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세마리가 큰 걸음으로 골짝을 떠난 후 여우의 세상이 찾아 왔었지요.
그러나 그 소박한 기쁨도 잠시,
어린 호랑이가 골짝에 들어와 기다리던 족제비들과 들쥐들의 대환영을 받는 것을 보고 여우는 고민했습니다.
아직은 작으니 그동안의 관록으로 자웅을 겨뤄봐?
그리고 여우는 만 하루동안 고민을 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습니다.
호랑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패거리를 상대하려면 힘있는 조력자를 많이 끌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도와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것이었어요.
아무리 궁리해도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자, 여우는 급기야 호랑이들이 떠나간 넓은 세상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나라고 항상 좁은 데서 부대낄 필요가 무에 있으랴!!
옛날에 벌써 떠나간 들개친구의 조언대로 여우는 주섬 주섬 보따리를 싸는 중이랍니다.
넓은 세상에는 볼 것도 많고 짐승도 많지만, 눈뜨고 모가지 베어가는 험악한 세상이 아니던가요?
그래서 손에 익은 병기를 더욱 날카롭게 갈면서 희망에 찬 꿈같은 미래를 그려 보았어요.
세상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여우라고 부르지만 언젠가 도를 깨우쳐 승천하는 모습을 보면 그제야 천룡이었음을 알게되리라!
꿈결 속을 훨훨 날아가는 여우의 마음 속에 거대한 용이 자리했어요.
그렇게 불쌍한 여우는 기나긴 용꿈에서 헤어날 줄 몰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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