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보면서 구무협과 신무협을 헛갈리는 분들이 계셔서 몇마디 하려고 합니다.
다만 여기 문피아에는 감히 제가 따라갈수 없는 고수분들도 무척 많은지라 지금 제가 하는 얘기들은 모두 제가 무협에 입문한 80년대 후반 이후의 이야기이며 시기상 미묘하게 틀리는 부분도 다수 있을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80년대에 '영웅문'의 바람을 타고 국내창작무협이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이시기의 무협이란 만화가게의 한쪽의 채우며 진열된 박스무협이라 불리는 요즘의 책들과는 많이 다른 형태를 지닌 음지의 문화였습니다. 금강, 사마달, 야설록, 검궁인, 천중행 등의 작가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셨고 에로무협의 대가 와룡강 또한 무척 유명합니다. 중원의 평화와 정기의 수호를 위한 주인공이 각종 기연으로 무공을 습득해 악의 무리를 무찌르고 수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이루어내는 전형적인 스토리를 가지지요.
95년(?)에 그 유명한 <태극문>과 <대도오>가 거의 동시에 발표됩니다. 이를 '신무협'의 시작이라고 말하는데는 이견이 거의 없습니다. '신무협'이란 기존의 무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나도 달랐기에 기존의 무협과 구분하여 말하기 위해 붙인 명칭이며 이전까지의 무협도 이제는 '구무협'이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용대운, 좌백, 설봉, 풍종호, 진산, 장경 등등의 수많은 작가들이 뛰쳐나와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5년이 안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무협의 르네상스라고 할만한 시기였죠.
하지만 불운하게도 바로 IMF가 다가왔습니다. 왜 IMF가 중요하냐면 바로 '대여점'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무협도 대여점의 혜택을 받는듯 싶었습니다만 인터넷의 대중화와 맞물린 판타지의 열풍이 대여점을 휩쓸면서 신무협은 시작하자마자 좌초하고 맙니다.
2000년을 전후로 그 유명한 <묵향>과 <비뢰도>가 발표됩니다. 이후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많은 작품들이 홍수를 이룹니다. 당시에 대여점에서 무협을 처음 접한 많은 분들이 이때를 신무협의 출발이라고 착각하고 계십니다. 당연한것이 이미 구무협의 시장은 재간 이외에는 끝이 난 시점이었고 새롭게 출판되는 소설들에는 '신무협'이라는 타이틀을 걸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때였습니다. '신무예소설' '퓨전무협' 등등의 생소한 단어들이 무더기로 양산되기도 했습니다만 살아남은 것은 기존의 무협팬들과 공유가 가능한 '신무협' 뿐이었습니다.
신무협과 구무협은 예전 '만화방'세대와 '대여점'세대간에 그 뜻이 다릅니다. '대여점'세대에게 '신무협'이란 기존의 무협의 상식을 벗어난 무협을 선보인 2000년대의 새로운 무협(?)을 가르키는 말이지만 이는 '만화방'세대에겐 '신무협'이라기보단 '퓨전무협' 또는 '짬뽕무협' 정도의 전혀 다르고 생소한 어떤 것들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덧. 답글 기능이 없군요. 용량이 무척 많지만 제 무협입문기를 한번 올려볼까 했는데 말입니다. 감상란에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과거의 대표작들을 찾는데 참고가 되실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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