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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왕, 여기 잠들다

작성자
Lv.67 서래귀검
작성
10.12.30 14:18
조회
1,700

작가명 : 필립 리브

작품명 : 아서왕, 여기 잠들다(아더인지 아서인지 헷갈리네요)

출판사 :

필립 리브 하면 모털 엔진 연대기를 낸 작가인데 아서왕 이야기를 썼네? 하고 뽑아든 책이었습니다.

사실 이 작가의 작품들은 어쩌다 보니까 다 보게 됐는데 그리 글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은 안들더군요;(근데도 다 이 작가가 한국에 낸 작품을 어쩌다 보니 다 보게됐네요 ㅡㅡ;)

글빨 자체는 사실 그저 그런데

세계 멸망후 5000년 후의 스팀펑크적인 세계관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도시'들의 이야기를 그린 모털엔진이나, 근세 이성의 시대의 평행세계로 연금술로 우주여행이 가능해진 근세영국풍 SF인 라크라이트처럼 뭔가 매니악한 설덕이라는 점, 청소년 소설인가 하면서도 어딘가 살짝 예상과 빗나가는 비틀린 점..그런게 취향에 맞아서 지금껏 봤었습니다...

근데 이번 소설은 글도 잘썼네! 하면서 몰입해서 본 글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일반적인 아서왕 소설에서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면을 빼내고 재해석해서 쓴 소설입니다. 의외로 이런 종류의 소설이 많던데(윈터킹이라든가..) 필립 리브가 써서 그런지 다른 소설들보다 살짝 더 대담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킹 아더는 깡패 두목입니다. 별다른 근거지도 없이 언덕위의 초라한 나무 성에 약탈품을 쌓아두는 산적 두목이죠. 좀 순화해서 말하면 용병대장 정도일까요..

하지만 문명화되어 섹슨족에게 점점 밀리고 있는 브리튼인들은 이런 아더 하나 제대로 다룰 만한 왕도 없고 제각각 왕을 자처하는 소왕국들과 그 보다 조금 큰 왕국 몇개만 난립하고 있죠.

자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하면 아더의 산적질로 인해 오늘도 한 영주의 성이 불탑니다. 불타는 마굿간에서 어리딘 어린 소녀가 도망쳐나옵니다. 평소에 강가에서 그물을 거뒀던 소녀 답게 강물을 통해서 갈데도 없으면서 순조롭게 도망쳐 나옵니다..간신히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나와서 지친 몸을 쉬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를 붙잡습니다.

그녀를 붙잡은 것은 음유시인입니다. 이 사내는 물속에서도 자유자재인 소녀를 눈여겨 봤다가 따듯하게 해주고 먹을 것도 줍니다.

그리고 그녀를 이용합니다. 그녀에게 대륙에서 건너온 보검을 하나 건네주고 폭포 뒤에 숨어있다가 물 속에 잠수해서 아더가 오면 검을 건네주라 시킨 것이죠. 이 것이 명검 칼리번인 것입니다.

이 음유시인이 멀린입니다.(작중 이름은 멀린이 아니고 실제로 존재했던 마 모시기 라는 멀린의 모티브일 것이라 추정되는 음유시인인데 그냥 제눈에는 멀린으로 읽힘 -0-;)

멀린은 브리튼 각지를 떠돌며 깡패 아서의 무용담, 그의  승리, 전쟁, 영광 등을 꾸며내어 노래합니다. 그의 꿀을 바른 듯한 혀를 통해 언덕배기에서 수십명이 싸운것도 대회전이 되고 떠돌이  패잔병을 해치운 것도 사나운 야만족들을 물리친게 되죠.

멀린 덕에 아서는 단순한 산적대장이 아니라 좀 더 위대한, 영광스런, 차세대 브리튼의 왕처럼 여겨집니다. 사실 지금의 아더는 멀린이 만든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멀린은 브리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 브리튼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믿고 아더를 그 대상으로 삼은 거죠..심지어 아더조차 멀린의 무용담을 믿고 자신이 그런 영웅적인 인물이라고 믿게 됩니다..

자 이제 호수의 귀부인 역할을 하게 된 소녀는 어찌될까요. 아서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짓말이 드러나서는 안됩니다. 심지어 아서도 멀린의 마법을 믿기에 자신이 정말 정령에게 검을 받은걸로 믿고 있습니다. 만약 아서가 그 소녀를 다시 보게 된다면 멀린이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 화를 내겠죠. 무식한 아서가 화를 낸다면 피를 보지 않을수 없을 겁니다. 멀린이 좀 더 차갑고 계산적이었다면 소녀는 죽게되어 어딘가에 묻혔을 겁니다. 하지만 츤데레 멀린은 사실 꿈에 사로잡혀서 차가워 보일 뿐이지 속은 따듯한 남자이기에 소녀를 죽이지 않고 남장시켜서 키우게 됩니다...

이 소설은 이제 멀린의 꿈과 열정과 노력이 어떻게 끝나게 되는지, 그 여정을 함께 하게 될 소녀(분명 악마의 자식 멀린을 유일하게 사랑했고 대등했던 모르간이 모티브가 분명한)의 시점에서 보여줍니다. 기존 아서왕 신화에 나온 이야기들이 재해석 되어 나오는 것도 흥미롭고, 처절했던 시대에 어린 소녀가 남자로서 살아가는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한권의 이야기에 정말 균형이 잘잡혀서 몰입감있게 첫장부터 끝장까지 단숨에 읽게 됩니다...

요즘 가볍게 볼 소설이 없다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아더왕 이야기를 알고 보면 재해석된 여러 인물이나 사건 같은 것이 나와서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66 케이크
    작성일
    10.12.30 16:00
    No. 1

    볼만 하겠는데요 저 이런거 좋아해요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黑月舞
    작성일
    10.12.31 10:24
    No. 2

    제목 자체가 어마어마한 중의성을 지닌 제목인데 한국어로 번역하는 통에 좀 망한 감이 있죠.

    원제는 Here 'lies' Arthur. 참 멋진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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