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비슷한 주제의 글을 올린적이 있지만...
뛰어난 완성도에도 의외로 대중들에게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영화판에서는 그런 것을 가르켜 '악마의 걸작'이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물론 무협작품중에서도 그런 숨겨진 걸작들이 있고 재평가를 받아야 할 작품들이 있습니다. 저는 대표적으로 꼽고 싶은 작품이 한상운님의 작품들(독비객, 무림맹 살인사건 등)과 유재용님(청룡장, 청룡맹)을 꼽고 싶습니다.
오늘은 이 중 유재용님의 청룡맹을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유재용님의 청룡맹은 청룡장의 스토리를 이어갑니다.
즉 백오, 대덕, 혈마등의 전대고수뿐 아니라 쥔공격인 소천마저 이야기의 중심에서 상당히 밀려있어 전편에 이은 소천의 활약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실망스러울수밖에 없지요.
즉 무협의 핵심 카타르시스인 쥔공의 영웅담을 이끌기에는 이야기의 중심축인 강위가 많이 부족합니다. 더우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철저한 사건중심의 흐름이고 그러다보니 등장하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사건에 동원되는 캐릭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게다가 필체가 좀 어렵기까지 하지요. 이런 부분들이 청룡맹이 소수 매니아들을 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주된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벗뜨..
전 청룡맹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면서 감동을 느꼈습니다.
제 직업이 '게임을 만드는 일'이니 '게임'에 비유를 해 보겠습니다.
디아블로, 리니지류의 RPG게임만을 하던 사람이 어느날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를 하라고 하면 못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RPG게임과 RTS게임은 전혀 다른 쟝르이기 때문입니다.
RPG게임이 내 하나의 캐릭(주인공)과 혹은 파티, 길드원(조연)들에 의해 게임속 세상에서 지존이 되는게 주된 목적이라면 RTS게임은 효과적인 자원채취와 병력운용(전술)을 통해 승리하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즉 게임의 목적자체가 좀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청룡맹과 거의 흡사한 시대관을 가지고 있는 쟁선계를 보면 전형적인 RPG게임의 구성으로 석대원과 그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인간과 강호의 온갖 희노애락을 담았다면 청룡맹의 경우는 각 조직이 어떤 전략적 움직임으로 서로의 전술을 예측하고 견제해가며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즉 쟁선계가 인물중심의 무협이라면 청룡맹은 사건중심의 무협인 것입니다.
RPG게임만 하던 사람이 RTS게임을 하면 적응하기 힘든 것처럼 우리가 늘상 접하던 인물중심의 무협을 읽다가 사건중심의 무협을 읽으니 좀 적응이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러나 조금만 적응이 되면 청룡맹은 만만치 않은 작품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하나의 전쟁을 위해 각각의 유닛(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작전펼치고, 싸우는가의 과정과 거대병력이 직접 맞부딪혔을때의 긴장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죠..
가장 압권이었던 대목을 저는 양산월의 부대와 황군이 무림인들을 동원해가며 각종 첩보전, 보급전을 통해 전투하는 장면과 청룡장과 일본왜적선이 벌이는 해전을 꼽고 싶네요. 어찌나 긴장감이 넘치고 치밀한지 정말 감탄을 금할길이 없었습니다.
다만 청룡맹에도 단점은 여러사람들이 지적한바와 같이...
수레를 이용한 진법의 운용과 마지막 소천의 무공대결등이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그려져 전혀 머릿속으로도 그려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숨은 세력이 있었고. 막판에 한번에 정체가 들어나니 약간은 용두사미격의 마무리가 되지 않았나 아쉬어 해 봅니다.
다만 청룡맹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재평가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보여지며
이런류의 새로운 시도가 무협이라는 쟝르가 보다 다양한 작품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할 수 있으리다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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