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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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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 心境
작성
15.01.27 17:11
조회
3,219

제목 : 아타크 디렉트

작가 : 김산아

출판사 : 



1. 들어가며


아타크 디렉트의 10화 생존율은 14%에 불과합니다. 10화 이후로는 꽤 꾸준한 연독이 나오나, 이 높은 초반 진입장벽은 전업으로 글을 쓰시는 입장에서 우려될만 합니다. 본 비평은 그 원인을 파헤치는 데 주안점을 맞췄기에, 일반적인 비평과는 논조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2. 열정의 부재


본작은 마이너한 장르를 파헤쳤다는 점에서 아이실드21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아이실드21은 소재만 마이너할 뿐, 작품의 전반적인 감성은 충실히 왕도를 따르고 있습니다. 본작과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 있습니다.

왜 주인공은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는가? 왜 공부를 하다말고 검을 휘두르고 있는가? 본작에는 그것에 당위성을 만들어줄 열정을 가진 인물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그저’ 끌려서 펜싱을 시작했을 뿐이고, 감독은 선문답만 하는 도인입니다. 주인공의 라이벌격인 서진은 펜싱을 하는 것 자체에 불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남은 사람은 선배 둘 뿐인데, 그들의 열정도 취미에 빠진 동호인 수준을 넘어서지 않습니다. 진로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거나, 우리를 위해 전국체전에 나갈 필요는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합니다. 

이해와 배려가 넘칩니다. 그러나 열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포츠물에서 이보다 큰 단점이 있을까요? 맹맹한 글은 독자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3. 애매모호한 기대감


성장이란 스포츠물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발전가능성 없이 구르기만 하는 글은 그저 독자를 고문하는 것에 지나지 않죠.

본작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주인공을 향한 기대치가 상당히 모호합니다. 주인공은 체스 그랜드 챔피언의 아들이며, 그 피를 이어받아 수읽는 눈이 밝습니다. 그러나 이 장점이 제대로 부각되지가 않습니다. 주인공의 수읽는 눈을 들은 감독의 말은 이러했습니다. ‘검 앞에서는 재능이 공평해진다.’ 그리고는 정말로 평범한 전개와 평범한 지도방식을 이어갑니다. 그 무덤덤함 앞에서 읽는 이의 기대감은 산산이 바스러집니다. 

감독의 철학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본기도 없으면서 헛바람 들지 말라는 뜻이었겠죠. 그러나 열정도 없고 재능도 필요없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이 글을 읽어나가야 할까요? 가뜩이나 낯선 펜싱 소설에서요?

본작의 특색이 이러합니다. 강하게 치고나가는 게 없이 모든 구석이 민둥산마냥 완만합니다. 열정이 없는 건 아닌데 작품을 끌어가기엔 모자라고, 재능을 언급하지 않는 건 아닌데 기대감을 심어줄 만큼은 아닙니다. 



4. 조연, 조연이 되어라


청춘물의 또 하나의 재미라면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의 어우러짐입니다. 주인공의 학교생활은 ‘존재감이 없다’ 한 마디로 처리되기 때문에, 몇 안되는 펜싱부원과의 교류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이 부분에 매력이 없습니다. 

흔히 쓰이는 도식으로 대치법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진지하면 날아갈 듯 가벼운 놈을, 열정파라면 타고난 천재를, 운동 밖에 모르는 놈이면 날라리 같은 양아치 친구를 등장시키는 식이죠. 어찌되었건 조연이란 각개의 개성을 가지고 다양한 화학반응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본작의 조연들이 그런 점에서 아쉽습니다. 

기완은 감독과 포지션이 비슷합니다. 말투도 비슷합니다. 둘 다 진지하게 주인공을 가르치는 역입니다. 

인석은 후배인 서진에게 져서 분한 마음에 곧장 부실 밖으로 나간다고 묘사됩니다. 그런데 그 후의 이야기가 없습니다. 분해서 어떻게 했다는건지, 마음을 풀었는지, 어디가서 벽이라도 찼는지 그 후로 더 열심히 훈련한다던지. 아무런 피드백도 없습니다. 그 일은 잊어버린 듯 다시 나타납니다. 

유일한 여자 부원인 이나의 포지션은 수리공입니다. 그러나 수리공이라고 진짜 수리만 하고 있으니 김이 샙니다. 펜싱 장비에 오타쿠같이 열광하는 모습이라던가, 그녀가 들어오기 전 미흡했던 수리상태에 대해 전임자(선배들이겠죠)를 타박한다던가, 더욱 액티브한 면모를 보여줬어야 합니다. 

주변 캐릭터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각각 고유의 캐릭터성을 확립시켜 다양한 충돌상황이 나와야 합니다. 여기서 충돌이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시너지가 있는 교류를 가리킵니다. 



5. 마치며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쉽지 않게 쓰여진 글입니다. 자료를 조사하고 그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작가분의 노고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소재의 마이너함이 방패막이가 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마이너를 컨셉으로 승화시킵니다. 수많은 명작들이 그것을 증명해왔습니다. 독자의 마음을 직격할 올곧은 정타, 아타크 디렉트가 필요한 때입니다. 




Comment ' 3

  • 작성자
    Lv.13 루피오
    작성일
    15.01.27 20:55
    No. 1

    흔한 방법이지만 지극히 효과적인 대치법이라...
    정말 좋은방법 다시 떠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사 써먹으려 폼잡는데 ㅎㅎ 좀더 신중하게 요리해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ISyah
    작성일
    15.01.31 06:57
    No. 2

    대단하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교주미떼
    작성일
    15.02.01 17:23
    No. 3

    이분 비평 정말맘에드네요; 핵심을 찌르면서도 기분이 상하지 않는 문체는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단점만 지적하는게 아닌 나아가야할 방향도 제시해주는부분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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