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월드메이커, 플레이어즈
작가 : 취룡
출판사 :
재밌는데 재미없다.
일단 글 자체는 되게 잘쓰심. 오타나 그런건 찾기 어렵고 글 개연성과 스토리텔링도 지적할 부분 없이 모두 술술 잘 풀려나감. 프롤로그랑 글 초반~중반까지는 엄청 재밌음. 처음에 독자 시선을 확 끌어당길만한 프롤로그, 독특한 소재,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주인공을 둘러싼 사건들, 그리고 주인공이 차근차근 문제 해결해나가고 점점 강해져 나가는걸 보는게 재밌음.
근데 후반부터는 이게 독이 되더라... 주인공은 걍 계속 끝도없이 킹왕짱 세지고 주변인물들은 그래도 어떻게든 띄워주려고 하는게 보이는데 점점 희미해지고 결국 종장에 이르러서는 절대자 두명의 1:1대결로 끝나는데 이게 너무 뭐랄까 뻔함. 중간부터 결말이 그대로 보이는 느낌.
사실 내가 무협소설 안보는 이유가 처음의 소재가 아무리 신선해도 내공나오고 무공이 중점이 되는 소설 특성상 쥔공은 가면갈수록 점점 세지고 결국엔 파워인플레를 주체를 못해서 마지막에 무미건조한 대결로 끝나는걸 너무 많이 봐와서인데 이분 소설은 마치 그걸 고대로 판타지세계로 갖다놓은듯한 느낌
거기다 결정적으로 이분소설엔 절대자가 너무 많이 나옴. 일반인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격과 급이 달라서 생채기조차 낼 수 없는 그런 절대자들. 그런 존재들이 중반부터 나와서 깽판쳐대고, 설정상 그 위에 더쎈놈들있고 더쎈놈들위엔 또 더더쎈놈들 있고 하니까 소설의 전체적인 긴장감 그런게 확 떨어짐. 얼마나 대단한 놈들이 나오건, 그 어떤 위기에 쥔공팟이 처하건, 얼마나 멋있고 환상적으로 쥔공이 등장해서 구해주던 결국엔 킹왕짱쎈놈 둘이서 알아서 샤바샤바해서 아군이 이긴다는 결말이 너무 대놓고 보이니까 긴박감도 없고 점점 재미도 떨어지고...
방금 플레이어즈 다읽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내가 돈주고 샀으니까 돈이 아깝다는 의무감에 읽지, 재밌어서 막 다음장이 어서 보고싶어서 읽는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음. 물론 그런 소설들은 내가 읽은책들중에서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난 너무 아쉬웠다. 분명 더 좋고 더 재밌을 수 있었는데..
월드메이커는 아예 신이 되서 자기의 종족을 창조후, 신들끼리 열심히 머리굴려가면서 밑 세계에서는 종족들이 그 대리전으로 치열하게 싸우는거까진 좋았는데 결국엔 번개폭풍이라는 영웅을 열심히 띄워주더니 나중엔 혼자서 다해먹음. 처음 띄워줄땐 그러려니 했는데 위기마다 똑같이 걔가 나와서 다 해결하니까 점점 예측이 되고 재미가 없었음. 그건 인간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그렇다 치고, 신계에서도 막 서로서로 머리 적당히 굴려가면서 맞붙고 가면쓴 초청자, 중간부터 드러나는 악마라는 존재들은 무슨 숨겨진 음모가 있어서 나중엔 뒤통수 때릴거같아 조마조마하고 그랬는데 그런거 없고 막판 결말에서까지 절대자들이 다해먹는거 보고 벙쪘다. 깨알같이 또 끼어드는 번개폭풍은 덤이고. 에필로그까지 보고 난 후의 생각은 엥? 이게 끝이야?
플레이어즈 끝에 외전에도 작가분 전작에 나왔다던 그런 놈들 몇마리 나와서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사라지던데 그놈들이 뭐하는 놈들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음. 나무위키에서 좀 찾아보니 차원을 넘나드는 강대한 "적" 세력의 일원이고 그 세력에 대항하는 우리편 세력에 작가분 예전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속해있는 것 같은데, 무슨 백작이니 토끼니 왕이니 명함이 아무리 대단해도 나와봤자 우리편 킹왕짱들이랑 단 한번 싸우고 뒈질게 뻔한데 굳이 볼 필요가 있나? (아닐수도 있겠지. 근데 그럴거라는 예감부터 든다)
월드메이커때는 긴가민가했는데, 플레이어즈 보면서 쓰는 단어들도 그렇고 묘사도 그렇고 뭔가 익숙해서 좀 알아보니 예전에 상당히 재밌게 읽었던 기상곡이란 소설 썼던분이던데 그것도 오타나 설정오류, 개연성같은 문제가 없는건 물론이고 수많은 동화를 섞어서 만들어낸 독특한 세계관 및 소재에 공들여서 만드신거같은 최종보스랑 그의 계획까지 아무튼 한참 지난 지금에도 "꽤 볼만했다, 나중에 시간나면 한번 다시 봐야지" 란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는데, 이번에 이 작품 두개 보면서 좀 실망함.
그냥... 아쉽다. 후속작으로 지금 쓰고계신다는 던전메이커, 난 결제 안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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