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아야사토 케이시
작품명 : B.A.D. 초콜릿 데이즈 1권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마유즈미 아자카 곁에서 배에 도깨비를 밴 채 괴로운 날들을 보내고있는 오다기리 츠토무. 그의 앞에 나타난 ‘천국’으로의 초대란―『내가 ‘마유 씨’라고 부르는 이유』.
타치바나 아즈사는 알고 싶었다. 무차별 흉악범에게서 구해준 사가 유우스케를. 그가 있는 다른 세계를―『내가 선배를 사랑하게 된 비일상』.
마유즈미 아사토, 14세. ‘마유즈미 아자카’라는 역할에서 내려오게 된 그는 자신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여우가 태어난 날』.
「B. A. D.」가 가득 담긴 비일상적인 초콜릿 데이즈 셀렉션 제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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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4권까지 펼쳐진 여우의 이야기가 끝나고 찾아온 보너스 단편집 '초콜릿 데이즈'!
... 그렇지만 그다지 '보너스'라는 느낌은 없군요.
첫번째 에피소드인 '내가 마유씨라고 부르는 이유'는 오다기리와 마유즈미 아자카가 만난 직후 첫 사건의 이야기이고, 두번째 이야기 '내가 선배를 사랑하게 된 비일상'은 2~3권 사이에 위치하는 유우스케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인 '여우가 태어난 날'은 마유즈미 아사토가 어린 시절 사람을 구원하여 파멸시키는 '여우'가 된 계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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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보너스, 보너스~"란 마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없어요. 일단 앞의 두 개의 경우는 웹 잡지 연재용으로 썼던 이야기라 'B.A.D.'의 기본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타고 있고, 마지막 이야기는 본 편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이야기거든요.
그나마 '보너스' 성격이 가장 강한건 두번째 '내가 선배를 사랑하게 된 비일상'. 기존 등장인물이 아니라 타치바나 아즈사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화자로 기용하여 유우스케와 얽히게 되는 이야기인데, 학교의 7대 불가사의라던가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등의 이야기입니다만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이야기 자체 혹은 화자인 아즈사의 매력 보다는, 아즈사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유우스케의 모습, 혹은 거기에 관련되어버린 아즈사의 입장 자체가 재밌었기에 즐거이 볼 수 있었습니다.
'평범한 아이가 평범하지 않은 사람과 관계된다'는 전개는 상당히 매력적이죠. 그것도 이렇게 순수하게 '누군가를 바라보는' 형태는요.
유우스케는 분명히 망가져 있습니다만, 인간적인 면이 매우 두드러지는 매력적이고도 유쾌한 인물이기에 아즈사와 함께 행복해졌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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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에서 나온 유우스케의 절규도 그렇고, 이번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오다기리가 말하는 것도 그렇고, B.A.D. 내에서 긍정되는 유일하고도 가장 큰 가치는 동물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생존욕구인 듯 합니다. 그 어떤 어려움에도, 고통에도, 저주에도, 미움에도, 증오에도, 무기력에도, 모욕에도 그 모든것을 얻어맞고도 가장 밑바닥에서 오로지 살고 싶다는 그 하나의 기원을 하는 것.
비록 그것이 그 자신을 파멸시키는 결과를 부르게 될지라도, 생각해보면 B.A.D.에서 이 살고 싶다라는 감정 그 자체는 결코 부정된 적이 없으니까요. 오다기리와 유우스케는 물론, 아사토에게 매달렸던 그 수많은 사람들도 이 살고 싶다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을 버리던 순간, 더 없이 큰 비극과 슬픔을 가지고 돌아가 버릴 뿐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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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자체의 주제의식이 가장 잘 들어났던 것이 첫번재 에피소드. 가장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이 두번째 에피소드.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세번째 에피소드인 '여우가 태어난 날'입니다.
마유즈미 아사토라는 인물의 탄생 과정을 그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그것을 마유즈미 아자카의 입으로 '진실'을 까발리며 '여우'가 된 그의 본질을 파해치는 이야기지요.
아사토는 왜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을 거부하지 않는 자"가 되었는지. 왜 그렇게도 "파멸적인 길"을 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의 속물적이면서도 초탈자적인 양면성은 어떻게 생성된 것인지...
저 개인적으로 악당 역할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속한 캐릭터에 각별한 애착을 가지는 편이기에, 이런 '악당'의 본질을 깊게 깊게 파해치는 이야기는 상당히 취향입니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거짓말일 수 밖에 없었던 배역을 떠맡겨져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자라났고, 그것이 깨어졌기에 모든 것을 일시에 잃어버리고, 스스로의 욕망마저 스스로 인정할 수 없게 되어버린 자. 그렇기에 자신의 모든것을 남의 것으로 채워간 자.
그리고 최후의 최후에서 바란 것이 오로지 순수하게 자기 자신으로 말미암은 파멸이었던 자... 스스로 택한 악행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갔고, 동정을 굴욕으로 여기며 내치고 지옥으로 사라지는 그 모습은 어찌보면 연민스럽기도 했습니다.
뭐, 아자카님은 "떠올려보게, 오다기리. 그 놈은 너에게 무슨 짓을 했지?"라고 하겠지만.
캐릭터의 내면적으로도, 최후의 퇴장이 주는 여운으로써도 상당히 인상깊은 '악역'이었습니다. 이계로 빨려들어가 생사가 약간 애매해 졌는데, 개인적으로는 또 등장해줘도 좋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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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올라온 원서 목록을 보니 초콜릿 데이즈 2권에는 시라유키가 등장하나 보군요. 좀 러브코미디스러운 진짜 '보너스 단편'도 좋을 것 같은데... 사악한 아자카의 손에서 낭군님을 탈환하라! 같은거요.
뭐 그 전에 본편 5권이겠죠.
다른 말 할 것 없고, B.A.D. 시리즈는 표지 디자인 하나는 진짜 끝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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