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윤환전생(총 9권 완결)
출판사: 파피루스
작가: 김형규
윤환전생이란 책이 완결되고도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출판 초기에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렸던 작품이었고, 그것은 출판이 진행중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회귀’라는 소재는 사실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것도 삶 전체가 완전히 뒤엎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만이 분리되어 반복되는 것도 이미 다른 작품에서도 다루어진 소재다.
그런만큼 누군가에겐 이 책이 갖고 있는 전생이란 개념이 식상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윤환전생이 가진 매력인 ‘처절함’, 즉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와 구르고 또 굴르는 주인공의 험난한 생이 가미되어, 타 소설과는 다른 재미를 자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는 원인 중 하나인 요소이기에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감상이다.
책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러하다. 불행하고도 비참한 가정사로 인해 전쟁에 내몰린 삼류무사 명운이 그도 모르게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초월적인 보패, ‘무진억겁윤회륜’의 주인이 되어, 죽음을 맞이하면 당일 자시 정각으로 돌아오는 능력을 갖게 됐다.
회귀하는 그 순간, 죽음 당시의 상황은 모두 회귀된 시간으로 덫씌어져 사라지게 된다. 가령 몸에 입은 부상이나, 소모된 내공 등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러한 능력으로 전쟁중 몇 번이나 죽음을 맞이한 명운은 그때마다 다시 살아나게 되고, 피할 수 없을 것처럼 지독하게 달려오는 죽음을 회피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면서 발버둥친다.
그러나 이내 그것은 전쟁뿐만이 아니라, 무림 전체에 얽힌 잔혹사에까지 달하게 된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겁다. 약간 딱딱한 감이 없잖아 있는 필체의 영향도 크지만, 주된 원인은 정말이지 처절할 정도로 몸부림치는 주인공 명운 때문이다.
전쟁에 내몰린 상황이나, 결국 아군에게 배신당하여 적들에게 넘겨지곤 온갖 해괴한 실험대상이 된 것도 그러하고, 그 이후부터 계속되는 피냄새 진한 추격전과 주인공을 더욱 괴롭게 만드는 이들의 죽음. 총 9권 완결인데 무려 중반인 5권까지 주인공은 처절한 불행을 겪는다.
취향에 맞지 않는 독자들은 대부분이 여기서 거리감을 느끼고 하차할 것이다. 반면 필자는 오히려 이런 주인공의 행보가 흥미진진했다.
시체를 연상시킬 정도로 엉망인 몸을 이끌고 연이어지는 추격전과 사투를 이겨내고 도주하는 모습에서 어떻게든 살아나려고 발버둥치는 광기마저 느껴진다.
책 속의 인물들도 비슷한 감상을 내뱉곤 한다. 저놈 정말 미친놈이라고. 필자가 보기에도 그렇다.
어머니를 만나겠다는 의지만으로, 부인을 지키겠다는 집념으로, 그리고 자신을 하늘 아래에서 가장 불행하게 만든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한 자루 창을 든 남자의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불쌍해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을 너무 굴리고, 억지스럽게 불행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참 세상일이 그렇게 좋을대로만 흘러가진 않잖은가? 명운도 재수가 없기로니 최악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행들 속에서도 명운은 주저앉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명운의 인생은 굴러갔다. 궤적을 남기는 수레바퀴처럼 말이다.
현실도 그렇잖은가? 좋아하고 소중한 것이라도 영원히 그렇게 좋은 모습이리란 보장은 없다. 마찬가지로 빌어먹게 괴로운 일이라도 일단 버티고 보내고 나면 그저 삶의 자취가 된다.
그저 과거가 되고, 본인은 여전히 바쁜 도시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한 명의 대한민국 사람이 된다. 부적절한 비교일진 모르나, 결국 명운의 삶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 규모가 드라마적인 재미를 위해 극대화됐을 뿐이지 않은가?
윤환전생의 재미는 그러한 거라고 생각한다. 치열하게 생존해가는 명운과, 그가 맞서는 무림세계의 운명.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필자는 무척이나 재밌었다.
책에 아쉬운 부분들이 참 많았다. 잘못했다간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모를 대사도 그렇고, 몇몇 사건에는 상당히 개연성이 부족해서, 결말에 다가갈수록 중구난방이 되어 솔직히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거듭되는 죽음을 통해서 깨달은 강구책치고 납득되지 않거나 허술한 면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러한 것들을 다 감수할만큼 이 책에서 충분한 재미를 찾았다. 누군가에게 명작이 되었든, 수작이 되었든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이런 글을 써준 작가에게 감사하고, 더욱 멋진 차기작을 기대한다고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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