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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푸른이삭2
작성
04.03.02 17:35
조회
502

홍세화, 2004.1.26. 진보누리에서

그대는 대학에 입학했다. 한국의 수많은 무식한 대학생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대는 12년 동안 줄세우기 경쟁시험에서 앞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수학 공식을 풀었으며 주입식 교육을 받아들였다. 선행학습,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학습노동에 시달렸으며 사교육비로 부모님 재산을 축냈다.

그것은 시험문제 풀이 요령을 익힌 노동이었지 공부가 아니었다. 그대는 그 동안 고전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대의 대학 주위를 둘러 보라.

그 곳이 대학가인가? 12년 동안 고생한 그대를 위해 마련된 '먹고 마시고 놀자'판의 위락시설 아니던가.

그대가 입학한 대학과 학과는 그대가 선택한 게 아니다. 그대가 선택 당한 것이다. 줄세우기 경쟁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알게 해주는 그대의 성적을 보고 대학과 학과가 그대를 선택한 것이다.

'적성' 따라 학과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성적' 따라, 그리고 제비 따라 강남 가듯 시류 따라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그대는 지금까지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은 고전을 앞으로도 읽을 의사가 별로 없다.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 학생은 영어, 중국어를 배워야 취직을 잘 할 수 있어 입학했을 뿐, 세익스피어, 밀턴을 읽거나 두보, 이백과 벗하기 위해 입학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어학원에 다니는 편이 좋겠는데, 이러한 점은 다른 학과 입학생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문학의 위기'가 왜 중요한 물음인지 알지 못하는 그대는 인간에 대한 물음 한 번 던져보지 않은 채, 철학과, 사회학과, 역사학과, 정치학과, 경제학과를 선택했고, 사회와 경제에 대해 무식한 그대가 시류에 영합하여 경영학과, 행정학과를 선택했고 의대, 약대를 선택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그대의 무식은 특기할 만한데, 왜 우리에게 현대사가 중요한지 모를 만큼 철저히 무식하다. 그대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민족지'를 참칭하는 동안 진정한 민족지였던 <민족일보>가 어떻게 압살되었는지 모르고, 보도연맹과 보도지침이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

그대는 민족적 정체성이나 사회경제적 정체성에 대해 그 어떤 문제의식도 갖고 있지 않을 만큼 무식하다.

그대는 무식하지만 대중문화의 혜택을 듬뿍 받아 스스로 무식하다고 믿지 않는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읽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무식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문화가 토해내는 수많은 '정보'와 진실된 '앎'이 혼동돼 아무도 스스로 무식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물며 대학생인데!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에 익숙한 그대는 '물질적 가치'를 '인간적 가치'로 이미 치환했다.

물질만 획득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 자신의 무지에 대해 성찰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그대의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그대가 무지의 폐쇄회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그대에게 달려 있다. 좋은 선배를 만나고 좋은 동아리를 선택하려 하는가, 그리고 대학가에서 그대가 찾기 어려운 책방을 열심히 찾아내려 노력하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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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패러디 만화로 알려진 리디폭스님의 홈페이지 칼럼게시판에 올라가 있는 것을 퍼왔습니다.

대학생활을 돌아보니 공감이 가는 면이 많네요.

인간이기 보다는 공부하는 기계를 길러냈던 초중고 생활.......

대학생활이라고 별반 나은건 없었던것 같군요.

교양과목이라고 들은 것들도 결국은 점수를 쉽게 얻기위해 들었던 것들....


Comment ' 7

  • 작성자
    가영이
    작성일
    04.03.02 18:23
    No. 1

    하긴 그렇지요.. 솔직히 국어교과서 지문으로 나온 책들 중 읽어본 것이 몇 권이나 될까 생각합니다.
    봄봄이나 난쏘공 같은 건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 -ㅁ-
    옛날 책이라 구하기도 어렵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GUIN』귄
    작성일
    04.03.02 18:34
    No. 2

    음... 그렇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 Raptr
    작성일
    04.03.02 20:10
    No. 3

    난쏘공은 구하기 쉽지 않나요?(봄봄은 잘 모르겠지만..)
    난쏘공 1년전 고등학교 입학때 필독서라고 나눠준 프린트에 있길래 집앞 서점가서 샀는데 ..(읽어보지는 않았다는 ..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永世第一尊
    작성일
    04.03.03 00:30
    No. 4

    그렇네요... 공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큰곰
    작성일
    04.03.03 00:38
    No. 5

    음... 봄봄은 김유정의 그 봄봄이겠죠? 순간적으로 고등학교때 디*돌의 학습지 생각이 났다는--;;; 암튼 '봄봄'은 그리 긴 분량이 아니라 왠만한 단편소설집(물론 '고교생을 위한' 이런 딱지가 대부분 붙어있지만^^)에 다 있구요. 난쏘공은 최근 다시 재간 된 것도 같던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한척
    작성일
    04.03.03 02:54
    No. 6

    사실 저도 읽은 책이 거의 없는 무식한 사회인이긴 하지만..난쏘공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저의 몇 안되는..감명깊게 읽은 책들 중의 하나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군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횡소천군
    작성일
    04.03.03 14:23
    No. 7

    뭐니뭐니해도 중고등학교땐 세계문학전집 및 한국문학전집 같은 책들이 가장 낫나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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