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의 어떤 글인가의 댓글에서 크라카투스의 추천글을 보고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봤습니다. 정말 맘에 들더군요. 제 선작에 있는 다른 글들과는 달리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아 어설프지만 추천글을 하나 올려봅니다. 최대한 스포일러가 적게 쓸 생각이라 좀 두루뭉실할 수도 있겠네요.
줄거리 - 몬스터라고도 불리는 이종족들을 가둬두고 마법실험을 자행하던 한 수용소를 모종의 이유로 코볼트들이 습격하고 그 와중에 네명의 각각 다른 이종족(하프오크, 고블린, 놀, 엘프)가 같이 탈출하게 됩니다. 실험을 통해 약간의 능력을 얻었지만, 상처받고 비뚤어진 그들이 이종족의 나라 드 휼라로 향하게 되는 탈출기가 지금까지의 이야깁니다.
크라카투스만의 매력
첫째로는 이종족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우리가 인간이다 보니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은 인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드래곤이거나 엘프인 경우에도 실제 사고방식과 행동은 인간과 같거나 인간처럼 하고 다녔죠.(하프오크가 주인공인 소설도 있긴 했지만 그 곳에서도 인간과 많이 다르진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크라카투스의 주인공들은 다릅니다. 그들은 인간과는 확실히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고, 실험체였기 때문에 인간을 증오하거나 두려워합니다. 게다가 기존 소설엔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가끔 엑스트라들로는 나왔었지만요 ㅎㅎ) 고블린과 놀이 개성을 뽐내며 주연의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합니다.
둘째로는 탄탄하면서도 신선한 설정과 겸손한 작가님입니다. 이 곳의 이종족들은 다 같이 국가를 이루며 살기도 하고 인간과 어울리기도 합니다. 인간은 이들을 경멸하고 두려워하고 노예로 부리기도 하지만 마을에서 이들을 본다고 경비병을 불러 잡아죽이진 않습니다. 몬스터라기보단 중세나 고대의 야만족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몬스터라고 불리긴 합니다.) 이종족이 비중을 차지하는 설정이다보니 인간의 역사와는 다른 역사가 등장하고, 지역의 활용도 넓습니다. 경계, 자살숲 등 인간 또는 지성체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들도 많이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설정을 방대하고 단단하게 하는 작가분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지면의 많은 부분을 설정을 설명하는데 활용한다는 건데, 이 작가분은 자제심이 상당합니다. 내용 전개에 사족이 될수도 있는 설정에 대한 설명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작가분의 특징은 다른 묘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인물이나 사건의 묘사도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합니다. 화려하지가 않아서 좀 미적지근하다고 느끼실지도 모르지만 전 담담하고 단단한 묘사가 참 좋더군요.
셋째로는 두번째 장점과 이어지는 부분인데, 이 작가분에겐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같은 판타지여도 책과 영화가 다른 점은 영화는 시청자가 눈에 보이는, 귀에 들리는 그대로의 환상적인 영상에 감탄하는 것인데 비해, 책은 그 상상력의 완성을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는 것이죠. 묘사와 상상의 정도는 작가와 독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으나 크라카투스의 작가분은 숨기지도 않지만 너무 많이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미니맵처럼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조금씩 밝아지는 소설속의 세상은 제 뇌용량에 과부하를 걸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넷째로는 등장인물들 그 자체입니다.(스포일러가 좀;;;)
크락-하프오크-꽤 전통있는 오크 부족의 노예 전사, 오크 귀족(?)을 호위하라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인간에게 붙잡혀 실험체가 된다. 전투력이 약간 늘었고 재생력이 꽤 좋지만 생각보다 그리 강하진 않다. 보스몹과 맞장뜨면 당해내질 못한다. 임무실패를 보고하고 그에 대한 처벌을 받기위해 이종족의 국가인 드 휼라로 돌아가고자 한다. 등장인물들 중 가장 확실한 목표가 있고, 그나마 가장 중립적인 인물이다.
도플러-놀-귀족이다. 실험체가 아니라 실험에 참여했던 것 같은데 자의는 아니었던 듯. 일행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데 과거가 꽤나 화려했을 것 같은 노련하면서도 선한 캐릭터. 쓸모없는 소녀 엘프 휴의 보호자를 자청하고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샤먼으로 상당한 수준의 마법을 쓰지만, 이 소설의 다른 등장인물들이 그렇듯 그렇게 강하진 않다. 과거에는 영웅 소리쯤은 들었을 것 같지만 파티 내에선 약간 비굴하기까지 할 정도로 자기 주장이 강하진 않다.
고블린-고블린;;-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아직까지는 그냥 고블린이라고 작가가 부른다;;; 실험을 통해 가속능력을 얻었고 그에 따른 부작용인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성격이 더럽다. 더럽다못해 포악하다. 약간 사이코패스 기질도 있다. 욕설을 입에 달고 살고 인간을 증오하고 약한 자를 경멸하지만 자기 주장이 그리 강하진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몬스터라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 여성이다. 여성이라고 작가가 주장한다. 그 뿐이다;;;;
휴-엘프-휴...... 파티의 짐덩어리. 아직까지는 보여준 것이 없다. 뭔가 엄청난 봉인된 능력을 갖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근거는 없다; 고블린은 식량취급을 하고 크락은 두고오자고 하지만 도플러가 보호해준다.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노예로 교육받았다. 현재 발현된 능력은 귀가 잘 들린다는 것 말고는 없고, 약간 징징대며 상당히 짐이된다. 전투씬에선 보통 배경 역할을 맡는다.
추천글 치고는 너무 길어졌네요. 제 허접한 추천글보다 더 좋은 방법은 일단 가서 두세편만 보시는 겁니다. 약간 취향을 탈지는 모르겠지만 초반이라고 퀄리티가 떨어지지도 않고 분량도 꽤 쌓여있습니다.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770 <-- 이게 포털이 될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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