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독자로서 무협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를 분류한다면...
글의 소재와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는 작가와 캐릭터들을 잘 뽑아내고 이들의 행보를 통해 글 자체를 워낙에 맛깔(?)스럽게 쓰는 작가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전자에 해당하는 분을 꼽자면 설봉님을 꼽고 싶고, 후자에 해당하는 분을 꼽자면 청룡장시리즈를 쓴 유재용님을 꼽고 싶다. (이런 비유를 했다고 설봉님이 필체가 딸리거나 유재용님이 이야기를 잘 풀어가지 못하는 거냐 라는 식의 극단적 태클은 사양합니다. 둘다 제가 애독하는 존경하는 작가들입니다..)
그런데 간혹 이야기를 풀어가는 너무도 재밌으면서 필체 또한 절정에 이르른 고수들이 있으니 제 경우 그런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좌백님, 이재일님을 꼽습니다.
좌백님의 천마군림과 비적유성탄의 연재가 주춤한즈음 무려 8년째 만들어지고 있는 쟁선계를 읽는다는 것은 제게 있어 대단한 기쁨임에 틀림없습니다.
오죽하면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기다리기가 힘들어서 직접 교보문고에 가서 직접 양장본을 구입하고 있으니까요.....
각설하고 이번 쟁선계 8권은 그간 이재일님의 무협에 모든 내공이 쏟아부은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야말로 한권에 책에 희.노.애.락의 감정이 다 들어가 있네요....
보통 작가가 한편의 소설을 쓸때 글의 분위기라는 것이 정해지기 마련입니다.
마치 영화에서 코미디냐, 액션이냐, 멜로냐 하는 식의 쟝르구분이 있듯 무협이라는 큰 쟝르속에서도 비장미가 부각될지, 유쾌하고 통쾌한 행보가 부각될지 결정되고 그 분위기에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이재일님의 작품은 전혀 그런것과 무관하게 어느때는 비장하게, 어느때는 더없이 슬프게, 어느때는 코믹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번 쟁선계8권의 주 내용은 금부도에서의 작전입니다........
그속에 얼마나 많은 캐릭과 숨은내용이 숨겨져 있음에도 전혀 무리없이 각기 다른 캐릭터가 조화해서 정말 상상하던 강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저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연재서문에 나왔던 좌백의 '한국 무협사에 걸작 5편을 꼽으라면 언제나 쟁선계가 들어갈 것이다'라는 말은 전혀 과찬이 아닌 사실인 것입니다...
특히 여지껏 악의 온상으로만 나왔던 비각의 비영들 중...
금청위와 허봉담의 인간적 고뇌와 죽음은 강호의 비정함과 인과응보를 너무도 적절하게 표현해서 가슴이 아플정도였습니다.
언제 연재가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쟁선계의 마지막장을 덮으면 작가만큼이나 마음이 짠해질 독자가 될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Commen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