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조지 R. R. 마틴
작품명 : 얼음과 불의 노래
출판사 : 은행나무
워낙 오래 전에 읽었던 작품이라
구체적 인명, 지명은 대충 다 까먹어요. ㅡㅜ
그렇지만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라
그 느낌을 한번 써 보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봅니다.
명작을 소개함에 있어서 구구절절한 스토리 설명은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니까요. 전체 그림을 그려볼게요.
글이 좀 깁니다. 느긋하게 GoGo하죠.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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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불의 노래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시절이었다.
도서관에 표지가 멋진 외국 판타지가 주르륵 꽂혀있는 거다.
당연히 관심이 갔다. 그리고 기말고사를 망쳤다....
얼음과 불의 노래는, 서사시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엄청나게 넓은 세븐킹덤의 곳곳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자아낸다. 각각의 이야기는 또 다시
서로 얽히고 꼬이면서 더 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단순하게 설명해서 이 소설은 스타크 가문의 일곱 형제자매와,
불꽃을 이은 한 어린 여왕의 이야기로 크게 2등분 할 수 있다.
여왕은 세븐킹덤의 전 왕조의 유일한 혈통이다. 무진장 어리다.
왕조가 교체된 지금 그녀는 다른 대륙에서 재기를 꿈꾸고 있다.
그녀는 어리고, 물정을 모르지만, 위대한 어머니의 자질을 지녔다.
이미 멸종되어 버린 마법의 근원이며 죽은자도 불태우는 존재,
세마리의 새끼 용을 거느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본토, 세븐킹덤에서는 스타크 가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 일곱 형제는 모두 한마리씩의 늑대를 갖고 있다.
어릴 때 다이어울프 새끼 일곱마리를 발견해서 각자 한마리씩
키우게 된 것이다. 이들에게 늑대는 자기의 분신과 같다.
왕의 핸드(쉽게 말하면 재상)이었던 그들의 아버지가 몰락하고,
어떻게 그들이 뿔뿔히 흩어지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들이 세븐랜드의 곳곳에서 어떤 삶과 죽음을 노래하는지는
읽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얼음과 불의 노래는 어린 여왕과 일곱 형제, 그리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책을 펼치면 챕터 제목에
이름이 쓰여있다. 아리아, 대니, 등등. 그 챕터는 그들의 이야기다.
분명 아주 생소한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이런 식의 소설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주인공은 수가 너무 많고,
이야기는 너무나 방대하다. 간단히 소화해 내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아마 많은 독자들이 접하지 못했던 이유가 아닌가 한다.
나는 남자같은 소녀 아리아와 사생아 스노우를 너무나 좋아했다.
그리고 세마리 용의 가호를 받는 어린 여왕을 너무나 좋아했다.
아리아가 칼을 배우고, 나이트워치에 발탁되고,
그러다 도망자 신세가 되고, 하녀 행세를 하다가,
암살자와 연을 맺는 등의 삶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사생아라서 늑대조차도 혼자만 흰 늑대를 받아 키운 스노우.
그가 나이트워치가 되어 북방을 지키다가 어떻게 해서 배신자가
되고 어떤 갈등을 겪으며 모험을 하는지... 그건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소설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린 여왕의 힘든 망명생활도, 어린 나이에 한 결혼의 끝도,
그 와중에 용들의 어머니가 되고 강인한 여왕의 모습으로
점점 변해가는 것도.... 그 하나로 완결된 이야기였다.
더 많다. 일곱형제와 그 주변 인물들에게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그 모두가 하나의 소설이며,
완결성을 갖고있지만 전체로 보면 더욱 더 완벽한
하나의 커다란 명화를 그려내는 것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는 '진짜' 중세풍의 전투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그 당시의 전쟁 그 자체다. 생생하고, 잔인하고,
사실적이다. 그 위에 잔혹한 궁정암투가 거미줄처럼 펼쳐진다.
많은 등장인물, 꼬이고 꼬이는 사건들, 생소한 배경,
엄청난 분량, 익숙치 않은 챕터 구성 등...
얼음과 불의 노래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힘들여 가까이 다가갔을 때 들리는 노래는, 정말 아름답다.
처음에 읽기 힘들다면 등장인물 한 둘을 정해서
그 인물의 챕터만 연속으로 읽어도 된다.
그렇게 해도 하나의 소설로써 전혀 문제 없도록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등장인물을 따로 읽고,
나중에 처음부터 통독을 한다면
새로운 발견에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리 언급해두지만, 이 소설은 분명히 극단적으로 취향을
타는 소설이다. 글자 많으면 어지럽다거나, 너무 복잡하면
짜증나는 분들, 서양식 판타지는 질색인 분들,
특정한 한 인물에게 완전히 몰입해야 재미를 느끼는 분들.. 등등.
이런분들에게는 읽기 힘든 작품이 될 수 있다.
즐겁기 위해 읽는건데 읽으면서 괴롭다면 이건 모순이다.
그러니 그런 분들에겐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어, 하는 분들은
꼭 한번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도전에서 승리하면
가치있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1875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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