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작품명 : 일곱번째 기사
출판사 :
밑에 감상문도 아니고, 질문도 아닌 어정쩡한 글을 써 놓았는데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몇 분들의 어드바이스를 바탕으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만, 이 작품에 대한 제 감상은 변하지가 않는군요. 웃기지 않은 농담을 써 놓고 그 주위사람들은 배꼽이 빠진다고 웃는데, 정작 독자는 쓴웃음만 져야하는 것과 비슷하군요.
이 작품은 분명 먼치킨입니다. 하지만 먼치킨의 장점인 통쾌함이 없는 먼치킨입니다. 싸움 잘하는 능력만 먼치킨이 아니죠.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주위사람들의 반응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먼치킨입니다.
1. 자기가 지은 시도 아니고 19세기 영미시를 읇기만 하면 12~15세기 영국사람들과 비슷하다는 그 세계 사람들이 "오오~"하면서 천재시인 낫다고 난리를 칩니다. 고려시대에 가서 우리나라 근대시를 들려준다고 그런 반응이 나올까요?
2. 그 쪽 세계는 종교가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종교가 지배하는 세상은 종교에 대해 엄청난 연구를 합니다. 지금의 과학적 사고 방식으로는 우스운 "천사의 성별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중세 신학자들은 일생을 바쳤습니다. 다시 말해 그 시대로 누군가 가서 종교론을 설파한다고 해서 "와, 네 말이 맞다"라고 절대 못한다는 겁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종교 전문가도 아닌 그저 얇고 넓은 지식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삼류 판타지 작가입니다. 그런 사람이 중세와 비슷한 세계로 가서 자기 나름대로의 종교론을 설파합니다. 여기에 그 쪽의 종교 지도자 중 엄청 유명한 사람이 설득을 당합니다. 사실 종교에 대한 토론이 작품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렇다고 그 토론이 무슨 심오한 종교적, 철학적 토론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주인공의 먼치킨적 요소를 강조하는 소품에 불고하다는 것이죠.
3. 세익스피어를 모델로 한 캐릭터가 주인공의 제자가 되고 주인공은 대충 로미오 줄리엣 줄거리를 얘기해 주면 이 제자는 이걸 드라마로 만듭니다. 그래서 그쪽 세계 최초로 연극을 공연합니다. '시'가 엄청나게 발전해서 '시인'이 최고의 인기인으로 떠오르면서도 '연극'은 없는 세계입니다. 이걸 하니까 또 그쪽 세계 사람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크라우슈 폰 진"은 쓰신 작가분의 '영웅'이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이 현대에서 명나라로 너머가 황태자를 즐겁게하는 '광대'가 됩니다. 그래서 황태자, 공주 등에게 '이야기'를 해줍니다. '천일야화' 같이. 여기서 주인공은 자기가 서역의 노예상인들에게 납치되었다가 온 사람이라고 했기 때문에 서역의 설화를 들려주는 데요. 이게 이솝우화나 백설공주, 심지어 심청전 이런 겁니다. 물론 황태자나 공주들도 좋아라 하는데요, 여기서 일곱번째 기사와 다른 점은, 읽는 사람들도 뭐, 이 정도의 반응은 말이 되는 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는 겁니다.
다시 언급하지만, 소설 속 캐릭터가 농담을 하고 주위 사람들은 깔깔대고 웃는데 읽는 사람은 웃기지 않는 느낌. 이것으로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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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분명히 이 작품은 수없이 쏟아지는 작품들 중 작가가 <생각하면서> 쓴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뭐라고 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겠죠. 저 밑에 댓글에 달아놓을까 하다가 여기에 덧 붙입니다.
제가 위의 글에 몇 가지 좀 말이 안된다 싶은 것을 적어놓긴 했는데, 기본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 소설은 '판타지의 개연성'을 잘못 짚고 있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타임라인>처럼 13세기 프랑스의 어느 지역으로 시간역행을 해서 간다면 소위 중세의 역사라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이계진입물은 새로이 창조된 세계입니다. 따라서 작가분께서 일부러 지적하신 중세의 세계는 이러이러하다라는 것(판타지 작가인 주인공을 통해)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죠.
2. 그러면 작가가 창조한 세계에서 작가가 부여한 전제에 입각해서 얼마나 말이 되게 풀어나가냐 하는 것이 판타지의 개연성이라 하겠습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아무런 능력의 변화없이 판타지 세계에 떨어집니다. 삼류 판타지 작가, 그것도 동원예비군 퇴소하면서 일부러 담배를 챙길정도의 골초였던 사람이 아무런 능력변화 없이, 판타지 세계에서 1) 기사(그것도 꽤 수준 높은) 2) 최고의 시인 3)최고의 정치가 4) 연극연출가가 됩니다.
지구에서 살 때와 판타지 세계에서 살 때, 겉모습도 달라지지 않고, 능력도 똑 같은데, 정말 '아무 이유없이' 저쪽 세계에서는 바이런+메테르니히+나폴레옹+세익스피어(지구로 치자면 인류최고의 위인)이 됩니다. 이것이 어떻게 말이 되는 지...
3.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최소한 어떠한 능력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또 하나는 저쪽 세계에서 만약에 라이터나 총, 뭐 이러한 기술적인 물품으로 환심과 존경을 살 수는 있겠죠. 분명히 활 보다는 총이 발전된 것이고, 부싯돌 보다는 라이터가 발전된 것이니까요. 하지만 19세기 시가 15세기 시보다 '발전'된 것일까요? 설령 발전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걸 그 사람들이 단박에 알까요?
4. 결론은 '개연성'을 표방한 소설이 전혀 개연성이 없는 소설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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