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이코플래닛>에 대한 감상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작가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완결된 지 두세 달이 지난 저의 졸저에 대해 늦게나마 감상문이 올라온다는 건 작가로서 무척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이코플래닛>을 마치면서 느낀 소회에 대해서는 <제이코플래닛> 게시판이 사라져 <마라> 게시판에 올려놓았습니다. 제이코플래닛을 완결까지 보신 분들은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굳이 독자들의 영역에 개입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감상란에 제 글에 대해 개입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감을 놓든 배를 놓든 온전히 독자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몇몇 오해는 푸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쓸데없이 글을 남깁니다.
-조기종결인가?
저는 조기종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3권을 출판하기 전 제이코플래닛 게시판에서 이미 밝히기도 했습니다만, 1,2권 반응이 좋지 않아 출판사에서 5권 완결을 제시했고, 저는 구상한 내용을 5권으로 도저히 마무리할 자신이 없어서 7권을 주장했습니다. 출판사 측에서 출혈을 감수하면서 7권까지 출판을 해준 것이고, 저 역시 3권을 쓸 때부터 7권 완결을 감안하고 글을 썼습니다. 6권까지 정상적으로 달리다가 7권에서 급작스럽게 마무리한 것이 아닙니다.
내용상,
1~3권이 1부
4권이 2부
5~7권이 3부
이렇게 제이코플래닛이란 인물의 삶과 제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자세한 내용은 소회에 밝혔습니다)
-7권 전개가 급작스러운가?
독자가 그렇게 느낀다면 감상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니 개입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작가는 생각이 다르구나 정도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제이코플래닛을 구상할 때부터 결말은 정해놓았고 그 결말을 향해 작가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나아갔다고 생각합니다.
결말(대다수의 독자들이 즐거워하지 않을 결말) 자체가 불만족스럽다고 하여 7권 전체가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독자의 처지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구상한 줄거리에서 전체 7권으로 압축해야 했기에 전체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코플래닛의 미래에 대한 부분을 생략한 것이 일부 독자들이 조기종결로 판단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보는데, 그 부분을 구체화하면서 7권으로 마무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책 제목이기도 한 제이 코플래닛이라는 인물의 삶과 그를 통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도 소회에 자세히 밝혔습니다.)
즐거운 글은 아니었으리라 봅니다. 유쾌 상쾌한 글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재미가 없다, 산으로 간다, 양판소다, 개똥철학이다, 투명 드래곤이 떠오른다, 별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만, 책을 읽은 독자의 감상이기에 그 모두 반박하지 않습니다. 독자의 감상은 독자의 감상이니까요.
그런데 ‘읽지도 않았으면서’ 지뢰작이라고 하는 건, 많이는 아니지만 아주 조금, 거시기 하네요.
저는 제 글이 최고라고, 명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 부끄럽다고 느끼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반면에, 쓸 수 있는 깜냥에서는 잘 썼다고 생각하는 낯 두꺼움도 지녔습니다.
굳이 쓸데없이 첨언하자면, 최근 들어 제이코플래닛 감상글이 자주 올라옴에도 불구하고 제가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에서 제이코플래닛은 단 한 권도 새로 판매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모 포털 사이트에 ‘제이코플래닛’ 연관 검색어로 ‘제이코플래닛 다운’이 새로 떴더군요.
제이코플래닛이 아쉬움을 남긴 데 대해 모든 책임을 불법다운로드 때문이라고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제이코플래닛 판매량보다 불법다운로드 수가 훨씬 많다는 이유가 작품의 아쉬움을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이러한 세태를 고민할 뿐이지요.
다만, 여러분이 좋아하는, 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뛰어난 어떤 작가가 더는 글을 쓸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글은 사서, 그렇지 않은 글은 빌려서 혹은 도서관에 신청하여 보신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독자의 생각과 작가의 생각이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감상란은 온전히 독자들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감상에 대해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 선에서 몇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더 알고 싶으시다면 ‘소회’를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더, 나이 어린 독자는 별로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쾌하고 즐거운 소설을 바라신다면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제이코플래닛 읽을 시간에 다른 좋은 책을 보시길 권합니다.
그동안 졸저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드리는 것으로 잡문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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