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태규
작품명 : 무적행
출판사 :
지극히 개인적 총평입니다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무협작가님의 글이다. 태규님 만의 여러 요소가 잘 담겨져 있고, 천라신조 때 100검수련의 지루함이나 히로인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등의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내용은 줄어들고 처음부터 주인공에 포커스를 마춰 독자를 집중하게 해 주는 재미있는 글이다.
정통 무협적인 환상적인 장면과 묘사가 많고 가벼운 위트 대신 태규님 특유의 치열함과 독자를 흥분시키는 필력으로 또 승부를 보셨다.
보면 볼 수록 다음이 궁금하고 살짝 무거운 내용이 좋다.
단 가볍고 몰아주고 해피해피한 글을 찾는다면 비추다.
문피아의 연재분 부터 봐 왔습니다.
천라신조를 볼 당시 주인공의 행보를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 사실 그게 저에겐 태규님의 작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잘 쓰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천라신조의 주인공이 자기 또래의 아기들이랑 아둥바둥하고 너무 굴림당하는거 같아서 좀 아쉬웠었죠.
그 뒤에 풍사전기라는 책을 보고 (남궁세가 들어가고 좋은 형 같은 분이 죽는거 맞죠?) 주인공의 무력이 약한듯 하다가 갑자기 강해지는 설정이 태규님 작품의 특징 중 하나구나 하면서 1,2권에 화끈한 맛이 없어서 많이 아쉬워 했었습니다.
그러다 골베에 오른 무적행을 봤고, 주말을 맞아 빌려봤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부분이 길어졌군요.)
일단 무적행 1,2 권을 참 개인적으로 극찬을 하게 하네요
1. 고전의 맛이 느껴진다.
태규님의 글을 보면 환몽적이고 어른스러운 묘사가 항상 빠지지 않습니다. 천라신조에서 숭식? 등의 무공전수방법도 그렇고 무적행도 그렇고 그냥 사람간의 무협이 아니라 역사가 있고 뭔가 판타지적인 영적인 존재라던지 또 그 존재와의 소통등 독자로서 상상을 하며 보게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글로 표현하기 힘드네요)
아~ 고전의 맛이라 표현한 이유는
대부분의 요즘 무협들은 그냥 현대의 격투기를 하듯이 치고 빠지고 찌르고 하는 묘사들이 대부분인데, 태규님의 글은 비슷한듯 하면서도 격동적이거나 흥분이 되는 어투나 문장을 잘 구사하십니다. 때로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 구르고 때론 멀리서 나이든 원로가 중진들의 모습을 뒷짐지고 관조하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독자를 주인공의 친구로 지인으로 형으로 누나로 부모로 삼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가벼운 현대무협이 아닌 순수무협의 향기랄까요.
마치 무성영화의 변사의 묘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2. 중국에서 제작한 CG들어간 무협을 떠올리게 됩니다.
중국?대만? 영화 풍운이나 하여간 좀 어설픈 CG가 들어간 영화를 보면, 기암절벽이 나오고 천마 같은 악당은 하늘에 검은 기운이 얼굴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CG로 강이 갈라지고 건물이 날라다니고 합니다.
대부분의 글을을 보면 상식선에서 묘사를 합니다.
동굴이 나오면 그냥 동굴이고 집이 나오면 그냥 집입니다. 무적행에 나오는 암동은 거의 지하에 도시가 있는 수준이고 일정 간격으로 들어오지만 나가지 못하는 세계, 지하에 큰 공동도 있고 벌집같은 곳도 있고 호수도 있고, 제갈세가를 묘사함에 있어서도 다른 글들은 암기나오는 기관이나 안개등 환각나오는 진법 정도인데 무적행에서는 건물이 척척척하고 움직이고 결합, 분산하고 기관을 이용해 아예 배치부터 통로까지 바꿔버립니다.
CG를 쓰는 영화들에서는 많이 나오고 쉽게 적용가능하지만
글이라는 틀 안에서는 다들 생각을 안 하시는건지 불필요한건지 귀찮은 건지 어려워서 안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태규님은 저런 멋진 장면을 글로서 잘 보여줘서 좋습니다.
3.보이지 않는 많은 반전들이 있습니다.
무적행 1,2권을 보면서 중간에 손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입체적이지 않고 1차원적으로 전개되는 책을 볼 때는 말입니다. 한가지 사건이 끝나거나 시선이나 이야기 주체가 바뀌면 "밥먹고 볼까? 나갔다 와서 봐야지?" 하고 잠시 책을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건이 얽히고 섥힌 소설을 보면 중간에 흐름이 끊기고 앞뒤 정리가 안 되기 떄문에 책을 잘 못 놓게 되죠.
무적행이란 책이 그렇게 입체적인 책이냐고 묻는다면 전 아니다 라고 말 하겠습니다. 이 책은 쉽습니다. 주인공의 성장기를 1차원적으로 따라가죠. 단순하죠. 하지만 이 책은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쉽게 써지고 읽혀지는 책들은 다른 의미로 단순합니다.
주인공이 적보다 강합니다. 주인공이 약하지만 한수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편은 안 죽습니다. 주인공은 착하고 정의롭습니다. 적을 회유하거나 흡수하기도 합니다. 결정적 순간엔 기연이 찾아오죠.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너무 쉽게 예상이 되죠.
그런데 무적행은 (스포금지) 중요한 인물이 죽기도하고 주인공이 너무 심하게 구르고 당하고, 적인줄 알았는데 같은편 이기도하고 주인공이 능력을 보이겠구나 하는데 숨기기도 하고 좋은 편이 되겠구나하는데 적이기도 합니다. 뒷장 뒷장이 대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기 때문에 한장한장을 놓지 않고 계속 보게 됩니다. 결국 앉은 자리서 2권까지 다 보게 되었습니다.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게 필력이라고)
4. 인물들의 광기와 열정, 격동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많은 출판 책들을 읽다보면 가족을 치료해줘서 너무나 감사한데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원수에게 복수하는데 "널 죽임으로서 복수를 할겁니다" "나로서 끝내주게" 모두가 절망하는데 주인공이 해결하는데 "저분은 누굴까? 감사합니다" "전 바빠서 이만" 이러면서 넘어갑니다. 기승전결이라고 하죠. 저는 작은 사건 사건들도 기승전결을 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뭐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1.문제가 생기고 -기
2.대부분 힘들어 하고 - 승
3.숨겨진 뭔가가 있는걸 독자만 알고 -승
4.주인공이 힘들게 알아내서 - 전
5.널리 알리거나 해결합니다. - 결
이런 전개가 한권 안에서도 적게는 한번 많게는 4,5번씩 나오는게 장르소설들인데, 요즘 막 찍어내는 책들을 보면 저 작은 사건 사건들의 맛을 살리지 못 합니다.
전 단언하건데 그 작가님들이 실력이 없거나, 퇴고를 안 해서 그렇다고 봅니다. 저 같이 감상글이란 이름으로 몇자적는 일개 독자도 다 쓰고 나서는 어떻게 단어를 바꿔야하고 어떻게 문장과 문단을 바꾸고 하고 때론 어떤 용어를 쓰면 문피즌에게 욕먹겠지, 이렇게 요 말을 바꾸면 읽은 분중에 격하게 동감해서 추천찍어 주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수정합니다.
근데 요즘 책들은 이런거 없습니다.
분명 솜씨가 없거나 빠르게 써 내고 또 빠르게 출판하기 위해 퇴고 할 필요없는 (기승전결이 아닌) 기기기결 로 글을 써 놓는거 같습니다.
그에 비해서 무적행은 몇페이지 마다 주인공의 독특한 말투나 생각, 비극을 희극으로 반전하는 대사들, 어떤 한가지 사건이 주인공과 악당과 조연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어떤 긴장을 타게하는지 표현해 줍니다. 정말 짧은 단어와 문장속에 저 같은 독자가 격동하며 읽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정말 읽으면서 때론 주인공과 함께 크게 쳐 웃고 때론 악당과 함께 경악하고 때론 세가주의 입장에서 난처해 하면서 읽었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단점? 어색함? 불편함을 굳이 지적해 보자면
1. 주인공 무공수준 보정
심하게 굴리다가 넘 쉽고 기연적으로 주인공이 강해진다.
2. 너무 무거운건 아니지만 확실히 전혀 가볍지 않다
요즘 인기있고 잘 나가는 책들을 봤을 때
전체적으로 김강현, 전혁, 김정률, 황규영님 식의 가벼운 글이 추세를 타고있습니다. 심지어 장영훈님 조차도 가볍게 실소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넣는 쪽으로 글을 씁니다.
그에 비하면 무적행은 진지하고 사실적이고 격렬한 요소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저야 가벼운 것도 좋아하지만 파슈파티나 리턴 1979 처럼 글자가 많고 무개있는 글돌도 나름 좋아하기에 잘 읽었지만 가벼운 글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글 초반부의 주인공 주변의 치열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워 책을 접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주인공의 개성이 글과 괴리감이 있다.
물론 주인공은 남과 달라야하고 영웅이 될 인물이기 때문에 독특한 (예를 들어 희생하고 남 살리고 결과보단 과정이 더 선해야한다 이득보단 정의를 추구 등의 서민이 봤을 때 이해가 안 가는 주인공만의 설정) 인물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동의하지만 이건 양날의 검 같습니다.
천라신조에서 주인공은 히로인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전 "누구나 한번 쯤 사랑에 미칠수 있지 ! 미친넘으로 보이는게 당연하다" 라는 식으로 봤고 지금 무적행의 주인공의 "아프리카원주민 영화인 부시맨 정도의 사회성, 그리고 천살성,지살성이라는 운명에 의한 광기" 독특한 설정이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 잘 읽고 있습니다만
이런 개성이 너무 강한 주인공의 캐릭터는 마니아적인 독자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정당성,합리성을 적절한 사건과 설명을 통해 독자를 설득시키지 못 한다면 무더기 독자 광탈이라는 리스크 또한 안고 있다고 봅니다
(주제 넘지만 개인적으로 저런 자신만의 칼라를 가진 분들이 작가라 불릴만 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대중적인 김정률, 먼치킨의 대가 김강현, 가벼운 위트의 황규영 님 등 등 등 등 등)
하여간 잼있었고 앞으로도 기대하고
장르작가란 세계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시는 저런 분들이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잘 됐으면 합니다
태규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