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허담
작품명 : 고검추산
출판사 :
경어 생략토록 하겠습니다.
허담의 [고검추산]!
시원한 바람 불어올 때, 그리 높지 않은 뒷동산에 올라 유유자적할 때 느끼는 그 한가롭고 평안함을 내게 주었다.
읽어본 무협소설 중에, 옴니버스로 구성된 것도 드물었지만 이토록 각 소단원별 기승전결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소설다운 소설도 모처럼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한 설정을 하지 않으나 읽는 이로 하여금 푹 빠져들게 만드는 글솜씨가 멋지다.
이야기 전개의 맥락은 다음과 같다.
가문이 멸문당했으나 우연히 천하팔대고수 중 한 사람인 천검 능운백의 제자가 된 고검.
그리고 두 번째 제자가 된 총명하면서도 반항기 있는 추산.
고검과 추산은 무불장 이란 천하제일의 청부업체를 이끌어가며 갖가지 풀기 힘든 문제들을 처리해준다. 이런 각고의 경험으로 두 사제는 온갖 모략이 판치는 강호의 세파에 휩쓸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해 간다.
마치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때론 긴박함에 땀을 쥐고,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는 헝클어져있던 실마리가 풀려 개운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생명과 건강에 지장은 없으리란 대마불사 원칙에 철저히 종속된다는 무협의 한계가 있다. 이는 대중소설의 한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고검추산의 매력은 앞서도 말한 것처럼 ‘무리한 설정’을 사용해서 이야기의 흐름을 어색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대개의 무협이 첫 2권까지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나, 후반으로 갈수록 치밀하지 못한 전개와 묘사로 중간에 접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인데, 허담은 세월과 함께 성장하는 나무처럼 어느새 대단한 작가가 되어 놀랍다.
그의 필력을 무협의 세계로 풀어보자면 아래와 같은데.,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힌다.
먼저 전대에 활약했던 천하제일의 고수를 먼저 꼽자면,
가까이는 금강, 좌백, 진산, 이재일, 설봉(이분의 작품은 예전의 것이 훨씬 경지가 높아보이기에..) 등이 있는데, 이들은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한 전설로 남아 있다.
그리고 오늘날 등봉조극의 경지에 올라 천하를 굽어보는 천하제일고수로는 풍종호, 장경, 용대운 등이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현존하는 최고의 고수이다. 이들이 풀어놓은 글들은 한결같이 독자들을 환상과 미로의 세계로 빠트려 그들이 마공을 풀 때까지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한다. 특히, 풍종호의 지존록과 검신무, 용대운의 군림천하는 천하를 도탄에 빠트려 수많은 이들의 생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
그리고 천하의 기인이사들로써 세상을 풍진처럼 여기며 바람처럼 나타나 구름처럼 사라지는 절정고수로는, 한수오, 임준욱, 한상운, 전동조(갈수록 필력이 떨어져 이름만 걸쳐 놓은 상태), 조재윤 등이 있다. 이들 역시 한번 나타나면 엄청난 수해와 폭풍을 일으키며 세상을 시름에 잠기게 한다.
그리고 조만간 여기 절정의 무리에 허담이라는 인물을 추가해야 될 것 같다. 필력으로 보면 이미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세상은 길게 봐야 한다.
민초들이 쎈 놈들에게 어디 한두 번 속았겠는가? 한두 해 갑자기 나타나 뛰어난 신공을 발휘한다고 모두 절정고수로 분류한다면, 곧 얼마 안 있어 사라지거나 내공이 떨어지면 그땐 또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래서 최소 칠팔년은 무림의 세계에서 노닐어야 일류다, 절정이다, 천하제일 고수라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흠, 문득 쓰다보니 별 이상한 데로 글이 빠져 민망하지만, 이를테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무협을 즐겨보는 독자로서 개인적이고 독단적인 견해임을 새삼 밝히며, 그럼 즐거운 연휴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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