사용하는데 있지 않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봅니다만, 이건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잠시 넘겨두기로 하고.
솔직히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는 굳이 이렇게 글을 두들길 만한 이유가 없는 글이었습니다. 전작이 마법사가 완전히 무(無)에서 하나하나 무림에서의 힘을 특색있게 재구축해나간 것에 비해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는 이미 마교와 연을 맺고, 무공을 배움에 있어 그 구성 플롯이나 사용하는 힘의 묘사들이 마법사가 새로운 세상에서 발버둥 치는 퓨전이라기 보다는, 무협소설에서 강시술을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공고수의 행보에 더 가까워 졌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무협소설에서 주인공이 강시술쯤 쓴다고 굳이 비평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번에 굳이 이렇게 타자를 두드리는 것은 중간에 나온 김강현 님의 뇌신과의 크로스 오버 장면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마현이 북해에서 뜬금없이 뇌신의 주인공을 만나 신선주를 사가죠. 작가님 자신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뇌신과의 연관성을 인정했으니 크로스 오버임은 확실합니다. 그럼 이 크로스 오버 장면이 과연 두 작품에게 있어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본래 크로스 오버는 스핀오프(굳이 이야기하자면 외전, 번외편) 작품에서 주로 많이 쓰이는 기법인데, 두개의 작품을 연결하여 사람들에게 더많은 정보와 재미를 주는 일종의 퍼즐과 같은 기법이라고도 볼 수 있죠. 슈퍼로봇대전 같은 경우에는 이 크로스오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놈이라고 생각도 되고요. (일단 이녀석은 유명한 주인공들이 모조리 모이는 것이 목적이니..)
전 개인적으로 이 크로스 오버 장면은 이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에는 쓸데없는 장치였다고 봅니다. 물론, 아직까지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와 뇌신 모두 끝난것은 아니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릅니다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독자의 재미를 위한 장치라고 보기에는 그 조악함이 너무합니다.
크로스 오버는 스핀오프와는 달리 두개의 작품의 세계관을 연결하는 일입니다. 특히나 두 작품의 주인공이 동시에 만난다면, 그것은 두 작품의 시간과 설정이 모두 공유되는 일이라고 가정하는게 옳겠지요. 심지어 슈퍼로봇대전에서도 말도 안되지만, 어떻게든지 각각의 세계를 하나로 끼워 맞추기 위해서 새로운 설정을 집어 넣고, 구성을 바꾸는 일을 행하고 있죠. 그렇지만, 과연 뇌신과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가 비슷한 세계일까요? 둘 사이에 무엇인가 연관성이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전혀 다른 두세계입니다.
간단한 예만 들어 봐도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에서는 무림맹이 쌩쌩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뇌신의 세계에서는 무림맹은 이미 구대 흉마의 손에 의해서 몰락하고 정협맹이 돌아가고 있죠. 무림맹이란것이 단순한 일개 소문파가 아닌, 중원을 좌지우지 하는 거대연합체임을 생각해볼 때, 이런 설정의 차이는 두개의 세계가 별개의 세계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밖에는 안됩니다. 이런 두개의 세계를 단지 재미라는 이유로 이어붙인다면, 이것은 크로스 오버를 생각하는 독자에게 혼란을 주는 것 밖에는 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이 크로스 오버 자체를 그냥 한번 피식~하고 웃고 말면 되지 뭐.. 라고 독자 자신이 생각한다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그냥 단순한 재미(??)를 주기 위하여 크로스 오버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두작품의 세계관을 모조리 망가트리는 엄청난 일이란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더욱이 크로스 오버는 그 세계관 속에서 현존했던 사실로써,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작품이라면 한쪽 작품에 나타났던 사실이 다른 쪽 작품에도 나타나야 합니다. 즉 김강현님의 뇌신에도 마현과 만나는 장면이 나타나야 하죠. 하지만 뇌신에서 주인공인 무영이 과연 언제 세여자를 데리고 한가하게 북해로 가서 약을 팔고 있을까요?
억지로 이야기를 이어붙이자면 뇌신의 주인공이 자신의 모든 일을 다 해결하고, 정협맹은 무너지고, 흑사맹, 혈마맹도 사라지고, 대신에 어딘가 찌그러져 있었던 마교가 엄청난 세력을 키우고 사그러들었던 무림맹이 제 위치를 찾고 나서 떠돌아다니다가 흑마법사의 마현을 만났다.. 가 되겠네요. - 무영이 늙는 것은 내공이나 신선단, 신선주로 어떻게든 20대로 고정 시켜 놓았다고 치고.. -
그렇다면 그런 크로스 오버가 과연 독자에게 무슨 필요가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 동시대에 일이라 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설정이 숨어 있었다는 전재하에 다시 이야기를 해 보자면, 그건 두작품에게 있어 또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옵니다. 일반적인 무협지의 특징이 주인공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구조인데, 이런 크로스오버가 나타나게 되면 세계의 악(惡) -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조직이 두 소설의 설정상 공유되어 존재한다고 할때 - 을 해치우는 일도 이상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마현과 무영중 누가 악을 해치우게 될 것인가?? 마현이? 무영이? 두 작가님 모두 자신의 주인공이 해치우기를 원할테니, 그럼 동시에??
한백림님의 무당마검, 화산질풍검, 천잠비룡포에서 각각의 내용이 스핀오프되며, 주인공들의 크로스 오버가 하나의 공통된 세계관 속에서 각각의 작품에서 모두 정확하게 맞아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각각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끼워맞춰 구성되는 세계관을 읽는 것이 한백림님의 작품전체를 관통하는 또하나의 재미임을 생각해볼 때면, - 물론 그것을 위해서 각 작품들은 모두 각각 약간의 시간과 장소의 차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
처음부터 계획되지않은 다른 두개의 세계관을 억지로 이어붙이는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의 크로스 오버 장면은 현재까지의 모습으로 보았을때 큰 실수라고 보입니다.
크로스오버는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야 진정으로 제 의미가 있는 법. 물론, 두분의 작가님이 모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타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묘한 연출을 해 모두를 깜짝 놀래킬만한 무엇인가를 보여줘 지금의 글을 부끄럽게 만들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저 크로스 오버 장면이 그저 한컷으로 넘어가고 만다던가, 뇌신에서 같은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던가 한다면, 두 작품 모두, 세계관이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 되어 버린 기괴한 환타지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부디, 흑마법사 무림에 간다의 작가님과 뇌신의 작가님께서 모든 사람이 감탄할 정도로 이 크로스오버를 깔끔하게 마무리 해주시기를 바라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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