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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사르는 그릇, 향로

작성자
Lv.82 냉면철담
작성
03.09.12 22:42
조회
1,478

향을 사르는 그릇, 향로

피어나는 향기에 번뇌는 사라지고...

김창균(문화재전문위원)

향로가 지니는 문화적 의미 향로의 발달 과정

재료와 형태에 따른 구분 향로에 담긴 옛 사람들의 미의식

하늘과 조상을 받들고 부처를 섬기던 동양에서 향로는 매우 중요한 의례도구였다. 향로에는 온갖 더러움과 세속의 번뇌를 씻어 내어 청정한 마음을 얻게 됨은 물론 그 공덕으로 바라는 바를 얻으려는 기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향로는 손조들의 미적감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뛰어난 예술품이기도 하다.

향이란 '향내가 나는 물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몸에서 나는 여러 가지 냄새, 즉 입 냄새나 몸때의 냄새, 땀 냄새 등을 제거하고 심지어는 집안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갖가지 좋지 못한 냄새의 기운을 제거하기 위하여 일찍부터 애용해 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향을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도향(塗香)과 소향(燒香) 두가지가 있다. 도향은 좋은 향을 가루로 만들어 깨끗한 물과 혼합한 다음 몸에 바르거나 뿌려 향내가 나게 하는 방법을 말하며, 소향은 향을 피워 연기를 쏘임으로서 향내가 몸에 베이게 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이 두 가지 방법 가운데 소향의 방법에는 향을 담아서 불을 사를 그릇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니 그것이 곧 향로이며, 분향 기구의 총칭이다. 이 향로는 또한 향을 사른 향불 연기를 쏘이게 한다 하여 훈로(燻爐, 薰爐)라고도 부른다.

향로가 지니는 문화적 의미

예부터 향을 피우는 풍습은 나쁜 냄새를 사라지게하고 부정(不淨)한 것을 없애 준다고 여겨져 동, 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행해져 왔다. 특히 동양에서는 자연숭배와 샤머니즘의 발달, 조상과 시조신(始祖神) 그리고 하늘에 대한 제사가 성행함에 따라 제기(祭器)의 일종인 의례 도구로서 향로가 지니는 의미는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부처나 보살 앞에 공양물을 올리는 공양구(供養具)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불교의 향로는, 향 공양이 여러 공양물 가운데서도 항상 깨끗한 마음자세를 지니고 지극한 존경심을 나타내고자 하는 공경공양(恭敬供養)으로 널리 행해지면서 가장 주된 공양구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다지게 된다.

본래 불교에서 말하는 '공양'의 참된 정신은 대승불교의 수행 덕목인 육바라밀 중 '베풂'과 깊은 관계를 지닌다. 즉, 물질적으로 가난한 자에게는 재물ㅇ르 베풀어주고, 마음이 풍요롭지 못하고 옹졸한 자에게는 부처의 가르침을 베풀어 항상 마음을 여유롭게 하며, 두려움에 차서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해 주어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세상을 살게 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본래의 의미보다 불전에 향 공양을 함으로써 마음의 때인 번뇌망상(煩惱妄想)을 말끔하게 씻어 내고, 그 공덕에 의하여 불, 보살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는 기원으로서의 의미를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하겠다.

어떻든지간에 불전 공양구로서의 향로는 향공양이 가장 으뜸으로 널리 행해지면서 그 비중이 점차 커져 가고, 마침내 향로에 '부처님께 올리는 글 발원문(發願文)'을 남기게 되며, 불교 의식법구 중에서도 항상 중앙에 배치되기에 이른다.

향로의 발달 과정

일찍이 도교와 유교의 발달과 더불어 제사와 제천(祭天)의식이 성행하고 불교의 전래로 불교미술이 크게 꽃을 피웠던 중국에선, 종교의 구분없이 주나라 말기부터 구체적인 모습의 향로가 출현하기 시작한다. 이후 한나라 때에는 박산(博山)모양의 향로가, 그리고 남북조시대에 이르러서는 자루 달린 병향로(柄香爐)가 유행하게 된다. 수나라와 당나라 때에는 고동기(古銅器)의 형태를 모방한 방형(方形)향로를 비롯하여 솥 모양의 정형(鼎形), 다리가 셋 달린 삼족형(三足形), 화로 모양의 화사형(火舍形) 등의 향로가 자리를 잡아 송, 원, 명 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불교의 발생지인 인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 불교의 향로는 당사에 사용했던 독립된 형태의 향로가전 전해지지 않아 각종 불교 조각에 보이는 향로의 모습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따름이다.

불교를 공식적으로 수용한 이래, 삼국시대에는 각기 많은 사찰들이 건립하였다고 하였으니 향공양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며, 향로의 형태 또한 중국과 거의 유사한 면을 띠고 있어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리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지금껏 삼국시대의 향로는 한 점도 발견되고 있지 않아 어떠한 형태의 향로들이 사용되었었는지 정확한 파악은 어렵다. 다만 영화(永和) 13년(357년)이라는 명문이 있는 안악3호분의 향로 그림, 서기 400년 전후로 추정되는 장천리 1호분의 <예배도> 본존불 대좌의 향로 그림, 쌍영총<인물행렬도>의 향로 그림 등 고구려 고분벽화의 예들과 1994년 부여 능산리 고분에서 발견된<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를 통해 볼 때 삼국시대의 향로는 삼국 공히 박산 모양의 향로에 바탕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원통형과 병형 향로 등도 함께 유행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특히 통일신라시대까지 간접적이나마 계속 보이고 있는 병형 향로는 이를 충분히 짐작케 해준다.

그러나 한두 예를 제외하고는 거의 실물이 남아 있지 않다. 아마도 그 까닭은 금속제보다 앞서 만들어졌을 토제(土製)나 자기제(瓷器製)라는 재료의 내구성(耐久性)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고려시대에 접어들면 박산형과 병형 향로는 모습을 감추고 고배형(高杯形) 향로가 새롭게 등장하여 조선시대까지 이어지게 되며, 마침내 우리나라의 불교 향로를 대표하기에 이른다. 향로는 어떠한 종교적 성격과 의미를 지니고 있든 간에 그것을 만드는데 어떠한 재료가 사용되었고,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슨 용도로 사용하였느냐에 따라 세 가지 종료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재료와 형태에 따른 구분

고려시대에는 금속공예의 발전으로 금속제 향로가 매우 다양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근본은 흙으로부터 출반한다 하겠다.

금속제 고배형 향로의 빝바탕이 된다고 보여지는 토제 고배는 제사의식구의 주종을 이루어 부처님 전에 제사(공양)하는 도구로 대체되어 전용(顚用)되었음직 하지만, 쉽게 부서지는 재료의 특성상 큰 유행은 하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흙과 더불어 가장 얻기 쉬운 목제 향로 역시 오래 전래되지 못하고 사용에 한계가 있는 재료의 성격상 언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어떤 모양을 하였는지 알기 어렵다.

흙과 나무에 비해 더 진전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도자제로 비교적 고급스럽고, 자유롭게 형태의 아름다움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오늘날 아름다움과 기품을 한껏 뽐내고 있는 고려시대의 각종 청자향로들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강한 내구성으로 인하여 가장 많이 사용된 재료는 금속이다. 그 중에서도 청동(靑銅)은 성형이 비교적 용이하고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어 애용되었으며, 박산형을 시작으로 병형, 상형(象形), 삼족형, 정형, 화사형, 방형, 등형(燈形), 고배형 등 실로 다양한 향로들이 남아 있다.

향로는 재료에 상관없이 그 모양과 구조적인 측면에 따라 거향로(居香爐)와 병향로, 현향로(懸香爐)로 나뉘어진다. 거향로는 불단(佛壇)등 어떠한 장소에 안치하여 향을 공양할 때 사용하며, 병향로는 들고 다니기에 좋도록 길다란 손잡이가 달려 있다. 병향로는 불, 보살 전에 향 공양을 할 때나 행렬을 선도(先導)할 때 사용된다. 벽이나 기둥 같은 곳에 걸어 둘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현향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실내나 개인들이 사용하는 방의 냄새를 소멸할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그 형태는 주로 밑이 둥근 그릇 모양에 뚜껑이 있고 고리가 달려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향로는 재료와 형태는 물론 그 쓰임새에 따라서 불단용과 완향용(玩香用), 의식행렬용(儀式行列用)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불단용 향로란 신앙의 대상이 불·보살님께 향을 공양하기 위하여 불단에 안치하는 일종의 예배용(禮拜用) 향로를 말한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거향로는 이에 속하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고배형 향로이다. 이 불단용 향로는 불전에 배치되는 것이니만큼 아주 소중하게 취급되었음은 물론이거니와, 거의 모든 고배형 향로에는 발월문을 새기는 것이 하나의 특징으로 나타난다.

완향용 향로는 불교 의식보다는 수도자 개인의 정화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 예부터 사원의 풍습 중 승려와 이승은 몸에 향을 바르지 못하게끔 되어 있어 몸이나 방안에서 풍기는 좋지 못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는늘 가까이에 향을 피우거나 또는 몸에 지니는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물론 냄새의 제거와 함께 항상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있는 것이다. 벽이나 기둥에 걸어 두는 현향로도 넓은 의미에서는 이에 해당된다 하겠다.

이러한 완향용 향로는 어떤 형태가 사용되었는지 잘 알 수 없지만, 고려시대<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의 향로 그림으로 보아 삼족형 또는 고배형 향로가 애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향로에 담긴 옛 사람들의 정성과 미의식

이밖에도 용도상 분류되는 향로로는 공양 의식과 인물 행렬의 선도에 사용되는 의식행렬용 향로가 있다. 그 형태는 쌍영총 <인물행렬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머리에 이고 가게끔 만들어진 원통형 향로와,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과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의 공양자상이 들고 있는 병형 향로로 미루어 보아 위의 두 종류가 주로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향로는 여러 공양물 중 가장 으뜸으로 여겨 온 향을 공양하는 조형물이라는 점에서 보통의 일상용구를 만들 때와는 다르게 공양자들이 온갖 정성을 다함은 물론, 최고의 기술을 발휘하고 가장 좋은 재료를 선택하여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향로는 향 공양을 통하여 청정한 마음을 얻게 됨은 물론이고, 그 공덕으로 모든 것을 성취하게 된다는 기원의 의미가 담긴 법구(法具)인 까닭에 지극정성으로 향로 조성에 참여하게 되었을 것이다. 옛 선인들의 정성과 더불어 향로는 조형적인 측면과 비례면에서도 가히 뛰어나다 하겠다.

백제시대<금동대향로>의 조형 의지와 창의성, 작품성은 다른 시대 다른 나라에서 추종할 수 없는 백제인들만의 미감(美感)이 잘 반영되어 있으며, 고려시대의 고배형 향로나 상형 향로 등은 균제된 비례 감각과 예술적 감각의 완성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난 형태미를 과시하고 있다.

상감청자의 발생과 금선불화(金線佛畵)의 등장, 왕실 및 귀족 중심의 고려 불화와도 깊은 관련을 갖고서 귀족적 아취를 풍기는 고배형 <청동은입사향로>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백색의 은실(銀絲)을 검은빛이 감도는 청동 표면에 끼워 넣어 장식함으로써 조화로움까지 구사하고 있는 <청동은입사향로>는 정제된 선조들의 미의식을 잘 보여주는 걸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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