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힐타노마키아 : 로덴바움편
작가 : 펠문협회장
출판사 : 문피아 연재
여성향 소설 쪽을 보면요. 중세를 배경으로 귀족, 왕족, 평민, 천민 이렇게 뒤섞여 현대판 막장 드마라가 상당이 많습니다. 출간된 소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아마추어들이 집필하는 작품들을 말하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힐타노마키아를 읽기 시작했을 때도 우려가 있었습니다. 공주님과 노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뻔 한 인물, 뻔 한 소재, 뻔 한 이야기.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1화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글의 마지막 까지 읽고 난 후의 감상은 기분이 좋았다 이 정도가 될 거 같습니다. 라이트 노블 플랫폼을 사용했고 그 안을 이야기로 꽉꽉 눌러 채웠습니다. 완숙함과 집중력이 부족해 글의 여기저기서 부족한 부분이 느껴지긴 하지만 이 정도 완성도면 아슬아슬하게 돈을 지불하고 읽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힐타노마키아의 장점은 플롯입니다. 결말과 글의 진행 방향을 확실히 잡아두고 글의 초반부를 착실하게 건설했습니다. 인물과 배경 소개를 이야기를 통해 진행시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단순히 소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반부 사건을 위한 근거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 점을 높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플롯은 모양을 잡은 수준에서 그치고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조각상을 만드는데 모양만 잡고 세부적인 디테일을 잡지 않은 것과 같은 꼴입니다.
사건이 고조되고 작품에서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중요한 부분들을 운과 감으로 적당히 풀어나간 건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상대를 추궁해 상대가 내세운 거짓 논리를 증거를 사용해 부수고 역전극을 말해야 되는 상황을 적당한 상황증거로 논파하여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뜬금없이 주인공이 각성. 적을 때려눕히는 장면은 클리세라고 하기에도 뭐할 정도로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잘 나가다가, 이야기의 결정적인 장면에서 이런 모습들을 보여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작가가 자기 혼자 재미있는 장면을 쓰는 것과 독자가 작품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엄연히 다릅니다. 어려운 주문입니다만,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과연 내 작품에 어디에서 독자들이 재미를 찾을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이것을 부각시킬 수 있는지 연구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잘한 부분인데, 초반부의 주인공 미르가 청소를 하는 장면을 묘사 할 땐 너무 불필요한 묘사가 길어져서 거슬렸고, 반대로 알파치노의 경우에는 묘사가 너무 부족하여 이야기 흐름에 따라가는데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여기에 세계관에 어울리지 않은 단어의 사용이 이야기의 맥을 끊기도 했습니다. 대사 자체는 매력적이나 단어의 사용에 주의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힐타노마키아는 좋은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문피아에서 연재를 할 것이 아니라 글을 좀 세밀하게 깎아내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린 다음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는 쪽이 프로로서 데뷔하기 더 빠른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가장 어울리는 출판사로는 ‘나비노블’ 쪽이 가장 괜찮을 거 같군요. 아무쪼록 건투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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