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감상] 혈기린 외전을 읽고...

작성자
Lv.1 박정현
작성
03.06.23 01:42
조회
1,387

-혈기린외전을 읽고-

좌백 무협 중 혈기린외전의 마지막 3부(협객불기의)가 나온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정

말 반가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좌백 무협의 대표적 수작으로 꼽는 소설이면

서 아직 그 결말을 보지 못했기에 아쉬워하던 소설이 바로 혈기린외전이었고, 이상하게 나

스스로는 누가 혈기린외전을 좌백 무협 중 가장 좋은 -즉 가장 재밌고 완성도 높은- 소설

이라고 하면 바로 반론이 나가던 소설이 혈기린외전이었으므로 정말 그 끝이 어떻게 끝날지

에 대한 것과 미진했던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혈기린외전은 꼭 한번은 다시 보아

줄 필요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다시 보는 책을 포함하여 혈기린외전의 총 권수인 6권쯤은 하루면 거뜬했을 것

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유 많은 학부생도 아니고(여유 없는 대학원생이라는..-_-;;;) 밤 늦게

까지 이어지는 실험에 치여 6권의 혈기린외전은 오늘로서 보기 시작한 지 4일만에야 완독할

수 있었다.

과연 협객이란 무엇인가...좌백은 후기에서 밝혔다시피 맹자와 사기의 유협열전에서 나오는

협객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자 했다고 했다. 책에는 과연 1부, 2부 3부에 따라

각각의 주제에 맞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러한 옛 고서가 전하는 협객에 대한 정의에 해당

하는 사람들을 나타내 보이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또한 소설의 중심이 왕일이다보니

왕일의 시선을 따라가 책 속에 빠지다 보면 진정한 협객은 얼마 없으며 협을 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종국엔 자신만의 대의를 갖는 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것도 같았다.

왕일은 과연 협객인가...?

원수를 갚고 혈기린과의 신의를 지켰고 무림에서 일어난 전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드러난

결과물만 가지고 판단하면 그는 협객이지만 과연 그럴까...?

왕일은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협객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꺼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

는 언제나 먹을 것만 풍족하면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았을 평범한 농사꾼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남 대신 충군형을 살았고 왜 홀로 살고 있는지 모르고 삶의 회의를 느끼고 있는 그

에게 혈기린은 사명을 주어 삶을 이어가게 해준 것뿐이었다. 왕일은 강호인을 이해하지 못

했고 실은 이해관계에 따라 싸우는 것이지만 명목상의 대의를 가지고 있던 강호인들이나 자

신만의 대의를 가지고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황보장군과는 달리 그저 그때그때 맡은 바 임

무를 다하던 인물에 불과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일을 위해서 주위 사람들을 부려먹었으

니 이기적이고 정이 없는 그러나 어떻게 보면 한편으로는 자상하고 그냥 버려두지 않는 정

이 있는 사람이었으며 그가 행한 일은 자신과 직접 혹은 방황하던 내면의 그와 관련이 있었

으므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 협의를 행한 것이라도 그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

다.

그렇다면 오히려 협객에 가까운 인물은 그의 주변 사람들 중에 있었을까...?

그 손속이 지독하여 악산삼귀로 불리었다고 하나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고자 했으며 왕일의

처지를 안타까이 여겼던 손부자가 협객인가...? 다른 인물들은...?

손부자네 형제들이 가장 가까워 보이고 그 다음이 왕일의 사부 독개 서문정이고, 그 다음이

유곰보이며,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사람은 황보장군이었다.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상태에서

왕일에게 순수하게 도움을 준 이들은 오직 이들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 중에서 그래도

또 골라내라면 색깔이 다른 하나는 황보장군이니(그는 남을 돕는 협보다는 충을 생각했고 -

황제를 위한 충이 아니었다- 그것이 곧 자기 만족이며 자신이 추구하는 대의라고 생각했으

므로...) 그를 제외해도 나머지 세 명은 협객에 가까운 협을 행한 것이니 협객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협은 자신의 신념 속에서 올바른 일을 행하는 것이라 한다. 소설 속에 간접적으로는 협객의

정의와 맞물리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딱히 내세울 수 있는 전형적인 협객

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주인공 왕일이 협에 매료되어 협객의 길을 걷는 인물도 아니고 다른 이들도 과거나 대화내

용이나 행동에서 보면 그나마 협객이라 뽑았던 인물들도 고서에서 정의된 협객과는 거리가

있었다. 혈기린외전이니 혈기린이라는 인물이 왕일의 시선이나 약간의 설명으로 인해 간접

적으로라도 영웅의 모습을 보이며 전형적인 협객의 모습을 나타내 주었더라면 비교해볼 수

있으련만, 소설 속에서의 혈기린이라는 인물의 인지도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조각조각되어 널려 있는 협객의 정의 속에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이해득실로 나뉘어져 있는

인간군상들... 좌백이 명시한 각 부마다의 소제목들인 협객에 대한 정의(협객불망원, 협객불

실신, 협객불기의)와 서문 및 후기에서 이야기한 글의 의도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면 이해

하기 힘든 어려운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는 가장 완성도 높고 재미있는 글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좌백 무

협 중 가장 재미없었던 어려운 무협이었으므로 반론이 나가려고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

다.

혈기린외전에서는 느낌이 오는 대단히 매력적인 인물이 없다. 왕일은 너무 치열하고 끈질기

고 어떤 의미에서는 음침해서 싫고 악산삼귀나 서문정은 너무 금방 죽고 유곰보는 소설 속

에서 차지하는 정도가 너무 약하다. 그나마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채 당당한 황보장군이

가장 맘에 들지만 역시 인물이 약하고 다른 소설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혈기린외전이 있으니 혈기린본전(?) 또한 기대할 법 한데 소설 상에서

나오는 혈기린의 강호이야기는 극히 약하고 별 내용도 없으므로 이러한 기대 또한 무너졌다

는 것이다. 김용의 비호외전, 설산비호처럼 단편이라도 혈기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

는 희망이 생긴다.

혈기린외전은 어떻게 보면 좌백 무협에서 뒤가 급격히 무너지지 않은 소설로 1, 2위를 다룰

정도의 완성된 소설이라는 생각은 든다. 매니아들은 글이 충실하다는 생각과 좌백 특유의

생생한 느낌이 드는 필체에 열광할 지 모르지만 나로선 좌백무협 중에 가장 딱딱하고 어려

워서 재미가 없다...-_-;;;(이건 어쩔 수 없는 나만의 느낌...이라는 거지요...~)

좌백의 다음 소설이 하루 빨리 완성되길(천마군림...-_-;; 완결이 안되면 잘 보질 않는지라...)

기다리며 오랜만에 두서없는 감상을 남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좌백은 제가 진산 다음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가분이랍니다...^^;;; 냥...~

(죄송한 말이지만 진산님 단편 무협 백결검객과 고기만두는 다시 보아도 감동적이군

요...T_T;; 죄송...~)


Comment ' 2

  • 작성자
    Lv.91 夢戀
    작성일
    03.06.23 01:55
    No. 1

    저는 좌백님의 책 중 요즘 나오는 천마군림을 제외하곤 모두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천마군림은 구무협의 향기가 강하다랄까?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혈기린외전도 2부까지는 정말로 좋았습니다. 세번이나 정독을 했었으니깐요.
    그런데 3부에서 내용이 많이 망가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전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했던 좌백님의 글들을 요즘은 접할 수가 없어서 너무나 아쉽습니다.
    저는 풍종호님과 좌백님 스타일의 글을 무척 좋아하는데 가슴이 아리군요.

    무협 소설과 애니메이션, 만화가 없다면 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 가끔 생각해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4 무섭지광
    작성일
    03.06.23 08:29
    No. 2

    혈기린 외전
    재미있었죠.
    3부는 갑자기 끝맺음을 하려고 하니 좌백 답지 않은 무리한 끝내기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어디 든지 무슨 종목이든지 끝내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상하게 우리 무협은 끝내기가 너무 약하지 않나 싶네요.
    정말 내 마음에 드는 깔끔한 마무리가 아직 없네요,
    그런 부문에서 우리 무협작가님들 신경 좀 쓰셨으면 하네요.
    하지만 ,혈기린외전이 보기 드문 수작인 것은 인정안할수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057 기타장르 [참고] 한국무협의 기념비, 좌백과 혈기린... +6 Lv.15 노레이션 03.06.26 2,305 0
1056 기타장르 [감상]혈기린외전(血麒麟外傳)(전6권ㆍ시공... +3 Lv.1 화무십일홍 03.06.26 2,051 0
1055 기타장르 [감상]한수오님의 아수라를...... Lv.1 사사 03.06.26 1,105 0
1054 기타장르 [감상/잡담]대형 설서린3권을 읽고 나서 +2 Lv.8 hyolgiri.. 03.06.26 1,164 0
1053 기타장르 [감상] 용대운님의 태극문을 읽고. +6 Personacon 검우(劒友) 03.06.25 1,555 0
1052 기타장르 [추천]일인무적 +5 Lv.11 하늘바람 03.06.25 1,822 0
1051 기타장르 [감상/추천]이소님 귀금행... +3 Lv.11 風蕭蕭 03.06.25 1,406 0
1050 기타장르 [감상]팔만사천검법,혼천일월장 +11 Lv.1 사단 03.06.25 3,431 0
1049 기타장르 [감상] 금강불괴 +2 Lv.21 CReal 03.06.25 1,358 0
1048 기타장르 [감상] 이영신님의 대종사 +1 Lv.1 강호인 03.06.25 1,281 0
1047 기타장르 [감상/비평] 사마쌍협! +8 이승현 03.06.24 1,459 0
1046 기타장르 [감상] 용대운님의 '군림천하' +8 Lv.4 무협사랑1 03.06.24 2,128 0
1045 기타장르 [감상] 청룡만리 - 끝까지 다 읽고 (스토리... +1 Lv.91 mr***** 03.06.24 1,330 0
1044 기타장르 [감상] 대종사를 보고 잠깐 드는 생각. +3 Lv.30 남채화 03.06.23 1,534 0
1043 기타장르 [감상] 장경님의 빙하탄... +9 Lv.1 강호인 03.06.23 1,835 0
1042 기타장르 [감상-아수라] '아수라'는 영화'압솔롬탈출... +1 Lv.1 적나라닥 03.06.23 1,770 1
1041 기타장르 [비평]운종 +5 Lv.11 하늘바람 03.06.23 1,194 0
1040 기타장르 [추천 및 감상] 위령촉루를 읽고서... +1 Lv.1 th***** 03.06.23 1,119 0
1039 기타장르 [참고] 행간 띄우기. 말머리.... 위반사례 ... +1 Personacon 금강 03.06.23 1,123 0
1038 기타장르 [감상] 표절도 (2권까지 읽고.) +1 Lv.91 mr***** 03.06.23 1,659 0
» 기타장르 [감상] 혈기린 외전을 읽고... +2 Lv.1 박정현 03.06.23 1,388 0
1036 기타장르 [참고] 90년대 중반 등장한 신무협작가들에... +3 Lv.1 서태수 03.06.23 2,057 0
1035 기타장르 [추천]이우형님의 유수행.. +3 Lv.58 그리운 03.06.23 1,361 0
1034 기타장르 [공지] 회원삭제조치 및 닉네임 길이 제한 Personacon 문피아 03.06.22 1,250 0
1033 기타장르 [비평]광풍가 +5 心魔 03.06.22 1,425 0
1032 기타장르 [추천]한수오님의 아수라 +2 신출귀몰 03.06.22 1,166 0
1031 기타장르 [감상]군림천하9권을 읽고 눈물이 앞을 가... +8 절대종사 03.06.22 2,289 0
1030 기타장르 [감상]칠정검 칠살도를 보고 +5 Lv.1 에헴이 03.06.22 1,433 0
1029 기타장르 [감상]"경혼기 분뢰수"와 "경혼기 지존록" ... +4 Personacon 진신두 03.06.22 3,049 0
1028 기타장르 [감상] 쟁선계 +1 오며가며 03.06.22 2,369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