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다카노 가즈아키
작품명 : 그레이브 디거
출판사 : 황금가지
도심속에서 철인 삼종경기를 하는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흔히 등장하는 잡범으로 고딩들 사기쳐서 먹고사는 쪼잔한 사기꾼입니다. 생긴 것도 험악해서 완전 악당 인상이지요. 하지만 진짜 나쁜놈은 오히려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기에 고뇌의 흔적이 없어 평범하다- 악당같은 얼굴을 한 얘들은 오히려 양심이 있는 놈들-이라는 작중 대사처럼 주인공은 가혹한 가정환경과 주변의 편견으로 나쁜길에 들어섰지만 근본은 착한 사람입니다.
주인공은 이제 착하게 살자고 마음먹고 백혈병자에게 골수 기증을 하는 도너 등록을 합니다. 그리고 죽어가던 소녀를 살림으로써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 새 삶의 계기로 삼고자 하죠.
그리고 며칠 후 골수 이식이 예정으로 잡히고, 미리 입원을 해야했기에 주인공은 친구에게 입원할때 동안 쓸 돈 좀 빌리고자 찾아갑니다. 하지만 열려있던 친구의 집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끔찍하게 사지가 묶여 산채로 욕조에서 끓여져 죽은 친구의 사체- 게다가 자신을 쫓아오는 정체모를 사내들이었으니...
주인공은 살인범의 누명, 그리고 자신을 쫓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서 도망치면서, 반드시 하룻밤 안에 병원까지 도착해야 하는 미션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 와중에 수영, 자전거, 달리기, 달리는 트럭위로 번지점프, 모노레일 위에서 평행봉타기 등등의 추적신을 펼칩니다.
근데 웃긴게 이 모든 고생이 돈이 없어서 택시를 못탔기 때문이라는게 참.....;
또한 이야기는 중세 마녀사냥의 전설인 그레이브 디거의 설화를 연상시키는 기묘한 연쇄살인이 도쿄를 뒤집고 이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이 얽혀들면서 과연 연쇄살인범의 목적은 무엇이며 주인공을 쫓는 사내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미스테리를 전개해 나갑니다...
작가의 전작인 13계단을 무척 재밌게 읽었기에 많은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습니다만, 사실 기대에 약간 못미치는 작품이었습니다. 책을 다 덮고나자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쓰고자 했는지 너무 뻔하게 들여다보이고 캐릭터들의 동기나 무리하게 연결된 마녀사냥 설화 같은 것들이 개연성을 떨어뜨리더군요..
작가는 집중 현장답사를 해서 쓴 도심속의 리얼한 추적씬, 중세설화를 연상시키는 연쇄살인의 미스터리, 골수 이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과연 생명의 무게는 동일한가라는 사회적 주제를 혼합해서 액션과 추리를 섞은 멋진 작품을 쓰고자 한거 같습니다만..
제가 평가하자면 그럭저럭 범작은 되지만 수작이 되기에는 2프로 부족한 결과물이 나온거 같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타인에게 적극 추천하기에는 모자란달까요? 무엇보다 작품의 핵심인 도심 추격씬이 그렇게 박진감이 넘치지 않았습니다. 사실 도쿄에 가본적 없는 한국 독자가 보기에 리얼한 도쿄 시가지에 대한 묘사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액션이 더 추가됐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달까요? 그레이브 디거라는 설정도 그냥 없는게 더 좋을꺼 같은 느낌도 들구요...
뭐 어쨌든 그럭저럭 읽을만한 소설인 것 같기는 합니다. 추리 소설보다 액션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께 추천드려요 ㅎ. 근데 생각해보니 서울을 배경으로 이런 소설을 썼으면 감탄했을거 같긴 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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