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조성빈
작품명 : 철혈군주 1, 2
출판사 : 로크미디어
이것저것 생각나는걸 다 쓰다보니 좀 길어졌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관점에서 본 것이니 참고용으로만 봐주세요.
다른 분들 감평을 보니 저와 다르게 느낀 분들도 계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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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의 사막 아래 마흔 번의 사지를 넘어
4년간의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킬라드
그에게 남은 것은 빼앗긴 영지 탈환과 복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신마 자카르와 양손에 쥔 두 개의 검
전장을 지배하며 적들의 피를 베어 마신다!
냉혹하리만치 잔인했던 철혈의 군주
끝없는 전쟁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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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빈님 작품은 예전부터 좋아했다. 아크에너키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슬래쉬 더 트래쉬는 그보다는 조금 덜했지만 흥미롭게 읽었다. 아쉽게도 둘 다 반납크리티컬을 맞는 바람에 3권부터는 보지 못했지만. (아크에너키는 어떻게 어떻게 친구를 통해서 4권까지는 읽을 수 있었으나 그게 끝이었다.) 어쨌든 평소 좋아하던 작가분의 신작인지라 표지소개고 뭐고 안보고 그냥 업어왔다.
◇ 어떤 이야기? ◇
비록 주인공 킬라드가 성전에서 복귀하여 영지를 탈환하며 이야기가 시작되긴 하지만, 과연 이 글을 영지물이라 표현해도 될런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영지개발'에 촛점을 맞춘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킬라드는 귀족이자 영지의 주인으로써 확고한 책임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여타 영지물처럼 이것저것 발전시키고 꾸려나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는 '영주'라기보다는 '영주의 직위에 있는 기사'인 것이다.
철혈군주는 차라리 기사문학 쪽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장르소설 독자가 갖고 있는 관념상의 영지물에 비한다면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제목에 군주가 들어가는 만큼 나중에는 좀 더 높은 지위에 이르고 더 많은 것을 아래에 두긴 하겠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런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암염광산 등 기존의 영지물에 나올법한 요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까.
◇ 독특한 분위기 ◇
수많은 판타지소설이 중세적 세계관을 차용하고 있으나, 그것이 실제의 중세상과 하늘과 땅만큼의 거리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단지 소설전개상 용이하기에 공후백자남의 작위제도를 도입하고, 봉건제를 채택할 뿐이다. 그 외엔 작가의 상상력이 힘을 발휘하는 영역일 뿐.
철혈군주는 좀 더 원색적인 중세상을 보여준다. 권력과 폭력이 지배하던 시대, 인간평등이란 단어는 우걱우걱 씹어먹던 시대, 스스로를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무엇보다도 힘이 필요하던 시대. 드래곤이니 마법이니 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한 채, 바닥에서 인간이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철혈군주는 현실적이다. 한겹 장막이 드리워져 있던 중세라는 시대를 눈앞에 들이대는 듯한 느낌이다.
그 일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조성빈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해부학적 묘사(-_-)라 하겠다. 피가 흩뿌려지고 살점이 튀고 이빨이 우수수 쏟아지고 뼈가 으스러진다. 화살은 주로 눈알에 맞는 일이 많은 것도 같고. 싫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런 폭력적, 원초적인 전투묘사가 조성빈님의 유사 중세적 세계관에는 딱 어울린다.
◇ 조금 더 다가서기 위해 ◇
너무 하드코어한 소설은 독자가 다가가기 힘든 법이다. 장르소설이라면 더욱 더. 그렇기에 적당히 대중적 취향을 고려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하겠다. 사람이란 복잡하면서도 단순해서 사실 바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들이다. 강한 무력, 매력적인 히로인(들), 통쾌한 행보, 기타 등등 대리만족을 충족시켜줄 만한 요소들. 그런 것들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삼류뽕빨소설이 되는 거겠지만, 거들떠 보지 않는 것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철혈군주는 놀라울 정도로 절묘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마치 콧대 높은 기생같은 느낌이다. 그 미모로 한껏 매력을 발산하지만, 쉽게 모든 것을 내어주지 않는다. 꽃향기에 이끌려 주변을 맴도는 동안에 미모만이 아닌 또 다른 매력을 차례차례 발견하게 되는 거다. 그처럼 작품 곳곳에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미끼를 물다보면 어느새 낚여있다고나 할까.
◇ 남자, 여자, 말 ◇
단 세명 뿐인 검성(Sword saint) 가운데 한명의 제자인 킬라드는 막강한 무력을 자랑한다. 초인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철혈군주의 세계관에서 본다면 정상급에 가까운 힘을 갖고 있다. 확고한 신념 아래 통제된 폭력, 나아갈 땐 거침없이 나아가되 멈출 때를 아는 킬라드의 행보는 독자 입장에서 참으로 속이 시원하다.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은 어떤가. 피가 섞이지 않은 여동생 세이린,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를 유지하는 아라스, 필요에 의해 다가왔으나 그 이상이 된 레오니아. (+ 티아, 멜리사, 기타등등) 모두가 매력적이며 개성이 뚜렷하다. 게다가 약간의 모에코드까지 엿보인다. 천연계열, 여동생계열, 변형된 소꿉친구계열 등. 무겁게 가라앉은 세계관과 약간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정말 필요한 최소한으로만 절제하고 있는데다 효과가 아주 좋기에 난 만족한다.
신마神馬 자카르를 빼놓아선 안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철혈군주 내의 베스트 캐릭터로 꼽고 싶다. 깨물어서 목줄기를 뜯어내고 발차기로 해골을 뽀개는 후덜덜한 포스에, 주인의 말을 알아듣는 영리함, 위기때마다 제몫을 해내는 센스까지. 정말 없어서는 안될 감초격 존재다.
◇ 전 투 묘 사 ◇
전투를 재미나게 그려내는 작가로 진부동님이나 쥬논님 같은 분들을 꼽는데, 조성빈님도 그 중 하나다. 특히 소규모 병력을 운용한 아기자기한 전술 구사에 능한 것 같다. (수백명 규모가 아기자기한지는 따지지 말자 ^^;) 하늘과 땅을 놀라게 하는 신기묘산은 없어도, 철저하게 현실을 살펴 적과 나의 장단점을 분석해서 작전을 세우고 수행한다. 전투는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며 화끈하게 피와 살이 난무한다.
◇ 총 평 ◇
내게 이 글은 만족스러운 경험였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흥미로웠고, 작가는 스스로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고 있었으며, 장점은 잘 살리되 단점은 보완하고 있었다. 철혈군주는 하나의 훌륭한 요리로 완성되어 있었기에 '바람'은 있을지언정 '불만'은 없었다.
최근 읽은 많은 소설이 레시피조차 숙지하지 못한 부분이 보이는 미숙한 음식이라면, 철혈군주는 정해진 레시피를 완전히 소화하고 한걸음 더 발전시킨 요리라고 하겠다. 난 이 음식만큼은 이 주방장이 최고라고 생각하기에, 다른 맛을 원한다면 다른 요리를 먹고 말겠다. 조성빈님께서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글을 써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706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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