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연의 고무림 기행 (3) 장자몽, “취접”
정규 연재란을 뒤적뒤적이다가, “취접”이란 글을 만났다. 필자가 이 글을 일독해 보기로 마음 먹은 건, 아마도 장자몽이란 작가의 운치 있는 필명과 … 혹 본명일지도 (-_-;;) … 그리고 무엇보다 “취접”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연재의 변에 작가는 “간장과 막야가 숨겨져 있는 병기점에 부엌칼 하나를 던진다,”고 말한다. “취접”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까닭도 단지, 그 단어에서 느껴지는 말할 수 없는 경박함 때문이라 말하는 장자몽은, 그러나 글의 서장부터 “전혀 경박하지 않은” 솜씨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일인칭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한 이야기의 서두는, 한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순간을, 그리고 그 순간의 심리를 간결하지만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앞으로 전개될 “취접”의 행보를 훔쳐 보는 듯한, 정말로 기이하기 그지없는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시작부터 지금껏 독자들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소간협담”의 주인공, 뇌류흔을 등장시킨다.
간과 담의 기능이 선천적으로 약한 사람은, 겁이 많고 용기가 없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될 법한 설정이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설정 자체의 리얼리티 여부를 떠나서, 현재까지 이야기의 흐름 상, “취접”은 뇌류흔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로드 무협 + 복수 활극이 될 공산이 큰데, 이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화하는 인물의 심리 묘사가 글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뇌류흔이 시종일관 “소간협담”의 겁 많은 성격인 채, 아슬아슬 강호를 떠돌아다니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면야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가 어떻게 치명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체 결함”을 극복하고 “탈태환골” 하느냐, 는 부분에서 “취접” 전체의 개연성이 크게 위협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시점까지의 (06/15/04) 연재 분량에서 필자는 이와 관련된 눈에 띄는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고, 또한 언제나 강조하는 바, 글이 완결되지 않은 이상, 더욱이 “취접”처럼 이제 갓 한 권 분량이 채워졌을 뿐인 글을 두고 이러한 면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다만 이것은, 필자의 극악하도록 제멋대로인 취향을 거의 완벽에 가깝도록 만족시켜버린 “취접”이란 무협과 그 작가에게 드리는, 결국 필자의 노파심에서 불거진 흰소리라 보아도 좋다.
자. 그럼, 필자가 이렇게까지 푹- 빠져버린 “취접”이란 무협의 매력은, 그래,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취접”을 접한 독자가 – 이건 전적으로 필자의 생각이지만 –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가장 큰 까닭은, 바로 장자몽의 “이야기 하는 재주” 탓이다.
장자몽은 이야기꾼이다. 이것은 다분히 좋은 의미다. 필자의 절대적이고 상대적이며 게다가 제멋대로이기까지 한 기준에 따르면, 이 “좋은 이야기꾼”에는 대개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현란하고 기발한 손짓, 발짓은 물론이요, 감탄할 정도로 미려하고 공을 들인 수사에다가 이야기 속에 감정의 굴곡을 진하게 섞는, 이른바 “촉산형”이 그 한 유형이라면 다른 하나는, 우리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들려주던 호랑이 담배 피우는 옛날 이야기처럼, 수수한 듯 하면서도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래서 더 구수하게 느껴지는 소위, “장강형”이 그것이다.
작가 장자몽은 “장강형”의 이야기꾼이다. “취접”이 분명 내용 상, 상당히 전개가 빠르고 거침 없으며, 때때로는 마치 제트코스터를 탄 것처럼 정신 없이 달려나가는 면이 확실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받은 전체적인 글의 첫인상은 “묵직하다,”였다.
그가 말하는 강호는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결코 식상하지 않고, 마치 예전에 읽었던 중국 무협과 비슷한 향기를 안고 있지만, 고루하지 않다. 그리하여 결국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됨과 동시에 신선한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이다.
화려한 비유나, 참신한 문장은 없어도, 장자몽의 글은 그렇기에 이토록이나 매력이 있는 것이다. 아마도. 분명히. 그리고 그 실력이 한껏 발휘된 “취접”, 이 평범하지 않은 무협은 확실히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언젠가 본 적 있는 권법 요결에서는, “내력의 공부가 정심하면, 내지르는 권에 실린 힘은 맹렬하나, 뜨는 바가 적고 가라앉는 바가 많다,”고 하였다. 억지로 비유하자면, “취접”의 내용 전개는 비록 거침 없고 시원한 바가 있으나 문장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묵직하고 짜임새가 있으니, 과연 작가 장자몽은 고수라 할 만 한 것이다.
…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랄 터이지만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필자의 못난 글재주 탓에 오히려 사족이 될 듯 하여 몹시 저어된다. 마지막으로 본문의 한 부분을 살짝, 정말 살-짝, 보여드리며 정규연재란, “취접”으로의 초대장을 자격도 없는 필자가 감히 고무림 동도들께 전해드린다.
… (전략)
바람에 펄럭이는 백삼자락과 머리를 질끈 동여맨 머리띠와 어울려 같은 남자가 보아도 가슴이 사무치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럴 때 보는 뇌류흔은 그야말로 화려한 날개를 접고 고요하게 내려앉은 한 마리 나비 같다는 생각을 엽관은 지울수가 없었다.
이럴 때의 뇌류흔을 목도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래서 뇌류흔을 취접(醉蝶)이라 불렀다. 모르는 나머지 대부분은 호부견자(虎父犬子)라 불렀지만….
… (후략)
- 본문 중, 第 二 章. 虎父犬子 (1) - ①
장자몽의 “취접.”
고무림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좋은 글, 좋은 무협이다.
멋진 무협을 읽게 해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와
조악한 감상평을 쓴 것에 대한 사죄를 동시에 드리며,
장자몽님의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유월 십오일,
망 연 배상.
~ Works Cited ~
1. 장자몽, “취접.” Feb 29, 2004 “Go! 武林” June 15, 2004
<http://www.gomur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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