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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50 묵현사
작성
13.08.03 02:27
조회
5,223

작가 : 류재빈(말미잘)

출판사 : 파피루스

책 이름 : 왕은 웃었다.


**이 글에는 미리니름이 소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음, 정말 말 그대로 쉬어가는 한 권이었습니다. 외전이라 그런가 책 두께가 좀 얇은 것도 한몫했고요. 귀여운 캐릭터 삽화가 있는 책갈피도 눈정화를 시켜주더군요.


구성은 [외전1 - 외전1의 외전이자 쉬어가는 편 - 외전2 - 외전..이라고 하기는 좀 짧은 쉬어가는 편]으로 되어 있고요.  이야기 들어가기 전에 무무의 지도와 등장인물 설명, 지금까지의 줄거리 요약이 적혀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4권까지가 1부고 4.5권을 지난 다음이 2부를 시작하는 5권이기 때문에 배려를 담아 수록한 것 같아요.


외전 1의 이야기는 라야와 아기에, 기해가 진군위 가문을 나온 이후에 어떤 작은 나라에 방문하며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니, 이렇게 표현하기는 했는데 주어가 라야 일행인지는 좀 불분명합니다. 작가님이 블로그에 쓰셨던 말마따나 ’개미 눈곱’만큼 등장했거든요.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확실하지만 과연 라야 일행의 비중이 컸느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대답하기가 궁색합니다. 말 그대로 ’방문객’ 정도의 비중이라.


외전 1의 주인공은 나르숀이라는 이름의 한 여자아이입니다. 자기보다 예쁘지만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공주 같은(안 좋은 의미로) 언니와, 언니를 편애하는 어머니(그렇다고 해서 나르숀에게 안좋게 군다는 건 아니지만)와, 무뚝뚝하지만 가족을 걱정하는 아버지와, 등장 비중이 쩌리인 두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소녀죠. 자세한 줄거리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잘 짜여진 외전이었습니다. 중간에 라야 일행이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왕은 웃었다를 읽지 않은 사람들이 읽더라도 얘들이 주인공인지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포커스가 나르숀에게 집중되어 쓰여졌어요. 흔히 이런 외전을 쓰다보면 외전의 주인공이 본편의 주인공에게 밀려 쩌리가 되버리는 현상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삘은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작가님이 아기에와 라야, 기해 같이 안 좋은 의미의 가족만을 써오셨던 것과는 다르게 나르숀의 가족은 나름대로 평범했습니다. 나르숀의 언니는 좀 얄밉고 어머니도 약간 속터지는 면이 있지만 뭐 형제자매를 편애하는 부모님이 드문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준수하죠. 나름대로 훈훈했습니다. 마지막엔 그 언니도 어느정도 반성하는 것 같았고요. 마지막엔 사랑도 얻고 나라도 안전해지고 해피엔딩을 맞았으니, 음. 좋군요.


다음으로 이어지는 외전 1의 외전이자 쉬어가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입니다. 그냥 외전 1의 배경이 되는 나라를 나온 라야 일행의 짧은 이야기인데요. 라야가 아기에의 재능 하나를 발견하는 편이죠. 몇 페이지 내외로 끝날 정도로 짧은 이야기니 이 부분은 패스.


외전 2는 한 여인의 과거 편입니다. 읽다보면 연두색 머리라는 부분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이 진왕 진화가 주인공인 외전이죠. 사실 처음에는 유추하기 어렵습니다. 중후반부에나 등장하는 복선이라서요.


처음엔 정말 훈훈하게 흘러갑니다. 좀 호구같지만 착하고, 인정많은 부부가 딸을 낳지요. 그런데 그 딸은, 놀랍(지 않)게도 왕이었습니다. 처음에 뛸듯이 기뻐하던 부부는 1, 2권과 함께 출간된 외전에 나왔던 불행한 남자와는 다르게 딸이 왕이라는 걸 밝히지 않고 비밀로 합니다. 하지만 교육만은 철저하게 시키죠. 암군이 아닌 현군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학자를 초빙하여 교육시킵니다. 하다못해 아이가 부모를 닮아 너무 순하자 그녀를 보좌할 아이를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찾아 영악하고 교활한 아이 하나와 세상 흐름을 아는 현명한 아이 하나를 입양하기까지 하지요. 그리고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꽃을 좋아하는 소녀로 자란 여자아이는 17살에 각성하여 함께 자란 두 소녀를 군위로 맞아들인 뒤  ’화‘란 이름의 나라를 세우고 자애와 사랑으로 훌륭하게 다스립니다. 그리고 그 소문을 듣고 마찬가지로 왕으로 태어난 딸이 있는 거상이 딸의 교육을 맡기고자 그녀를 찾아오게 되지요. 이게 외전 2의 도입부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구나 예상하시듯 거상의 딸 백아가 바로 진화지요.


음음, 2권에서 가문에서 홀대받는 라야에게 잘해주는 모습에 호감을 가졌던 진화였는데, 이 외전을 읽으면서 그 호감이 더 짙어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영리하고 정의로운 소녀 그 자체더라고요. 지나치게 순수해 미움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화왕과는 다르게 진화, 아니 아직 각성하지 못했으니 아명인 백아라 불러야겠죠. 백아는 화왕이 잘못되게 법을 집행하는 모습을 보며 그 이면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억울함과 증오, 비참함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합니다. 그리고 친하게 지내던 궁녀가 죽음의 위기에 몰리자 마침내 웅크렸던 몸을 일으키고 찬탈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위험을 감수하며 화왕에게 직언을 올리죠. 그 와중에 각성할 뻔했지만 자신의 왕이 찬탈당하는 것을 막으려는 군위 때문에 캐스팅이 캔슬당하는 안타까운 일도 겪지만요.


마지막의 마지막에 피해자들이 무슨 고통을 겪었는지를 겨우 깨달고 자결한  화왕, 가족을 모두 잃고 왕의 잘못된 판결에 분노하여 복수를 꿈꾸는 이수, 마침내 물이 말라버린 나라에서 고통받던 사람들을 떠나보낸 백아, 그리고 군위의 맹목적인 모습을 두려워하는 백아에게 진군위의 존재를 알려주는 궁녀 갠지. 외전 2의 주연들은 이 네 명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진짜 미움을 모르기에 진짜 용서조차 알지 못했던 화왕이지만, 그것이 마냥 그녀의 잘못만은 아니었죠. 부모님의 교육이 애초에 그런 것이었고, 부모님이 그녀를 걱정하며 데려온 두 아이는 군위가 되는 바람에 왕의 판단에 반대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오십 년이 넘는 세월을 그런 방식으로 살아오던 그녀에게 자신이 잘못되었고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은 정말로 큰 일이었을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나라를 결국 말아먹은 그녀가 잘했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화왕에게 결국 복수심을 품고 수많은 국민들의 불행을 무시하면서까지 그것을 실행하는 이수도, 궁녀의 몸으로 왕을 규탄하는 모임에 참여하여 당당하게 왕과 맞서는 갠지도, 찬탈자가 되어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고통받는 자들을 위해 나선 백아도 모두가 사연이 있고 감정이 있는, 생동감 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결국 복수극이 끝나고, 마침내 다들 아시는 진화 왕과 진군위 가연의 첫 만남이 예고되며 외전 2는 끝이 납니다. 아직 각성하지 못한(캔슬당한) 백아는 잿더미가 되어버린 화국을 재건하기 위해 애쓰고, 아직 풋풋한 소년이던 가연은 여왕이 홀로 있다는 말에 그곳을 찾아가고, 가연과 동행하는 하인 로퓐은 2권에서 보여준 치사하고 밉상인 이미지와 다르게 연속해서 어리버리하고 얼빵한 실수를 저지르죠. 아, 사실 갭이 너무 커서 다 읽고 한참 뒤 이 글을 쓰면서 간신히 떠올렸어요.  “참, 생각해보니 가연 어린 시절에 같이 돌아다니던 하인 이름이 로퓐이었지.” 뭐 이러면서요. 하하.


그렇게 4.5권의 절반 가량 되는 분량을 차지하던 외전 2가 끝나고, 종장이자 쉬어가는 부분인 ‘기해가 보는 세상’이 나옵니다. 음, 외전 1에서 여전히 괴롭힘을 당해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기해를 초점으로 맞춘 몇 장 내외의 외전인데... 외전 2를 보며 격랑에 빠졌던 마음이 정화되는 구간입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동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벌레라는 형태의 환상을 보며 괴로워하는 기해가 아기에와 라야와 함께 있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어렴풋이 나옵니다. 그냥 읽으면서 정화되시라는 말씀밖에 못드리겠네요.


이렇게 4.5권이 끝나고, 아마 다음 5권에서는 송백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2권 말미에 진곡력 501년으로부터 2년 뒤 송백이 흔들리며 진화의 권위가 추락하기 시작한다는 부분이 나오지요. 그리고 5권을 읽기 위해 꼭 읽어야 한다는 외전 4.5권에서는 진화의 과거를 몹시 비중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전 한 6권에나 나올거라 예상했는데, 이렇게 되면 5권에 나올 확률이 몹시 높아졌군요. 아마 2권에 나왔던 진화가 마음 먹은 어떤 일과 관련해서 라야 일행이 얽힐 것 같습니다. 그 이상의 예측은 저로서는 어렵네요.


그런데 텀이 너무 길어요! 4.5권 나오는데 반년가량 걸렸으니 5권은 내년에나 읽을 수 있는 건가요? 혹시 작가님 이 글 보시면 제발 5권은 좀 빨리 내주십사... 간절하게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플리즈!


참, 재탕하다가 발견한 건데 왕웃은 전10권 완결예정이라 합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53 wnsdlwns..
    작성일
    13.08.03 08:28
    No. 1

    4권 담권이 나왔군요+,+ 외전인게 조금 아쉽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KongA
    작성일
    13.08.18 01:10
    No. 2

    10권 완결예정이라...뭔가 벌써부터 아쉽네요.. 5권소식 찾다가 4.5권의 존재를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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