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읽다가 '뭐야, 무슨 판타지에 용도 없고 엘프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재미없는 소설이 있어.' '거기다 문체는 왜 이렇게 어려운거야..'(당시 중학생3정도)
그러다 학교도서관에 불멸의 기사가 꽂혀 있는걸 보고 1권만 빌려서 읽기 시작한게 결국 그날로 다 읽어버렸내요.
줄거리는 영지의 후계자인 이복형이 도망쳤기 때문에 사생아정도..되는 주인공이 가면을 쓰고 형의 행세를 하면서 가문의 주인이 됩니다.오직 가문의 명예만을 위해 아무리 추잡하고 더러운 일이라도 기사도에 반하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도 모든 것을 가문의 명예 하나만을 위해 감수합니다. 사실 그런 주인공은 원래 음유시인이 되고자했던 감성적인 소년이었지만 가문의 명예를 위해 가면을 쓰고 흡혈귀와 같은 악마스러운 행위를 하면서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키워나가는 내용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수 많은 주,조연들이 등장합니다. 각기 다른 태생과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 하나의 딜레마를 갖습니다. 주인공이나 성도의 왕녀나 주인공에 집착하는 여자나, 버트, 그리고 적대국의 영주와 서로 사랑하지만 결코 표출할 수 없는 계모 등등 모두 같은 인물들입니다.
즉 실제 하고싶은 어떠한 숨겨진 욕망과 사회와 환경이라는 벽에 부딪혀서 '가면'을 쓰고 지내야하는 것 사이에서 내적갈등이 일어납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내 잠재욕망을 잠재우고 아푸게 지내면 안정적인 삶을 보낼순 있고 반대로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죠. 그렇지만 두가지 선택 모두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생각의 여지는 있겠지만 말이죠..)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고 가는 일이겠지만 소설의 주인공에서는 각각의 주인공들에게 어떠한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을 겪게함으로써 더욱 더 그러한 모습을 부각시킵니다.
결국 작가는 주인공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줍니다.
중요한건 과거의 트라우마에 의한 내적갈등이 아니고 지금 현재 자신이 앞으로 한걸음 더 내딛고 그 한걸음이 즐거울 수 있다면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 뭐 이런식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불멸의 기사를 읽으며 비슷한 느낌을 받은게 오쿠다 히데오의 상황설정과 그에대한 내밀한 심리묘사와 같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풍자적 성격 역시 비슷하고 물론 오쿠다히데오쪽이 훨씬 해학적인 면이 크지만 말이죠.
생각지도 않게 글이 길어지긴 했지만 정말 양판소에 지쳐가는 저에게는 단물과 같은 한자한자와 중세시대의 세밀한 묘사에 그림이 연상되는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느끼는건 지금의 판타지소설이라고 정의되는 그 형식, 내용, 특성이 정형화되지 않았던 90년대후반 즈음,, 드문드문 쏟아져 나온 소설들 중 명작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불멸의 기사, 하얀 로냐프강, 옥스칼니스의 아이들 등등....
p.s 요즘 빠진 게임인 블레이드&마운트, 토탈워 시리즈와도 비슷한 배경이어서 더욱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첫장면에서 렌스돌격으로 농노를 짓밟는 기사의 마음을 알았달까나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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