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제목을 써놓고 보니, 어떻게 제가 느꼈던 감동을 글로 풀어야 하나 실로 막막합니다. 이럴 때면, 제게 표현력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고, 그에 절망하지요.
하지만 지금은 밑의 분 추천으로 '양말줍는 소년'을 그제 올라온 연재분까지 완독하고 난 후의 여운으로, 그 습관적인 절망을 느낄 공간이 적어도 제 머릿속엔 남아 있지 않군요.
밑도 끝도 없이, 소설을 둘로 나누라면, 가장 간단하겐 1인칭과 3인칭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근래, 아니 작금 '수작'이라 불리우는 환타지 및 무협들은 대부분 3인칭, 그중에서도 전지적 작가 시점이 대부분이죠.
1인칭 시점으로의 글쓰기는 한 생물 혹은 사물의 눈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하기 때문에, 다각도에서 세계를 바라보게 할 수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의 쓰기보다 힘들다 생각합니다. 이것이 1인칭 시점에서 '수작'이 탄생하지 않음의 이유가 아닐런지요.
요즘은 1인칭 시점이 그닥 나오지도 않거니와, 나온다 하더라도 주인공의 심리 수위를 조절 못해 폭주하고, 결국 깽판 먼치킨 물로 가는 '장르 문학'을 심심찮게 본지라, 언제부턴가 그 분야에서의 1인칭 시점의 글은 저절로 피하게 되는 '방화벽'이 생성되더군요.
이 양말줍는 소년의 시점은 1인칭입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하루 아침에 결손가정이란 단어를 체감하게 된 주인공은, 사소한 것에 울고 웃는 평범한 현실 세계의 소년이었던 주인공은, 사실 마법 세계의 사람이었다, 라는 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이 나는 레퍼토리를 그 시발점으로 하더군요.
그렇다 하나 많은 부분에 고식화된 설정을 사용하는 문학에서 흔히 느끼는 위화감을, 이 작품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1인칭 시점의 글에서 느끼는 '이건 사람이 쓴 글이다' 라는 걸 실감하게 만드는 나레이션에서의 개연성 없는 감정변화 또한 없었습니다.
그저, 어느 작은 도시의 작은 책방에서, 책꽂이 맨 위에 있는 작자 미상의 동화책 한 권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1인칭 시점의 글을 손으로 깎은 조각에, 3인칭 시점의 글을 기계로 깎은 조각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손으로 깎은 조각은 비록 실수로 도중에 작품을 망칠 리스크가 매우 크나, 무사히 완성된 조각의 그 불완전한 미는, 기계로 깎은 것과 그 궤를 달리한다 봅니다.
'양말줍는 소년'의 어디서든, 흠을 잡으라면 흠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지 싫은, 아니 못하는 이유는 그것은 나와 같은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생겨난 글이라 믿고 싶게 만든, 실로 존재하는 세상이라 믿고 독자가 공상할 수 있는, 진정 환타지 문학의 본의를 지닌 글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검, 마법, 엘프, 드래곤. 이 정형화된 환타지 세상에서, '배경'은 고식화된 채, 인물과 사건만 조금씩 변화하는 환타지 세상에서, 더욱더 큰 변화와 충격과 반전만으로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글이 '환타지 소설' 이 되었었지요. 제가 처음 접했던 환타지가 외국 문학이었기에 이런 느낌을 갖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당시 읽었던 '끝없는 이야기' '나니아 연대기' 등은 아직도 제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잊을 수가 없더군요. 이 또한 요즘 정형화되어 '책 속으로의 진입' 이나 '벽장 (특정한 사물) 을 통해서 차원 이동' 등을 설정으로 사용해 나온 문학들이 여럿 있었으나, 그런 감동은 두 번 다시 맛볼 수 없었습니다. 아아, 수단은 달리 했을지 몰라도 그 안의 '환타지 세계'는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십 년이 지난 지금, 감히 그 때의 '동심'으로 한때나마 돌아갔다 자신합니다. 잔잔히, 그러나 격렬하게 변화하는 상황속에서 변화하는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을 맛보았습니다. 아름다운 분위기를 맛보았습니다. 특이한 세상의 신선함을 맛보았습니다. 가끔 터지는 재치의 유쾌함을 맛보았습니다. 오늘, 아랫분의 추천 덕분에 오랫동안 고프지 않을 만큼의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사족이지만, 투드 작가분이 쓰신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더군요. 그 분이 환타지 소설을 쓴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꼐속의 압박이 그에 한몫 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좌우지간 99.9% 아닐진대 이런 추신은 '~소년'의 작가분과 투드 작가분마저 욕되게 하는 것임은 알고 있습니다. 그냥.. 그렇게 느꼈기에 투드 애독자 분들도 한번쯤 읽어 주십사 하는 겁니다. [ 너무나도 개연성 없는 비겁한 합리화군요 ]
스크롤바의 압박에 읽지 않고 넘기신 분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밤에 일어나는 감정의 폭주에, 솔직한 글을 오랜만에 쓴 듯 합니다.
아무리 밤의 마력이 작용했다고 해도,
그걸 불러일으킨 건 '양말줍는 소년' 이었겠지요.
지금 자고 내일 아침 일어나면,
부끄러워 이 글을 지워 버릴지도 모르겠군요.
어찌됐든간에,
저 또한 정형화된 환타지 세상에 찌들어버린 아해이기에
마지막으로 그에 걸맞는 '정형화된' 추천 한 마디 할까 합니다.
좌측 상단에 보이는 네모칸에 '양말줍는 소년' 을 써 넣으시고
눌러 달라 애원하는 초록색 네모상자 '검색' 을 누르시어
상상의 세계에서 같이 신나게 뛰놀 분들을 모집합니다.
Commen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