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의 사승관계에 대해서-
현실세계나 소설속의 세계에서나 남녀를 불문하고 서열관계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그 자신의 위치를 나타내기 때문이지요.
약간의 지능이 있은 동물까지도 서열에 무척이나 민감합니다. 그래서 침팬지나 사자 등도 서열을 위해서 배신과 합종연횡 그리고 권력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무협소설 중에서 그것도 구파일방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 중 상당수가 가장 기본인 사승관계에 대해서 그게 고려하지 않고 쓴 작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이와 비슷하게 쓴 작품이 있기에 자기반성도 더 하고 싶군요.
작가마다 나름대로 특별하게 새로운 무협세계를 창조하지 않았다면 정파에서는 장문인과 같은 서열의 장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는 40대의 1대 제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20대 가량의 2대 제자가 있지요. 그 아래에 입문연도에 따라서 아니면 실력에 따라서 3대 제자, 4대 제자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형식은 조금씩 다르다고 해도 다 비슷한 구조입니다.
구파일방을 배경하는 무협소설에서 이 사승관계가 흩트려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마디로 콩가루 집안이 되어서 문파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어느 날 2대 제자나 금방 입문한 제자가 태사조나 사조의 눈에 띄어서 그 분의 직전제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그 재주가 특별하게(?) 뛰어나서 직전 제자가 되었다고 해도 그 문파는 한 마디로 말해서 콩가루 문파가 됩니다.
구파일방의 문파는 사승관계입니다. 이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그 다름대로 규칙이 있어야 유지됩니다. 제가 소림의 이대제자로 들어갔다고 하겠습니다. 일대제자는 소림에서 벌써 20년가량 수련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갓 들어온 이대제자가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해도 사조나 태사조의 눈에 들어서 소사숙이나 소사숙조가 됐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이라면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를 인정하는 것보다 태사조나 사조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으려고 아부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요? 물론 작자나 독자 분은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시켜서 읽기에 서열파괴도 나름대로 큰 기쁨을 느낍니다.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큰 행운이지요.
하지만 이런 씩으로 진행된다면 구파일방의 사승관계는 엉망이 됩니다. 대부분 구파일방은 비슷한 서열끼리 사형제처럼 지낸다고 설정합니다. 그래서 강호까지 이 어지러운 사승관계 때문에 큰 혼란을 빠져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소사숙이나 소사숙조와 결혼하는 여자를 생각해 봅시다. 그녀도 갑자기 저 아래서열에서 그의 여인이라는 것만으로 엄청난 서열상승하는 신데렐라가 됩니다.
신분사회에서 왕족과 귀족, 평민, 노예 등으로 구분되었다면 이를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파란 무공과 사승관계로 연결되었는데 이런 구조로 진행된다면 그 문파가 유지되긴 힘들겠지요.
일대제자에게 가르침을 받다가 어느 날 사조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서열이 파괴된다면 누가 기존의 사승관계에 매여 있으려고 하겠습니까. 물론 이 사승관계라는 틀을 깨는 것으로 그 나름대로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한 잔하고 누웠는데 잠이 안와서 이런 것을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지 않겠는가 해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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