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요 며칠 좀 아팠다.
이틀 전 친한 형이 집으로 참외를 사왔다.
별로 달갑거나 하진 않았는데, 형 성의를 생각하면 먹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단호하게 거절했어야 하는데..
결국엔 속탈이 나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연참을 해서 정신적으로 완전히 소모된 상태였는데,
망할...
새벽부터 살살 배가 아프더니, 한 4시간 정도 사이에 화장실을
십여차례 가야 했고, 나중엔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새벽 다섯시 반에 물티슈를 사러 편의점에 다녀와야 했다.
약을 먹고, 거의 하루를 굶었다.
역시 속이 편치 못할 땐 굶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에서였다.
-언제나 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먹을 걸 원체 좋아하는 놈이라 좀 힘이 들었다.
악전고투 끝에 배를 싸쥐고도 어제 2아웃 18화를 썼다.
정말이지 오락가락할 정도였다.
겨우 상태가 나아지자 마자 초복이 다가왔다.
오늘은 계속해서 약속이 있었다.
점심도 11시에 친한 고시준비생 선배형 2명,
12시 반에 대학동창 현정이,
2시 반에 아는 여자애와 잡혀 있을 정도였다.
중복해서 약속을 잡는 일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각자 모두 중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메뉴는 모두 삼계탕!
처음부터 조금만 먹으려다가 욕을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선배 형들에게 욕을 처먹었다.
"그 따위로 처 먹을 거면 때려 치워! - 물론, 이 말은 허용범위 내의 표현이지만, 실제로는 열 서너 배는 강렬했다."
선배형들에게 욕을 들어먹고, 깨끗하게 비우고 나자, 며칠간
내내 줄여왔던 위장이 터질 것 같았다.
현정이는 정말로 마음이 여린 아이다.
내가 먼저 식사를 하고, 자기가 먹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자,
무슨 생각에선지 눈가가 축축해졌다.
죽을 각오를 하고 다시 반계탕을 하나 시켜서 비우고 말았다.
-이 상태에선 이미 일어나기가 힘든 상태였다.
법대 후배인 상미를 아는 여자애라고 표현한 것은,
도무지 사회성이 없기도 하려니와, 나를 선배로 인정하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다.
극렬 운동권인 녀석은 날 볼때마다
"살찐 것을 부끄러워 하세요. 선배 건강이야 혼자 살다 죽으면 그 뿐이지만, 결식아동이 대전에만 만명이 넘는 걸 아세요? 죄받아요. 정말."
이라는 말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내 뱉는 녀석이기 때문이었다.
상미는 날 학교 근처의 보신탕집으로 데려가서 억지로 보신탕을 사게 했는데, 유일하게 식사를 거절할 수 있었고, 녀석은 내가 산다는 것을 전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신탕 수육은 3인 기본으로 3만 8천원이나 했는데, 녀석은 뻔뻔스럽게 내게 자기네 운동권 애들 먹여야 한다는 핑계로 강아지 수육(?)-그만큼 작았다-을 포장해가기도 했다.
부른 배 때문에 예정에도 없던 산책을 두 시간 정도나 하고서 다리가 풀려서 집에 도착했더니, 정말로 맙소사!! 참외로 날 기절시켰던 그 형이 통닭을 들고 등장한 것이었다.
너무 미안했다면서!!!!
지금은 속이 너무 더부룩해서 글을 쓸 정신이 없다.
소화제를 하나 먹긴 했는데...
꾸준히 선작과 추천을 해주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오늘
죽을 각오로 글을 써보긴 할 생각이긴 한데...
미지수다.
지금 상황으로선 내일 내가 달걀을 낳는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가는 일은 아닐 것이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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