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운곡
작품명 : 검단하
출판사 : 청어람
아래 Brynhild님이 쓰신 글에 답변형식으로 쓰다보니 저스스로도 내용정리가 안 되서 그냥 따로 빼 제 의견을 적도록 하겠습니다.(이하 반말로 쓰겠습니다.)
검단하. 처음 나왔을 때부터 감탄을 하게 만든 소설이며 동시에 구입을 하게 만든 소설이다. 2007년이 반은커녕 1/4분기도 지나지 않은 마당에 2007년 최고의 소설이다라고 외치게 만들고픈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안 좋다. 여기저기서 반품소리가 들려오고 있으며 실제로 본인이 다니는 대여점에서도 반품을 시켜버렸다. 그럼 어째서 흥행에는 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지 검단하의 내용분석을 통해 흥행과의 연관성을 알아보도록 하자.
요새 장르시장의 주류는 가벼움이다. 한없는 가벼움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인기를 끄는 대부분의 작품이 가벼움이라는데는 부정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가벼움을 거부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그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 판매를 자랑할 수 있는 중견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아니 전부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인기를 끈 작가들도 자신의 글을 가볍게 맞춰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검단하를 살펴보자.
검단하는 과연 가벼운 소설인가?
결단코 아니다. 무거운 소설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잔잔하게 흐르는 내용과 더불어 부드럽게 내용을 풀어나가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일단 상당수의 독자가 떨어져나간다. 이유는 무엇일까? 가벼움이란 성격 안에는 시원하고 신나는 내용이 숨어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아무 문제없이 말그대로 거침없이 상대를 쓰러뜨리며 전진해나가는 유형의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 인기가 좋다.
이것은 현 시대와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 내가 어릴 적만해도 티비를 보기보단 나가서 놀거나 책을 보는 일이 많았다. 나가서 놀면 감수성을 풍부하게 해주며 독서는 생각을 깊게 해준다. 하지만 현재에는 다르다. 티비만으로 모든 정보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다. 거기에 컴퓨터까지 등장해서 이러한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에서 자란 학생들이 좋아하는 내용은? 당연히 가벼운 소설이 위주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건 누구를 비하하는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책 안 읽기로 유명한 나라라는 것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 앞의 내용과 연관되는 내용이지만 가벼운 소설은 보통 강력하고 누구에게나 존경받고 멋지며 호쾌한 주인공이 주로 등장한다. 이런 주인공들은 독자들이 현실에서 골치아파하는 것을 대신 해결해주기라도 하듯이 작품 내에서 모든 것을 상대하고 해결한다. 보는 이의 입장에선 답답하던 마음이 소설을 보면서라도 풀리니 더욱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검단하의 진완을 살펴보자.
진완은 호쾌하다. 또한 정이 많다. 얼핏보면 인기있는 주인공일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기에 진완은 인기있는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바로 그 자신의 힘이다. 진완은 호쾌하고 정이 많으며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인정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를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수면서 나갈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럼 그를 보고있는 가벼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는 어떨까? 진완을 보면서도 뭔가 미진한 것이다. 답답한 것들은 다 부수고 나아가는 주인공을 보고 싶은데 여기저기 걸리는 곳이 너무 많다. 또한 능력도 안 된다. 여기서 가벼운 소설주인공과 치명적인 차이가 나게되는 것이다.
자 여기까지 검단하를 안 좋은 소설처럼 적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가벼운 소설에는 가벼움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1번째로 가벼운 소설은 진중한 주제를 가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당연한 것이다. 가벼우면서 진중한 주제를 가지고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양 끝단에 있는 2개를 공존시키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판타지소설 SKT같은 경우는 2개를 훌륭히 접목시킨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번째는 강력한 주인공을 그리다보니 까딱잘못하면 흔해빠진 먼치킨소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은 대단히 어려우며 실제로 이를 잘못하면 초반부엔 호평을 받다가 후반부에 외면당하게 된다.
그리고 3번째 가벼운 소설은 보통 주인공에게만 촛점을 맞추기 때문에 그 주위 사람의 비중은 상당히 낮게 된다. 당연한 것이다. 주위 사람에게 촛점을 돌리면 주인공에게 모이는 비중이 떨어지므로 막강한 주인공을 보여주는데에 무리가 따를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잘못되면 주위 사람은 거의 무시된다. 주인공이 가자하면 가고, 오자 하면 오는 식의 어이없는 인물들이 되고마는 것이다.
그럼 검단하를 비교해보자.
검단하는 잔잔하지만 결코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단순히 '난 주인공 그러니까 상대인 너는 악'이라는 단순구도로 몰고가지 않는다. 사람마다 각자의 생각이 있으며 그 생각의 대립이 여러 대립으로 나타나는 것뿐이다. 이런 글은 글솜씨가 있는 작가만이 제대로 쓸 수 있기에 많은 작품에서 보여지기가 힘들기도 하다.
그리고 주인공 진완을 보면 강력하진 않다.(3권까지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히 약하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자신의 신념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은 있는 것이다. 이런 절묘한 균형도 보통의 솜씨로는 맞추기가 힘든 것이다.
또한 검단하에서의 주변 사람은 그야말로 생동감이 넘친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조의 조원들마저도 성격이 분명하며 진완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는다. 이런 인물들의 생동감도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검단하는 결코 딱딱하기만 한 소설이 아니다. 인물들 간의 성격차이로 인한 다툼이 종종 드러나고 있으며 각 인물들이 가진 고유한 성격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즐거움 또한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검단하는 작품 고유의 분위기가 있다. 한 글자로 '情'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람내음을 작품 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고 이것만으로도 작품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즉 검단하는 글솜씨가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소설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장르시장의 주류를 벗어난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류를 벗어난 소설은 그 이름만으로 판매를 어느정도 충당할 수 있는 작가분이 아니면 대부분 흥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검단하는 좋은 소설이다. 즐길 소설이 아니라면 소설에서 뭔가 느끼고 싶다면 꼭 한 번 봐두는 것이 좋은 소설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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