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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ether
작성
08.02.02 19:35
조회
968

작가명 : 장 필립 뚜생

작품명 : 사진기

출판사 :

그냥 짧은 논평입니다.

사실 취미로 글을 쓰기는 하지만 제대로 문예에 대해서 지식을 쌓거나 연구를 해 본적이 없어서 이런 문학적인 단어엔 거의(아니 완전히) 무지하다. 단지 남이 쓴 표현이나 기법을 따라 흉내를 내는 것만 할 뿐이다. 그렇기에 문학적인 포괄성은 당연히 인정하지만 반대로 어디까지가 그 허용범위 인지는 무지하다고 볼 수가 있다. 그런 나에게 누보로망이란 단어를 주입시켜준 장 필립 뚜생의 사진기는 정말로 고마운 작품이 아닐 수가 없다.

사전적으로 설명하자면 앙티로망 혹은 누보로망이란 단어는 바로 신소설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기존의 소설의 정해진 규칙, 인물의 법칙과 내면, 생각의 연결성을 무시하고 보다 자유로운 형태의 인간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의 소설들이 발달 전개 절정의 연결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누보로망은 그러한 소설의 기준을 일체 무시하며 현제 바로 지금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장 필립 뚜생의 사진기를 보면, 어제 운전 면허연습을 갔던 주인공이 다음날엔 특별한 연결이나 의미도 없이 출장을 가고 치과 치료를 받는다. 그러다 여자 친구의 식사에 초대되고 그녀의 아버지와 차 수리 센터에 가며 여자 친구의 여행길에 충동적으로 사진기를 훔친다. 바로 지금 우리의 일상처럼 무엇이 벌어질지도 모르며 구성역시 한없이 불확실하기만 하다. 이 소설이 같은 이러한 풍부한 자연스러움은 어찌 보면 일반 독자에게 당혹감과 의아함에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보면 이것이 가지는 매력은 바로 그 불확실한 점이다. 지금과는 다른 이 반항성과 독특한 구성은 “바로 여기에 있어! 이 길만 쭉 쫓아가!“ 라고 외치는 수많은 소설과는 달리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 지를 독자 스스로 찾아야 하기에 독자들의 좀 더 폭넓은 사고와 감정을 요구한다. 아니, 그렇지는 않더라도 누보로망이 가지고 있는 그런 감성적인 부분은 독자들의 지친 사고 회로를 풀어헤쳐 줄 좋은 청량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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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느 사이트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대해서 비판의 글들과 논쟁이 쏟아져 왔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비판의 주된 내용은 너무나 쓸 때 없는 오브제가 많다는 것이었죠. 대체 문학은 얼마나 날씬해야 하고, 얼마나 주제에 부합될 만큼 명확해야 하는가? 라는 것은 오랫동안 나에게 고민거리가 되어왔습니다. 요즘은 그냥 주제가 달려 있는 자유로운 형태의 글 정도로 생각하고만 있습니다.


Comment ' 4

  • 작성자
    Lv.34 카이첼
    작성일
    08.02.02 20:31
    No. 1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좋은 간평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위와 같은 소설들은 독자들을 풀어주기 보다 한층 고통스럽게 만들기 쉽다고 여깁니다. 무의미해보이는 사태를 일관된 의미로 직조해 내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훈련이 없이는 얻을 수 없는 능력인 때문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ether
    작성일
    08.02.02 21:17
    No. 2

    카이첼님//저도 오랜 만입니다. 반가워요.
    누보로망이 일부 위치에만 속하는 소설은 맞습니다. 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역시 무척이나 작지요. 혹시나 스모크라는 영화 봤습니까? 웨인 양과 폴 오스터가 감독한 영화인데, 폴 오스터가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라는 책으로도 냈었죠. 저는 그 영화와 이 소설은 아주 닮았다고 봅니다. 변함없고, 무균질하고 평범한 일상 그대로를 보여 주지만 사진기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그 일상의 순간 순간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지를 알려 주는 거죠. 어쨌거나 누보로망 자체는 사색과 감정의 울림의 전달을 더 중요시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카이첼
    작성일
    08.02.02 22:31
    No. 3

    폴 오스터가 영화를 무척 좋아하고, 그의 딸은 무려 영화배우이기까지 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영화는 본적이 없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보면 폴 오스터의 소설들 그 자체도 누보로망의 그것과 흡사한 성격들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가령 우연의 적극적인 도입같은 것 말이지요. 이것은 환상성을 적극적으로 탐구(이는 역설적으로 일상의 의미를 회복하는 작업과도 닿아있다고 봅니다.)하는 하루키의 소설들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친근관계는 직접적인 연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것들 모두가 포스트모던이라는 대범주 가운데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ether
    작성일
    08.02.02 23:18
    No. 4

    우연이라기 보다는 누보로망 자체는 일관성이 없음을 기초로 하고 있지요. 당연히 포스트모더니즘 역시 누보로망과 같이 그러한 경향이 뻗어 있는 것은 맞죠. 그리고 하루키 하니까 생각나네요. 사진기의 마지막 장면은 상실의 시대와 어찌 보면 많이 흡사합니다. 인적이 없는 외딴 곳에서 공중전화로 여주인공과 통화를 하는 장면인데, 상실의 시대에는 여주인공(이름이;;)이 주인공의 위치를 묻는 것이라면 사진기는 여주인 공이 통화를 하다 잠이 듭니다. 그리고 의미 자체는 상실의 시대와 정 반대지요. 상실의 시대는 자신의 위치를 몰라 방황하는 주인공 이라면, 사진기는 자신의 방향과 현실의 그 순간의 중요성을 찾은 주인공 이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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