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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백랑-
작성
06.01.02 13:18
조회
942

작가명 : Ro:늑대:aR  = 조아라

            - 백랑 -      = 고무판

작품명 : 불꽃의 마녀 -아홉마녀의 형벌-

출판사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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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로 조아라에서 글을 쓰고 있는 -백랑- 입니다. (고무판에는 천천히 올릴까 생각중이예요.) 제가 요즘 취미삼아 여가시간에 글을 쓰고 있는데요. 사실 취미라고는 해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 있기에... 글을 여러번 거듭해서 읽어보고 고쳐보며 퇴고를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봐도 무엇이 부족한 점인지 잘 깨닫지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독서 경험이 많으신 분들에게 정중히 부탁을 할까 합니다. 시간을 조금 허비하실지도 모르시겠지만 제 소설의 단점과 장점을 지적해주세요.

* 기본 배경 스토리에 프롤로그의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음으로 주인공과 마녀가 만나는 1화와 2화만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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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배경 스토리=====================

<<<<< 배틀로얄에서 일부 아이디어를 따왔습니다>>>>>

천국도 지옥도 아닌 또 다른 세계.

제각기 다른 12가지 속성들과 그에 따른 상성을 연구하는 108 여명의 마녀들이, 자존심을 내건 대규모 전투를 벌인다. 그리고 전투에 참가했던 마녀들은 재판을 받게 되고, 9명씩 그룹으로 나뉘어, 기본적인 언어와 문화만이 입력된채 임의로 지정된 인간계의 나라로 떨어진다.

9명중 면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단 한명 뿐.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녀들의 각기 다른 마력의 원천. '상징'

'상징'이 다른 마녀에 의해 부숴지는 순간, 그 마녀는 마녀계로 호출을 당하게 되고 면죄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면죄 받는 마녀가 결정되는 순간, 그 마녀를 제외한채 나머지 8명은 기억을 잃어버린 '인간'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데...

통칭 '형벌' 이라고 불리는 마녀들의 종신형 선고.

죄인들 중 한명인 불꽃의 마녀 리리아. 그녀는 한국에서 태랑을 만나 1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다..

===================1화================

"태랑씨, 수고하셨어요."

"네, 가보겠습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그 지겹고 지겹던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끝났다. 이미 어둑어둑해진 길거리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손목시계를 흘끗 쳐다보았다. 9:00PM.

"에이... 드라마 최종회 하는데 못보겠네..."

그렇게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양 옷소매에 팔을 끼워넣고 종종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마치 중국 사신들이 하는  처럼. 애시당초 남의 시선 같은건 신경쓰지 않는다. 사람도 별로 없는 골목길인데 뭐하러 그런걸 신경쓰겠어.

시계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느낌 상 그런 자세로 1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땐, 코트 깃을 끝까지 올려놓고 손을 호호 부는 여성과, 서류가 가득 들은 것 같이 보이는 묵직한 가방을 든 중년의 남자 한명만이 서있었다. 그들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나는 벤치에 웅크려 앉아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 엉덩이를 타고 온몸으로 전달되는 벤치의 냉기. 친구의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사타구니가 쪼그라들 정도로 지독하게 차갑다. 기상예보에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것이라고 방송했던 기억이 문득 든다.  아, 옷을 좀 두텁게 입고 올껄... 후회가 밀려오는군...

5분정도 지나자, 노란 불빛을 내뿜으며 버스가 정차했다. 치익-! 하는 거친 기계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한명이요."

땡그랑땡그랑. 동전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늦은 밤이어서 그런지 버스 안은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다.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창밖을 내다보자, 거리의 불빛이 빠르게 지나가며 왠지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머리를 창문에 살짝 기대고 눈을 감았다. 히터를 틀어서 그런걸까? 버스의 내부는 제법 훈훈했다.

버스는 20분을 달려 내 하숙집 근처의 버스정류장에 도달했다. 외부와 내부가 온도가 심하게 차이나서 그런지 아까보다 더 추워진듯한 느낌이다. 서둘러 내린 나는 양볼을 손으로 문지르며 집을 향해 똑바로 향했다.

"정의의 이름으로 죽어라! 이 요물아!"

"건곤대나잇!"

"그만해-! 죽는단말야!"

바람의 나라인가 뭔가하는 그 게임의 기술 이름이 우렁차게 들려왔다. 마치 게임에서 몬스터를 때려잡을때 외치는 대사같군. 정의의 이름으로 죽으라니... 무엇으로 죽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건가? 친절하다.

당연하겠지만 나라면 좀 더 멋진 대사를 외쳤을것이다.

사랑과 평화가 존재하는 평화로운 지구의 히어로... 뭐 그런거.

나는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남자 초등학생 두 명이 막대기로 무언가를 툭툭 때리고 있었고, -어려서 그런지 위력은 없어보인다. - 같은 또래로 보이는 여자 초등학생은 그들의 옷깃을 잡으며 필사적으로 말리고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방향을 바꾸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의 짧은 다리 사이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검은 고양이가 보인다. 다친건가? 애들에게 맞은것 치고는 상처가 심한데... 동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그냥 지나칠수 없는 일이다. 3초의 고민을 마친 나는 그들 몰래 뒤로 다가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야이-!!!! 꼬맹이 자식들아! 뭐하는 짓이야!!!"

고막이 터질만큼 큰 사자후(!)를 내뱉었다. 고함소리에 깜짝 놀란 남자애들은 '으아아아앗!!' 이라고 비명을 지르며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여자애는 내 고함에 얼어붙은건지 아니면 도망갈 타이밍을 놓친건지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어이구... 정말 심하게 다쳤네... 이 시간에 동물병원은 열지도 않을텐데..."

나는 그 고양이를 살짝 들어올리며 상처를 살펴보았다. 아직 살아있는건지 가슴이 뛰는게 느껴졌다. 여자애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나...나 아무것도 안했어요... 나 그냥 애들이 못하게 말리고 있었는데..."

순진한 그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화 안났으니까 빨리 집에 가. 밤 늦게 돌아다니면 부모님에게 혼난다."

여자애는 대답도 안하고 잽싸게 집으로 도망갔다. 그나저나....

나는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검은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이 고양이는 어쩐다? 하숙집으로 몰래 들고 가야하나? 어차피 죽을거 같은데 그냥 두고 가야하나? 심하게 갈등이 된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눈 앞에서 무언가가 죽어가는 것을 보는건 피하고 싶다. 괜히 죄책감이 느껴지기에... 어쩔수 없다.

나는 고민 끝에,

"미안하다. 고양아. 도저히 어떻게 해줄수가 없어."

라고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검은 고양이가 힘겹게 눈을 뜨더니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초점도 흐릿한것 같다. 아마 내가 뿌옇게 보이겠지. 하지만. 나는 이를 악 물고 등을 돌렸다.

"상관없어. 나랑 상관없어."

라고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순간 들려온 소리.

...야옹...

그 들릴듯 말듯한 희미한 울음소리가 내 두 다리를 붙잡았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 고양이의 입주변에서 희미한 입김이 올라왔다. 숨쉬기도 힘든건가? 으... 보는 것 조차 괴롭다.

"아아~ 이런 때 만큼은 정이 많은 내 성격이 너무나도 싫어..."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한탄을하며 그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겉옷을 벗자, 살점을 베는 것 같은 찬바람이 내 몸을 휘감았다. 소름이 온몸에 돋는 불쾌한 감각을 느끼며, 그 고양이를 겉옷으로 감싸고 아기를 안은것 같은 자세로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천천히 집을향해 걸어왔다. 누가 봐도 감기를 걸릴것 같은 옷차림을 한 채...

집에 도착해 방의 불을 켜자, 여기저기 수북하게 쌓인 라면들과 책, 그리고 옷가지들이 나를 반가이 맞이했다. 발로 물건들을 대충 밀어 공간을 만들었다. 미안하다 쓰레기들아 조금 뒤에 치워줄게. 옷과 함께 고양이를 빈공간에 내려놓았다. 고통이 심한지 거칠게 씩씩 거리며 숨을 들이쉬던 그 고양이가 울어댔다.

"알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금방 치료해줄게."

나는 서랍 구석에 처박혀 있던 소독약과 붕대, 그리고 연고를 가지고 왔다. 이런걸로 될까?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다. 나는 소독약으로 상처를 살살 소독한후,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소독약이 따가울텐데도 꿈쩍하지 않는걸 보니 얌전한 고양이인가보다. 어쩌면 자기를 치료한다는걸 알고 있는걸까?

하도 다친데가 많아, 붕대를 감고나자 고양이가 미라 같이 보인다. 왠지 더 처참해진 것 같은 고양이를 보며.

"어휴... 이런거 좀 배워둘걸."

라고 중얼거렸다. 스스로 한탄을 하며 대충 치료를 마친 나는 약들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방을 대충 깨끗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어, 컴퓨터를 켰다. 메신저에 접속하자 잠시후 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진무 녀석에게서 메세지가 도착했다.

'태랑아, 뭐하냐? 엠센으로 지뢰찾기 하자.'

'어, 진무냐. 방금전까지 고양이 치료하고 있었어.'

'ㅋㅋㅋ 왠 고양이?'

'천사 같은 성품으로 어린 영혼을...'

진무님이 로그오프 하셨습니다.

..........나쁜놈.

몇분 뒤에서야 다시 로그인한 진무는 이런저런 농담으로 나를 즐겁게 하며, 지뢰찾기를 신청했다. 한동안 누구하나 말 한마디 없이, 열심히 지뢰를 찍어댔다. 그 박빙의 게임을 얼마나 했을까? 나는 무심코 탁상에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작은 바늘이 새벽 1시를 향해있었다.

"벌써 한시야? 에고...자야겠네..."

의자에 피곤한 몸을 기대며 고양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 녀석은 고통이 상당히 완화된건지 몸을 둥글게 만채 잠이 들어있었다. 꿈이라도 꾸는걸까? 가끔씩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나는 진무에게 잠을 자야겠다고 말한 뒤, 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침대에 몸을 던지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내일은 이름을 정해줘야겠군...뭐, 어차피 동물 병원에 보내야겠지만."

그렇게 말하곤 깊은 잠으로 빠져들어갔다. 그때까진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 이 고양이 때문에 말도 안되는 경험을 하게 될꺼라곤...

==============2화===========

"저기요. 저기요."

누가 내 등을 쿡쿡 찌른다. 잠에 취한 나는 손을 허공에 저어 하지말라는 의사를 표현했다. 후우- 하는 작은 한숨소리가 등 너머로 들리더니, 또 다시 누군가 내 등을 쿡쿡 찌른다. 여자목소리... 아, 정말 집요하다. 학교 다니는 아들을 깨우는 어머니라도 되는건가... 왜 자꾸 깨우는거야.

옛 속담에 이르길, 잠자는 사자의 콧털은 건드리지 말랬다. 나는 짜증가득한 목소리로,

"아씨, 하숙집 아줌마... 저 깨우지 말아요. 오늘 일 없어요..."

라고 애같이 칭얼거렸다. 어떤가? 사자같이 무섭지 않은가?

"하숙집 아줌마?  아아...배고픈데..."

저 짦은 퉁명한 목소리에, 얼굴에 베개를 파묻고 있던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한국어 억양이 좀 이상해. 게다가 하숙집 아줌마의 목소리가 아니야. 엎어진 채로 고개를 슬쩍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보았다. 낯익은 반팔티와 반바지를 입고 쭈그려 앉아있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

"......."

그녀가 씩 웃더니, "잘잤어요?" 라고 말했다. 그녀의 허리춤까지 오는 자연스러운 생머리와 흑색 눈동자가 보였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고개를 다시 베개로 파묻었다. 여자라니? 남자가 혼자사는 하숙집에 여자라니? 꿈이라고 믿고 싶다. 내가 무슨짓을 한거지? 어젯밤에 내가 했던 일들을 다시금 곱씹어 보자... 일 마치고 오는길에 고양이 주워서 치료해주고 게임하고 잤다.

...

분명히 어딜봐도 여자와 향락에 빠질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파묻은 채로 말했다.

"누구예요.. 어떻게 들어오신거죠.."

그녀는 멀뚱히 나를 바라보더니,

"어...리리아라고 합니다. 어떻게 들어온거냐구요? 그건 무슨뜻이죠?" 랜다.

나는 고개를 들며,

"...문이 열려있어서 들어온거예요?" 라고 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휙 돌려 문을 바라보았다.

"아뇨, 문은 어제부터 잠겨있었어요."

뭐야... 이 이상한 질문과 이상한 대답은. 나는 한숨을 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머리가 붕 떠있었지만, 지금 그런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방바닥에 앉아있는걸 보니, 도둑은 아닌가보다. 도둑이였다면 이미 도망쳤겠지.

"... 왜 제 옷을 입고있는거죠.."

"아... 옷을 안입고 있으면 알몸이니까요."

"......"

머리를 푹 숙였다. 울고싶다. 어딜봐도 정상적인 대화가 아니야. 게다가 어째서 알몸이라는 단어를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수가 있는거지?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머리를 숙여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 쭈뼛쭈뼛하더니,

"저기요. 어제 일은 감사했어요."

라고 말했다. 어제 일?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까는 너무 당황해서 보지 못했는데... 그녀의 목이나, 손목, 다리에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다. 붕대는 왜 차고 있는거지? 그녀는 내 복잡한 생각은 신경쓰지 않은채 계속 말을 이었다.

"착한분이신거 같으니까... 괜찮겠죠. 제 소개를 할게요. 제 이름은 리리아. 불꽃의 마녀입니다. 마녀계에서 죄를 짓는 바람에 추방 당했어요."

"......"

"어제는 운수없게도 물의 마녀 클레어를 만나버려서, 정말 크게 당했어요. 불꽃이 상대하기엔 상성이 너무 안좋거든요. 간신히 살아남아 거리를 떠도는데 아이들이 고양이로 변한 절 괴롭히더라구요. '마녀의 룰' 때문에 공격할수도 없고..."

"......"

뭐야, 어제 그 고양이가 당신이라고? ...미친거 아냐? 변신이라도 한다는거야? 남자 10명을 데려다놓고 이 여자가 어떤거 같으냐고 물으면 9명은 나와 같은 대답을 할것이다. 납득할수 없는 상항 덕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딱딱한 어조의 말이 튀어나왔다.

"나가."

"네?"

"당장 나가."

나는 벌떡 일어나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리고 현관문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별다른 반항도 하지 않고 현관까지 끌려나왔다. 처음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반말이 마구 튀어나왔다.

"이해 하나도 못하겠어. 마녀 따위 뭔지도 모르고, 상성이라는건 더더욱 뭔지 몰라. 그런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법한 설명 듣고 싶지도 않아. 지금 입은 옷은 줄테니까. 당장 나가. 난 귀찮은 일에 말리고 싶지 않으니까.. 알겠어?"

"아, 아..."

그녀는 어쩔줄을 몰라하며 현관문 밖에 서있었다.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채 문을 쾅 닫아버렸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거야? 21C에 마녀 따위가 있을리가 없잖아. 아침부터 험한꼴 보는군. 나는 찝찝한 기분으로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불꽃의 마녀라고?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쳇, 하는 불평의 소리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아, 정말... 이런 겨울에 얼어죽으면 어쩌려구 그러는거야."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어제꼈다. 그녀는 이미 어디론가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슬리퍼를 대충 신은 채로 문 앞까지 나갔다. 주위를 둘러보자, 저 쪽 멀리에 그녀가 터벅터벅 걸어가는게 보였다. 나참, 마녀라면 빗자루라도 타야하는거 아냐? 왜 터벅터벅 걷는데. 나는 그렇게 불평하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달려가면서 생각했다, 그때 고양이 구해줄때도 이랬었지.

"이봐요!"

그녀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녀에게 다다른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방금전에 미안했어요. 상황파악이 잘 안되어서...아니, 어쨌든 그렇게 하고 다니면 얼어죽을지도 모르니까요. 내 방에서 몸 녹이고 가요. 이야기 들어줄테니까."

그녀는 아까 내가 화를 낸 것 때문인지, 약간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쭈뼛거리며 물었다.

"그래도 돼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그녀를 잘 설득해서 -몇마디 했을뿐이지만- 돌아온 나와 그녀. 집으로 들어온 나는 그녀를 식탁에 앉게한 뒤 요리를 시작했다. 사실, 내가 가장 못하는 것이 요리다. 하숙집 아줌마의 딸 현주-대학후배다-가 몇번 가르쳐주긴 했는데 따라해봐도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녀가 종종 남은 반찬이나 밥을 차려주기도 한다. 아, 지금 만드는 것? 뻔하잖은가. 라면.

티티티티티틱. 티티티티티티틱.

"어? 뭐지?"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가스레인지를 다시 켜보았다. 그러나 가스가 외부에서 유출된건지, 가스레인지에 불이 붙질 않았다. 아무래도 LPG 가스가 들어오는 관이 지난밤의 추위 때문에 터진것 같았다.

"무슨 문제라도?"

식탁에 앉아 젓가락을 신기하게 보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아... 불이 없어서 요리가 불가능 할것 같네요..." 라고 대꾸했다.

정말 민망하다. 몸 좀 녹이라고 해놓고 아무것도 대접하지 못한다니. 냉장고엔 차게 먹을수 있을만한 음식이 있지도 않다. 어쩌지.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 냄미? 냄피? 내..."

"냄비요?"

"아, 냄비! 그거 그 검은색 상자에다가 올려놓으세요."

냄미. 검은색 상자... 표현이 이상하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나는 물이 든 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가 다가와 냄비에 중지손가락과 엄지 손가락를 물에 담구더니, 뭐라고 중얼거렸다. 손가락을 강하게 퉁기자, 냄비속에서 불이 강하게 회전하더니, 순식간에 물이 끓어올랐다.

깜짝놀란 나는 멍 해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 양의 물이라면 직접적으로 불을 집어넣어 끓이는건 아주 쉬워요. 아까 말한 물의 마녀 정도라면 큰 문제지만."

그녀는 빙긋 웃더니, 식탁으로 돌아갔다. 나는 얼떨떨해진 표정으로 그녀에게 라면을 끓여주기 시작했다. 쇼크를 받은 나의 몸은 이미 생각을 하면서 끓이는게 아닌, 그냥 몸에 배어버린 습관으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마치 기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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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1 북풍마황
    작성일
    06.01.02 14:37
    No. 1

    일단 이계 진입물이군요.
    이계진입을 싫어하는 독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진입동시에 책을 접는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쓰시면 언젠가는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 생각됩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LongRoad
    작성일
    06.01.02 15:11
    No. 2

    글이 재미는 나네요.
    스타일은 일본 망가풍이네요.
    독자타켓이 중고생이라면 성공할수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백랑-
    작성일
    06.01.02 15:13
    No. 3

    그렇군요... 대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군요.
    뻔하고 뻔한 이계진입물이 많아서 그런가요... 음...

    개성있고 흥미가 많은 소재로 승부(?) 하겠습니다.

    두 분 모두 조언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난다난다
    작성일
    06.01.02 18:15
    No. 4

    설정에서.......

    1.9명중 승자 1명은 사면되고 마녀계로 돌아간다...

    2.'상징'이 다른 마녀에 의해 부숴지는 순간, 그 마녀는 마녀계로 호출을 당하게 되고 면죄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됨

    3.면죄 받는 마녀가 결정되는 순간, 그 마녀를 제외한채 나머지 8명은 기억을 잃어버린 '인간'으로서의 인생을 시작

    마녀계가 마녀들의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라고 할때 1번 승자의 경우는 이해가 갑니다만 2번과 3번은 모두 패배한 경우인데 한쪽은 마녀계로...다른 경우는 인간계에서 살게 되네요....

    또 9명이 만나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가네요...^^;

    조금만 더 설득력 있게 설정을 바꾸면 더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문체와 글의 구조에서...........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어제꼈다.
    그녀는 이미 어디론가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슬리퍼를 대충 신은 채로 문 앞까지 나갔다.
    주위를 둘러보자, 저 쪽 멀리에 그녀가 터벅터벅 걸어가는게 보였다.

    ==>영화의 장면을 글로 풀어놓은것 같은데 1인칭주인공시점에서 [[ 나는....했다. ]] 라는 문장 구조를 반복해서 사용하는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네요...너무 딱딱 끊어서 설명한다고 할까....
    ==> 주인공의 행동만 설명하고 있으며 생각을 설명하는 문장까지의 호흡이 너무 길어서 몰입이 조금 힘듭니다. 중간중간 주인공의 느낌과 생각을 넣어주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현관문을 열어제끼고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그녀는 이미 어디론가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왠지 모를 아쉬움에 혹시나 싶어 슬리퍼를 대충 신은채로 문 앞까지 나가서 주위를 둘러보니, 저멀리 그녀가 터벅터벅 걸어가는게 보였다.

    주제넘지만 제가 조금 바꿔본겁니다..이것은 취향차이 일 수 도 있으니 조금은 조심스럽네요...^^;;;





    대세와 뻔한 이계진입물이라서 접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모든 러브스토리는 신데렐라,로미오와줄리엣등의 변주인것처럼 이야기꾼의 개연성과 글빨로 ^^;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좋은 글을 써주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금까지의 글만 봐도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 보입니다.

    남자 혼자 사는 자취방에 난입하는 마녀.....오 나의 여신님이 연상되긴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많은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하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백랑-
    작성일
    06.01.03 02:54
    No. 5

    아 죄송합니다.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어요.
    1년이라는 시간제한이 있으며, 그 시간이 초과될경우,
    면죄를 받는 마녀는 없습니다.

    게다가 부드럽게 문장을 고쳐주셨네요. 정말 맘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좋은 조언 감사드리구요, 멋진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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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 기타장르 풍류비공을 보고 +1 Lv.38 애랑 06.01.11 1,141 0
2525 기타장르 <추천> 무무진경 6권 +9 복학생 06.01.11 1,981 0
2524 기타장르 묘왕동주 추천에 힘입어 +8 Lv.1 만리비안 06.01.10 1,808 0
2523 기타장르 추천작1-고수를 찾아서 +2 Lv.2 일도(一道) 06.01.10 1,602 0
2522 기타장르 데스 아이 +5 Lv.1 태극필살검 06.01.09 862 0
2521 기타장르 게임 소설 학살자을 재미있게 보고나서 +4 Lv.74 만득이 06.01.08 1,425 0
2520 기타장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13 박성인 06.01.05 1,578 2
2519 기타장르 권왕무적을 읽고...(네타있음!!!) +1 서한 06.01.05 1,091 1
2518 기타장르 하드보일드! 그 첫 머리에 선 레이먼드 챈... +2 박성인 06.01.04 931 1
2517 기타장르 기시감 +2 Lv.1 부엉이곰 06.01.03 1,023 0
2516 기타장르 하드보일드의 향기 속으로 - 레이먼드 챈들러 +3 Lv.1 진성반 06.01.03 963 1
2515 기타장르 새해맞이 강력추천 소설! +1 Lv.2 이별이란 06.01.03 1,933 0
2514 기타장르 12월 최다신간감상자/최고 감상문 발표 +8 Personacon 文pia돌쇠 06.01.02 962 0
» 기타장르 불꽃의 마녀 -아홉마녀의 형벌- 조언 부탁... +5 -백랑- 06.01.02 943 0
2512 기타장르 잭-게임판타지를 싫어하십니까? +4 Lv.89 회색바람 06.01.02 1,280 0
2511 기타장르 스틱스-1,2권의 고비를 넘겨라 +13 Lv.89 회색바람 06.01.01 1,119 1
2510 기타장르 게임 소설을 읽고... +17 九尾狐 05.12.31 1,32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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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 기타장르 내 가족 정령들 2 +11 Lv.1 다섯자압박 05.12.28 2,712 0
2507 기타장르 윤현승 작가님의 더스크 워치6권을 읽으면서 +7 Lv.1 곡신(谷神) 05.12.28 1,6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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