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명작을 읽지 않은 이들을 위한 읽은 척 매뉴얼.
딴지일보에 연재된 글이 책으로 나왔다길래 일단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제목부터 요상하지 않습니까?
김용석. 딴지일보 편집국장. 필명 너부리. 평생 자랑할만한게 딱 두가지인데, 잘생긴 외모와;;; 고우영씨를 설득해 삼국지를 무삭제판으로 재출간한 일.
흥미가 가지 않습니까? 메이저 언론에서 다루기 꺼려하는것만 다루는 딴지일보, 그것도 편집국장이 낸 책이라... 일단 재미 하나는 보장된겁니다.
구입하려 인터넷 여기저기 들쑤셔봤지만 절판되어 구할수도없고 중고서적으로 나오지도 않습니다.
어렵게 좀 먼곳에 있는 도서관까지 찾아가 결국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 책의 기획 의도 :
죄와 벌, 이방인, 걸리버 여행기, 위대한 개츠비 등등... 누구나 들어는 봤으나 정작 읽은 사람은 희박한 명작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척’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자신의 지적 과시를 위해 남에게 공격적인 사람에게 대항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으로서 글을 쓰게 되었다... 가 되겠습니다.
자네 죄와 벌 읽어봤나? 거기 주인공이 말야... 라는 상사의 질문이 있을때 어떻게 대응할것인가? 읽어보진 않았지만 읽은 척이라도 해야지 않겠느냔 말이다...
# 수준은? 그냥 대충 줄거리만 요약한거 아냐?
생각보다 수준이 높습니다. 사회의 통념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각과, 역사적 사회적 문제의식까지 두루 섭렵한듯 작품의 내면을 딴지일보 특유의 문체로 조목조목 재미있게 짚어줍니다. 잠깐 예를 들어봅니다.
...걸리버여행기를 동화책으로만 봤던 기억만으로 진짜 아동서인줄 알고 얼라와 함께 서점에가서 완역판 걸리버 여행기를 선물해 아이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다거나, 동물농장을 읽은 후에 ‘아, 어서 빨리 돼지들의 손아귀에서 북한 어린이 들을 구출해야 될텐데’ 식의 반공 표어로 시를 쓰는 형국의 잘못된 읽은 척이 빈번히 목도되기 때문이다....
...."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읽은 척한다는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쉬우며 쉬우면서도 어렵다. 하이데거, 들뢰즈,푸코등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 세계적인 석학들마저 이 책에 대한 읽은 척이 달라 각종 논쟁이 벌어졌을정도이니...
...읽은 척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경우에는 일단 오금을 저리시라......
...거두절미하고,이방인에서 주인공이 사람을 죽인 논리적인 이유를 찾고자 하는것은 마치 보봐리부인에서 언젠가는 화끈한 정사 장면이 한번쯤 나오겠지 하고 기대하는것만큼 헛된 일이다........
이 책에는 걸리버 여행기, 죄와 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1984, 고우영 삼국지, 이방인, 채털리 부인의 연인, 보봐리 부인, 농담, 호밀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 백년의 고독,상실의 시대, 연금술사, 시크릿,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등 17편의 주옥같은 명작 혹은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해부당하고 있습니다.
각 편마다
-시작하기전에 : 명작에 대한 사전 지식 소개...
-읽는 척 매뉴얼 : 등장인물과 대체적인 내용 요약정리...
-읽는 척의 세부스킬 : 명작의 심층분석, 당시 시대상과 현대의 관점에서 본 분석, 효과적인 읽은 척 스킬습득!
등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 뭐야, 결국 흔하디 흔한 독후감같은거 아냐?
네버.
딴지일보 출신답게 사회나 정치, 현대인에 대한 비판, 그리고 내용에 대한 풍부한 뒷얘기거리등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반공작가로 알려진 1984,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에 대해서 ‘순수 공산주의자인 조지오웰이, 파시즘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구조의 공산주의를 비판한것이고, 이것은 비단 공산주의뿐만 아니라 집단주의로 흐르기 쉬운 인간사회 전체에 대한 비판’ 이라고 분석하면서 IMF이후 한국경제의 위기, 더 나아가 지구의 운명에 대해서도 연관시켜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리고 각 작가들의 특징, 뒷얘기, 작품 내용중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것들과의 연관성등 오?그래? 할만한 상식적 내용도 많아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가령 미야자키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도 걸리버여행기에 나오는 떠다니는 섬 러퓨터를 차용한거라던지,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물고기 이름이 티뷰론 이라던가.....
끝으로, 작가 후기에 이 책의 집필의도는 책읽기를 권장하기 위해서라고 쓰고있습니다.
가장 완벽한 읽은 척은 실제 읽어보는것이기 때문입니다. 구구절절 독서를 권장하는 방식보다는 덜 진부할것같아서라고 하는데요, 공감합니다.
요즘같이 읽을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누가 고리타분하게 백년의 고독같은 책을 펼치겠습니까.
하지만 분석한걸 보고 있노라니 진짜 읽고 싶어졌습니다.
이쯤이면 의도한게 조금은 먹혔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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