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via
작가 : 여엉감
출판사 :
1. 시작하며
via의 연독률은 10화 기준으로 11%에 불과합니다. 추천과 홍보를 통해 유입을 늘리더라도 이러한 비율이 반전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본 비평은 그 원인을 파헤치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일반적인 비평과는 논조가 다를 수 있습니다.
2. 설명을 위한 설명의 남발
- 아사드에서 남쪽으로 가면 로히텐란트 국경이 나오지. 뭐, 가본 지는 한 일 년쯤 되었나? 나는 봄에 그렇게 보리가 파릇하게 심어진 땅을 본 적이 없다우. 추수기가 되면 알곡까지 영주 놈들이 몽땅 털어가서 밭이고 뭐고 남는 게 없는데, 로히텐란트는 정말 풍요로운 땅이야. 사람들이 흔히들 그러더라고. '한 번 머무르면 떠나고 싶지 않은 도시가 둘 있는데, 하나는 로히텐란트의 제도 아이젠베르크고 다른 하나는 페룬의 수도 미클라가르드'라고.
1화에서 발췌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야말로 본 작품의 단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마부의 입을 거쳐서 말을 하고는 있다고 하나, 작가의 의도는 노골적입니다. 세계관을 주입시키고 있는 것이죠.
작가는 독자를 매혹시키는 이야기꾼이 되어야 합니다. 작가는 설명조차도 재밌게 해야 합니다. 설명이 이야기와 결합되지 않고 이렇듯 설명만을 위한 설명이 되면, 독자는 쉬이 지루함을 느낍니다.
자기 세계관을 늘어놓고 문장을 길게 쓰는 건 어느 정도의 문학적 소양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독자를 매혹시키는 글을 쓰는 게 진정 어려운 길입니다. 작가라면 어떻게 나의 설정을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라 , 독자를 매료시킬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3. 매력없는 주인공
안젤로는 수습 연금술사입니다. 당연히 전투에 미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장르 독자들은 의외로 주인공의 전투력에 대해서는 너그럽습니다. 그보다는 주인공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열광하는 편입니다.
"이, 일단 검부터 치워주세요. 다.......전부 다 말씀 드릴게요." 그제서야 사내는 그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안젤로는 힘이 빠져 무릎을 꿇으며 진흙 바닥에 쓰러졌다.
본문 발췌한 부분입니다. 안젤로는 협박을 당하자 존경하는 그로스 마이스터가 준 중요한 임무에 대해 모조리 실토합니다. 나약한 건 둘째치고, 거짓을 고할 주변머리조차 없습니다. 우유부단하고 겁 많고, 아둔하기까지 합니다. 10화는 결코 적지 않은 분량입니다. 그러나 안젤로는 독자로 하여금 글을 계속 읽어가게 할 그 어떤 매력도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4. 우연을 가장한 필연? 그냥 우연
안젤로는 암살자의 습격을 받습니다. 뢰그라는 검사 덕에 구사일생하죠. 뢰그와 우연히 같은 마차를 타지 않았다면 후에 나올 모든 소설적 장치가 무의미해집니다. 심지어 악당인 마이스터의 ‘그분이 풀어주라고 해서...’라는 떡밥조차 무색해집니다. 주인공은 십중십 죽고 말았을 테니까요.
소설의 핵심 분기를 우연으로 극복하는 건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 소설의 소개문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란 슬로건이 있던데, 그 표현이 어울리려면 개연성을 더 갖춰야 합니다.
5. 주객전도
뢰그는 안젤로에게 내막을 실토하라고 협박합니다. 안젤로는 비원을 떠나기 전 있었던 일을 모두 고해 바칩니다. 이것은 회상신으로 처리되는데, 그 안에 크리스타에게 고백하는 이벤트가 들어 있습니다. 듣는 뢰그도 뜬금없고, 읽는 독자도 뜬금없습니다. 고백신 자체는 잘 짜여진 시퀀스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부적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것은 작가의 욕심이 소설적 최선을 넘어섰기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자주 하는 말인데, 기교란 이르게 부리면 아니함만 못합니다. 안젤로가 비원을 떠나며 크리스타에게 고백하는 신은 시간 순서대로 배치됐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자신을 억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보다 독자를 생각하고, 소설적 최선을 생각해야 합니다.
6. 마치며
누구나 처음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처음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건 아닙니다. 용기있게 첫 작품을 비평요청하신 여엉감님의 열정을 높게 삽니다. 초심으로 일로정진 하신다면 좋은 성과가 따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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