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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영웅의 도시

작성자
Lv.1 사영반
작성
08.02.19 04:30
조회
2,876

작가명 : 이원호

작품명 : 영웅의 도시

출판사 : 한뜻

출판년도; 1996년

전 10 권

우선 1권과 2권을 읽고 난 감상입니다.

- 현대판 먼치킨의 모범답안

작가 이원호는 소위 '이원호류'라는 장르를 창조한 작가라 할 수 있다. 그의 처녀작 '황제의 꿈'이 80년대 말에 나왔을 때 당시 한국 독서시장에서 기업소설이라고 하면 거의 전부 일본소설이었다. 작가자신이 무역회사에서 근무했고, 직접 무역회사를 차려서 운영한 적도 있었고, 이 회사가 부도가 나서 도피생활도 했었다고 한다. 사실 '황제의 꿈'은 작가가 도피생활 중에 피를 말리며 쓴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이 당시에는 기적이랄 수 있는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작가 자신으로서는 회사 부도로 인한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 독서계에는 90년대 '이원호류' 소설들의 황금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원호 류란 현대판 판타지이다. 대부분 이것이 조폭 판타지로 표현되나, 이원호의 경우 주인공은 항상 '기업인'이다. 더 특화한다면 '상사맨'이다. 싸움에 능한 상사맨.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말하고, 책상물림 보다는 발로 뛰는 사람, 그러면서도 기업의 역학구도를 면밀하게 파악하여 교활하고 주도면밀하게 사람들을 주물러 가는 사람이다.

- 무공 고수, 그러나 생활인

이원호의 주인공들은 싸움을 잘한다.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하늘을 날거나, 김홍신의 '인간시장'에서의 '종찬'처럼 내공을 쓰지는 않지만, 건달 몇 놈 정도는 찜쪄먹는 실력이다. 하지만 무협지나 '인간시장'과는 다르다. 무협지의 주인공은 무공만 높으면 된다. 무공만 높으면 천하제일 세력도 생기고 천하제일 부도 생긴다. '인간시장'의 주인공 '총찬'은 무공고수이지만 말그대로 사회에 불만만 많은 건달이다. 이것 저것 사건해결은 하지만 그다지 생산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이원호의 주인공은 항상 돈을 번다. 그것도 대부분이 무역회사 사원이다. 따라서 배경은 회사라는 조직이 된다.

회사를 다녀보지 않은 사람이 회사를 배경으로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독자의 많은 수를 차지하는 회사원들의 공감을 얻기는 지난한 일이다. 변호사가 변호사 드라마를 보기 힘들고 의사가 의학드라마를 보기 힘들듯이, 회사원이 회사 이야기를 보기는 힘들다. 리얼리티를 창조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원호의 상사맨으로서의 경험은 녹녹치 않다. 그 녹녹치 않은 경험이 그의 소설에는 곳곳에 녹아있다. 이러한 것들을 음미하는 것도 이원호 책을 읽는 독자의 기쁨 중의 하나이다.

- 시베리아 50년 조차해서 조선족의 땅으로

영웅의 도시는 '근대'라는 기업이 러시아로부터 한반도 2배에 해당하는 시베리아의 땅을 임차하여 이를 개발하는 데서 벌어지는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암투를 뼈대로 하고있다. 작가는 자신의 의도를 그다지 숨기지도 않는다. 현대는 '근대'로 삼성은 '오성'으로 둔갑하지만, 근대의 회장은 고 정회장을 그대로 빼닮았고, 오성은 일반에게 알려진 삼성의 이미지와 그대로이다.

주인공은 무술고단자에 해병대무술교관 출신, 그리고 '근대'의 신입사원. 시베리아는 구 소련 붕괴로 야기된 혼란으로, 탈영병들로 이루어진 중무장한 '산적'들과, 러시아 마피아, 그리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군부에 의해 장악되어있다. 사실 현대에서 먼치킨 소설 쓰는데, 이만큼 좋은 지역도 없다는 생각이다. 총격전이나 산적의 급습, 뻔뻔하게 돈을 요구하는 군인, 개발지에 나오는 석유의 10%를 요구하는 마피아 등은 사실 '시베리아'라는 특수성 때문에 개연성을 갖게된다.

시베리아에 자위권을 가진 조선족 300만, 러시아인 300만의 지역을 '근대'가 통치하게 된다면 앞뒤로 적을 맞게 되는 북한은 당연히 이를 방해한다. 여기에 일본 내각조사실, 한국 안기부, 중국 등도 암투를 벌이게 된다.

- 어색한 여자 캐릭터들

이원호 작품에서 가장 어색한 것은 작품에 나오는 여자들이다. 뭔가 작가의 사적 경험이 엄청나게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자들은 현실적이고 천박하며 변덕이 심하고 색을 밝히며 등등... 어떤이에게는 현실적 묘사이고, 어떤이에게는 너무 허구적 묘사이겠지만, 문제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여자들은 다 똑같다.

아직 2권까지 밖에 안 읽었기 때문에 아직 뭐라 할 수 없지만, 벌써 나온 몇 명은 이원호 여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처음 읽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재미를 줄 수 있으나 이원호 작품을 읽었던 독자에게는 꽤나 식상한 캐릭터들이다.


Comment ' 3

  • 작성자
    Lv.1 사영반
    작성일
    08.02.19 05:14
    No. 1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1996년에 나왔는데, 이 작품에 나온 정부가 '참여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빼닮았다는 것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화해무드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북한의 눈치를 보는 정부는 '근대'의 시베리아 임차계약을 모든 수단을 써서 방해합니다. 이것도 이작품 초반의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허벌란
    작성일
    08.02.19 11:31
    No. 2

    이원호씨 소설,한때 즐겹게 봣죠..밤의 대통령,황제의 꿈 등등..근데 이 사람은 장편은 진짜 재미가 있는데,단편은 뭐랄까 크게 땡기지 않던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고스톱황제
    작성일
    08.02.19 15:41
    No. 3

    황금의땅인가? 그게 이원호님 작품중 제일 마음에 드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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