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사우
작품명 : 검선지로
출판사 : 청어람
근래에는 고무판 선호작 순위가 재미와는 그닥 상관이 없다는걸
자주 느낍니다. 사람 심리란게 괜히 순위 높은 글만 찾게 되고
그 외의 글들은 은근히 무시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근래 레인과
뮈제트아카데미를 선호작 순위 최상위작들 보다 훨씬 재밌게
읽은 뒤로 그런것에 연연하지 않고 우선은 한권씩 닥치는대로
빌려다보게 됬습니다.
검선지로도 고무판에 연재됨에도 불구하고 선호작
순위에서는 별 빛을 발하지 못해서 멋드러진 표지임에도 우선
눈밖에 뒀었습니다. 하지만 몇 일전 검선지로를 본 후
순위란 숫자일 뿐이란걸 다시한번 절감했습니다. 근래 본 소설
(종횡무진, 호화군림보, 권왕무적, 이원연공, 검명무명 등등..)
중 검선지로는 가히 발군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연운비가 하산한 셋째사제와 파문당한 둘째사제
를 찾아 떠나면서 시작됩니다. 천하삼검 중 일인인 연운비의 스승
운산도인의 죽음 뒤 헤어졌던 사제들을 찾아 떠나가는 연운비의
행보로 시작되는 검선지로의 이야기 전개는 그야말로 물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억지스런 에피소드를 쥐어짜내며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개연성에 신경쓰게 하는 몇몇 소설들과는 달리
검선지로는 이야기꾼이 펼쳐놓는 옛날 이야기에 녹아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주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검선지로의 주인공인 연운비는 바보같이 보일정도로 선한 심성을
지녔습니다. 주인공 대부분이 사이코기질을 띠는 요즘 소설들과는
이 부분에서 또 차이가 있지요. 그 심성은 사제들을 염려하는
그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에 나타납니다. 헤어진 셋째 사제와
재회한 연운비는 자신의 얼굴에 나타난 귀상으로 사제들 중 하나가
죽을 운명에 처했다는걸 알게됩니다. 선한 심성때문에 본래
강호와는 어울리지 않는 연운비는 그로 인해 팔황과 중원무림의
전쟁 사이로 뛰어들게 됩니다. 자신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고
서로를 위해 몸을 내던지는 연운비와 유이명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절로 벅차오르더군요. 그리고 1권 마지막 부분과 간간히
보이는 에피소드에서의 사제간의 훈훈한 정은 독자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이런 잔잔하게만 보이는 이야기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복선들은
검선지로를 읽는 또하나의 재미입니다. 고아로 운산도인에게
거둬진 연운비의 출생에 대한것이나 둘째사제의 알 수 없는 행보,
천하를 떨쳐울리는 고수들의 무엇인가를 위한 안배 등등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작가의 솜씨 또한 매우 뛰어났습니다.
아직 3권은 읽지 못했지만 2권까지 읽어 본 바로는 숨겨진 진주를
찾아낸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치열한 영웅적 행보로 피를 끓게
하지는 않지만 잔잔한 이야기로 머리와 가슴을 맑게 해주는 소설
검선지로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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