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수부타이
작품명 : 연풍무적
출판사 : 뿔미디어
혹시 만고지애를 읽으신 분이라면 이 책이 출간된 것이 상당히 기쁠것입니다. 만고지애를 쓰셨던 수부타이님의 신작 연풍무적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연풍무적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무림에 상당한 명문집안이 있습니다. 보통 그런 명문가의 후손은 대개 좋은 교육을 받게 마련이고 상당한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그렇게 좋은 교육을 받은데다 주위에 훌륭한 사람들이 즐비하게 되고 대개 이런 생각을 갖기가 쉽습니다. '나도 우리 부모님처럼 무림에 나가면 바로 그럴듯한 명호를 얻을 수 있을거야.'라고 말입니다. 지금의 부모의 모습만 보고 그 부모가 거기에 오기까지 쌓은 노력은 모르는 것입니다. 그렇다해도 운이 좋으면 이런 의도대로 이름을 얻을 수 있지만 세상이 원하는대로 될리없죠.
그래서 진소락은 만만한 놈을 찾아가 명성을 얻으려고 싸움을 걸었으나 정말 개박살이 나고 맙니다. 그럴듯한 무공에 당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은데 기본공 중에 기본공에 당해 폐인이 되고 맙니다. 이렇게 온실속의 화초가 세찬 풍파에 시달리면 대개 두 가지 길을 걷게 되죠. 시들거나 강인한 생명력을 얻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은 그 충격적인 패배 이후 3년을 폐인으로 지냈습니다. 그 혹독한 시기를 지나 다시 일어나는데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런 혹독한 시련을 겪은 주인공은 바로 선물을 받죠. 커플들의 축제 중 하루에 지붕을 타는 것이 취미인 빨간 옷을 입은 할아버지처럼 작가분이 이 주인공, 진소락에게 선물을 줌니다. 그것도 큼지막한 선물입니다. 들어보았습니까? '기연'이라고. 보통 장르소설에서 이런 기연이 주인공에게 주어집니다. 이런 기연이 소설의 개연성을 해치기도 하지만 장르소설에선 이런 '기연'이 일종의 장치입니다. 하지만 이 기연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뻔한 글과 재미있는 글이 차이가 납니다.
수부타이님의 이 '연풍무적'은 이 기연이 주어지기 까지 적절한 장치를 하였습니다. 이런 기연으로 인해 주인공의 무력은 급상승하고 무림과의 연이 맺어지는 것이죠. 절벽에서 떨어지니 전대 기인의 비급이 있다거나 영초가 있다거나 하는 건 좀 너무 뻔하지 않습니까? 크게 보면 이 소설도 그런 뻔함에서 못 벗어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름의 개연성을 갖고 독자들이 납득할 정도로 배치를 하였습니다.
적절한 무력을 얻었으니 그 무력 외의 점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이 '연풍무적' 입니다. 그리고 이 분의 전작이 '만고지애'입니다. 이러니 무엇에 중점을 두었는지 감이 오지 않습니까? 네, 당연히 여인들과의 연정(戀情)이 중심이 됩니다. 초반 1,2권인데도 상당히 매력적인 여인들이 세 명이나 나옵니다. 우희, 백리향, 서교. 이 세명다 각각의 색이 뚜렸합니다. 보통 이렇게 많은 여인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볼때 전 조금 불편할때가 많습니다.
주인공을 좋다고 하는 여인이 많이 나오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그녀들이 왜 주인공을 좋아하는데?'라고 물으면 좀 그럴듯한 이야기를 푸는 소설은 드뭅니다. 이 소설은 그런 줄기를 잘맞추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매력도 적절하게 보여주면서 그 여인들이 왜 주인공을 좋아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제목의 '연풍'처럼 그 연풍이 따뜻하게 불어옵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말입니다. 그 바람은 너무 후끈하여 불쾌하지 않고 따뜻하고 꽃냄새가 나는 봄바람 같습니다. 진소락과 우희, 백리향, 서교 사이의 정을 정말 부드럽게 풀어갑니다. 아직 초반이고 각 인물간의 사건이 작지만 두고 보는 재미는 충분할 듯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이 무협소설이듯 그 무위를 보이는데도 적절한 선을 지켰다고 봅니다. 소설내에서 흐르는 싸움은 요괴나 선계, 마계 같은 도가적 요소가 섞여 있으며 전투신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3권부터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질듯 한데 뒷편이 언제 나올지 궁금합니다. 연정을 중심으로 하면서 무협의 본분인 전투도 놓치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어느 소설이든 소설의 중심은 사람들간의 인간관계인데 그것도 적절하게 풀어썼습니다.
덧) 만고지애는 다시 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죠. 그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덧2) 블로그에도 감상을 올리고 있는데 제 감상글로 어떤분이 트랙백을 했는데 정말 멋들어지게 감상문을 적었더군요. 그래서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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