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맥스 브룩스
작품명 : 세계대전Z
출판사 : 황금가지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아무도 모르죠. 서울, 포항 ,대구에 이미 질병이 발발한 상태였죠. 북한이 남한 최악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미 쳐들어오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들로서는 좀비 출현이 '호재'였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죠. 북한은 오히려 판문점을 걸어 잠그고 소통까지 단절했죠. 어쩌면 핵탄두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둔 땅굴 속으로 숨어든 2300만 북한 시민들이 이제는 좀비가 되어 어둠 속에서 으르렁거리면서 풀려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황금가지 출판에 밀리언 셀러 클럽에 들어있다는 이유로 구입한 세계대전 Z(좀비)를 다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도 조금 들어있군요. 윗 부분이 그 내용 중 일부입니다.
여러 매체에서 다뤄서 좀 익숙해진 좀비이고 여러가지로 어레인지 되서 뛰어다니거나 말하거나 마법(!)을 쓰거나 하는 좀비가 넘쳐 나고 있는 요즈음 입니다만, 여기 좀비는 뇌만 안 맞으면 죽지 않는 대신에 걸어다니고 힘만 좀 쌘 좀비입니다. 오리지널에 가깝군요. 그리고 물리면 감염됩니다. 이게 없으면 좀비가 아니죠. 아, 잘 안 썩는 다는 것도 특징 중에 하난데...
사실 한국에 좀비가 생겨봐야 국민 남자의 90%가 총을 다룰 줄 알고 군대 생활을 해본 나라라 그리 피해가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육군 보병 전력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니까요. 음..하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편인 나라라는 것과 그 인구밀도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서 한번 터지면 겉잡을 수 없게 번질 지도 모른다는 점은 좀 걸리네요.
어쨌거나... 세계대전 Z의 좀비는 공포와 혼란을 무기로 전 세계 인구10억을 남기고 다 잡아먹는군요;;;;; 진짜로 좀비 사태가 일어 나면 이거보다 양호할 거 같긴 하지만 사실적으로 묘사해놓은 좀비의 무서움(혹은 인간의 무서움?)을 보다보면 아예 인류전멸 테크를 탈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이건데, 단편을 여~러개 합쳐 놓은듯한 이야기 구성으로 좀비대전의 시작과 과정, 결말을 이야기 해줍니다. 이렇게 여러 인물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비춰 준 덕분에 사실감과 현장감이 잘 살아있죠. 등장인물 중에는 좀비를 이용해 사기를 치면서 돈을 벌고 남극에 숨어 사는 인간도 나오고, 자신을 희생해 시민들을 구하는 영웅도 나옵니다.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생존자들도 나오죠. 이렇게 개인의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물질적, 정신적으로 좀비들이 입힌 피해를 생생하게 보여 줍니다.
좀비라는 소재를 넣고 있지만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인간이라는 소재인가 봅니다. 극한 상황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글을 읽고 있으면, 한번쯤은 진짜로 이렇게 추악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몸을 버리면서 이렇게 헌신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게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글입니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소재를 제쳐 놓더라도 사실적으로 표현된 좀비대전의 이야기는 재밌습니다. 좀비대전의 시작 때, 그 사실을 감추느라 엄청나게 늘어 난 피해. 그 혼란을 넘어 좀비사태가 대중에게 알려지고 찾아 오는 대공포. 대공포를 지나 좀비에게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는 반격.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세에서 벗어나 좀비를 공격하기 시작하는 소탕까지...책을 읽다보면 진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현장감을 줍니다. 재밌죠.
사실 이런 이야기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전 대서사시보다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전쟁사를 보여주는 이런 이야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 책은 꽤 재밌게 읽히더군요. 아마 이쪽이 취향이신 분은 저보다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으실 거라고 봅니다. 분량도 500페이지가 넘게 준비되어 있으니 한번 사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다만 주의할 점이 있는데... 미국인이 쓴 글이라 미국의 관료주의를 까고 여러 곳을 깝니다. 깐다고 한 말을 보면 아시겠지만 블랙 코미디 적 성향이 꽤 짙습니다. 까는 부분이 꽤 많다는 말이죠. 그리고 이 소설은 중국에서 시작된 좀비를 미국에서 끝내는 결말로 되어있습니다. 미국에서 끝낸다고 하면 좀 어폐가 있긴 한데..어쨌든 미국이 좀 부각되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각 국가에 대해 그리고 있는 면을 보면 좀 실소가 나올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썼다고 생각하곤 있습니다만.. 거부감이 드실 분도 있을 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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