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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문제적 작품들....

작성자
Lv.23 낙일화주
작성
08.04.06 15:27
조회
5,526

올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난 작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네요.

작년 말에서 부터 4월로 접어든 지금까지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하는 작품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접할 수 있어서 무협 독자로서

흐뭇합니다.

일단 전 올 해 최고의 작품으로 네 작품을 꼽고 싶네요.

순서는 순위와 상관없습니다.

[ 1. 무림사계 - 한상운 ]

담진현 = 필립 말로우, 소주 = LA

저는 추리소설 팬이기도 한데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와 그의 탐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레이몬드 챈들러와 그의 탐정 필립 말로우입니다. 한상운님의 무림사계를 읽으면서 담진현에게서 필립 말로우와 주무대인 소주에서 LA의 뒷 골목을 너무나도 떠올리게 됩니다.

악한인지 영웅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뒷 골목 무뢰배인지 알수 없는 담진현에서 냉소적이면서도 가슴 깊숙히 따뜻한 마음을 품은 필립 말로우가 연상됩니다. 압도적인 능력의 슈퍼 히어로가 아니지만 그 끈질긴 생명력과 투지가 너무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냉소적이고 소시민적인 내면이 엿보이는 끊임없는 독백은 정말 많이 닮아있네요.

그리고 불길함과 끈적함, 애욕과 방탕, 그리고 돈과 피가 흐르는 소주와 LA의 뒷 골목.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마치 쌍둥이 처럼 닮은 도시의 모습입니다. 한상운님의 이 번 무림사계를 저는 이렇게 장르를 붙이고 싶습니다.

"하드보일드 무협소설"  

거기에 더해 한상운님의 작가로서의 능력이 이 번 무림사계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습니다. 문장의 유려함을 넘어서 글 속의 내용과 같이 호흡하고 있는 문장의 간결함과 건조함이 눈에 띕니다. 원래 이야기 구술자로서의 그 재기발랄함과 신선함은 주목받고 있었지만 이제 글을 다루는 작가로서의 성취에 일정 정도 결과를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드디어 완결권이 나왔던데 완결권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기쁘네요. 아직 한 권 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담진현과 소주의 뒷 골목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결론적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한상운님의 무림사계를 무협 소설에 있어서 또 하나의 문제적 스타일의 완성이라고 평가합니다.

[ 2. 향공열전 - 조진행 ]

얼마 전에 4권이 나왔습니다. 조진행님의 주인공 길들이기와 이야기 전개의 감칠 맛은 향공열전에서도  명불허전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예전 작품들에 비해 뭔가 여유같은 게 느껴집니다. 편안함이랄까요. 주인공의 성격 탓이려나요. 이야기의 감칠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읽는 도중 편안히 여러 생각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중견작가로서의 완숙함이 제대로 물이 오른 시점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가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향공열전이 조진행 스타일의 화룡점정을 찍는 작품이 될 것 같은 느낌이라면 너무 빠른 설레발일까요?

[ 3. 악공전기 - 문우영 ]

2명의 문제적 신인이 등장했습니다. 그 중에 한 분이 바로 악공전기의 문우영님입니다. 책 말미에 있는 조진행님의 추천사가 아니더라도 조진행 류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조진행님의 글과 비슷한 향취를 풍긴다는 것이지 답습하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문장에 힘이 있습니다. 내용을 떠나 문장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작품의 근저를 든든히 받히고 있는 철학의 공고함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 꾼으로서의 당겻다 놓는 추임새가 몸을 달게 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면이 있다면 등장인물의 입체감,즉 캐릭터 성이 약간 흐린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제 3권째이니 아직 더 두고 볼 일입니다. 최고의 신인작가가 등장했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 4. 숭인문 - 이길조 ]

신무협 도래기의 재현인가요? 이렇게 대단한 신인작가가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다니요. 2권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난 다음에 몸이 달아서 팔짝 뛰었습니다. 대체 다음 권을 어떻게 기다리나?!

문파 중심의 이야기. 용노사의 군림천하나 유재용님의 청룡장 시리즈가 주는 재미가 이 작품에도 베어 있습니다. 하지만 또 스타일은 많이 다릅니다. 좀 더 아기자기한 맛도 있고 등장인물의 선명함도 뛰어납니다. 주인공 양진위에게 자꾸 빨려들어갑니다. 이제 2권째인데 작품이 더 진행되면서 숭인문 내 사형제매 들의 선명한 캐릭터화가 기대됩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경쾌하고 거칠 것 없으면서도 소소한 재미들도 잃고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 권 쯤에선 통쾌함을 만끽할 것 같은 기대감도 생깁니다. 몸이 다네요. 역시 최고의 신인작가의 등장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2008년은 위 작품들만으로도 무협 소설에 있어서 매우 풍성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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