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그니시스
작품명 : 리셋라이프
출판사 : 뿔
'왜 이런 작품을 여태 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작품은 오랜만입니다. 속칭 리셋물에 대한 편견 탓이겠지만, 아무튼 늦게라도 이런 작품을 놓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참고로 이 감상은 제 주관적인 감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겠습니다.
솔직히 말해 리셋라이프의 작가, 이그니시스님의 필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거슬리는 문장의 수는 결코 적지 않았고, 문장이 깔끔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완성되지 않은 필력을 매우고도 남을 장점들이 리셋라이프에 있기에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겠죠.
무엇보다 독자를 흥분시키는 문장 구성이 있어 리셋라이프를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하울링이라는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짧게 끊어지는 명사로 끝나는 문장의 적절한 사용은 독자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급기야는 폭발시키는 마력이 있습니다. 마치 영화의 절정에서 흐르는 장엄한 음악이 관객을 전율하게 만들 듯. 물론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 상 영화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감동을 느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또한, 리셋라이프만의 독특한 동시에 짜임새가 있는 내용의 구성이 좋았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의 전개에 있어 어색함이 없었고 흐름이 일관적이었기에 흔히 장르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산만함과 지루함이 별로 없었습니다. 요즘은 워낙 산만하고 모순이 많은 작품들이 많아서 1권을 완독하는 작품조차 드문 형편인데 말이죠.
다음은 리셋라이프의 유머입니다. 저는 그리 말장난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적재적소에 실린 유쾌한 유머는 책의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물론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작품을 접하면 행복을 느낀달까요? 리셋라이프의 유머는 분명 유쾌합니다. 간혹 어색하고 억지스러운 유머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유쾌한 대화는 저에게도 그들의 친밀함, 그들이 느끼는 행복의 부분을 나누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실 또다른 자신과의 조우와 리셋은 그리 드문 소재는 아닙니다. 실제로 저는 주인공이 대적에게 애증을 느낄 때부터 '설마?'하는 생각으로 봐왔는데, '역시'더군요. 하지만 흔한 소재 두 가지에 기반해 이토록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글을 풀어내기는 어렵습니다.
결론은...리셋라이프라는 작품,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읽는 내내 저는 즐거웠습니다. 물론 취향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만, 일단 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