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영님의 소설을 재밌게 읽다가 잠깐 황규영님은 과연 무협소설을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황규영님의 무협세계는 기존의 세상이 아닌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소림사, 무당파 이름이 존재한다고 해도 사실 우리가 아는 소림사가 아니죠. 개념만 따온 거고, 나라와 역사, 지역, 아마 대륙모양도 틀린 지구가 아닌 다른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다못해 문자도 한자가 아닌 모양입니다. 황규영님의 소설은 철저히 쉽게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의 취양에 맞추어져 있어서 황규영님이 정말 프로작가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합니다. 많은 아직 성공하지 않은 작가님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세상을 쓰고 좋아하는 내용을 쓰시는데, 황규영님은 철저하게 독자에게 맞추시는 것 같으니, 프로작가로서 존경하지만, 과연 그 세계를 좋아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용님의 무협관도 생각하게 되네요. 김용님은 신필이라고도 불리는데, 요즘분들은 사실 취양에 안 맞겠지만, 그래도 신필이라고 불리는 것은 수긍하실수 있을겁니다. 그 이유는 선구자적이다라는 것보다 그 놀라운 세계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용님의 소설은 대부분 역사상의 사실과 무협세계를 일치시켰습니다. 허구적인 무림인들의 생활이 역사적인 사실과 일치하고, 주인공의 행동이 역사에 관여하는데 그래서 영향을 받은 일은 실제로 역사상의 일로 남아 있죠. 역사상의 미스테리를 무협소설의 주제로도 쓰시구요.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으라고 한다면, 솔직히 지루하게 느껴질것 같습니다. 요즘의 감각적인 소설에 익숙해져서....조금 슬픈 느낌입니다.
아무튼 김용님이 그렇게 열심히 현실과 일치시켜 놓은 덕분에 (그리고, 실제로 강호가 중국에 존재하므로) 그 후에 나온 무협세계는 사실상 실제세상의 평행세계 정도로 많은 작가들이 영향을 받아 쓰시게 되었죠.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은 무의식중에 중국과 일치시키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황규영님은 거의 영향을 안 받으셨더군요. 작가로서 오히려 많은 자유도를 얻은 것이지만, 그래서 궁금한 겁니다. 과연 황규영님은 무협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일까하는 의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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