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탈로 칼비노
작품명 : 보이지 않는 도시들
출판사 : 민음사(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출판해 주다니 정말로 고마워ㅠㅠ)
기호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도시, 보이지 않는 도시들.
눈물 나게 고맙다는 말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나에게 있어 그토록 기다려오던 작품 중에 하나였다. 절판이 되어서 대기의 옅은 습기처럼 허공에 떠돌던, 혹은 상상만 하던 이야기를 직접 읽게 되다니……. 하지만, 동시에 골치 아프다. 이것의 감상을 쓰려고 하니 조금은 짜증나지 않을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과 다른 문학들과 비교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마르코 폴로가 쿠빌라이 칸에게 자신이 여행한 도시의 형태를 설명하는 얘기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책 속에 한 부분을 떼어서 상대에게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은 하나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며, 이것의 전체를 알기 위해서는 직접 읽어 보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이다. 하지만 그 전체를 꼭 알 필요는 없다.
각 도시는 뚜렷한 원색으로 칠해진 독단적인 형태로 이루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범주 안에 머물거나 그 범주 이상을 관통한다. 그야말로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도시다.
마르코 폴로가 묘사하는 각기다른 환상의 도시는 각기의 유동적인 형태의 상징이며 그 상징은 존재하는 것과 존재치 않는 것, 숨겨진 것과 숨겨지지 않는 것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시간과 공간과는 상관없는 초월적인 형태의 도시를 존재케 하는 것은 선과 악과 죽음과 삶과 기억과 욕망, 추억 그리고 물질적인 형태의 상징들이며, 각각 하나의 도시는 하나의 상징이 녹아서 부분을 이루고, 그 퍼즐의 조각이 전체의 거대한 그림을 이루고 있으며, 퍼즐을 모두 맞춘 후 보여 지는 거대한 그림에는 수많은 형태의 문과 탈출구가 그려져 있어, 읽는 독자에게 각기 다른 형태의 결론에 도달하게 해 준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지 않아도, 그리고 고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아니 모두 읽든지 아니면 하나의 각기 다른 부분들을 읽어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해도 상관이 없다. 이것은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는 소설이지만, 각기 다른 도시가 유기적인 형태의 아메바이며 결과와도 같다. 굳이 수많은 문들을 모두 들쑤시며 얼어보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전체 9부로 이루어진 것들을 되도록이면 하루에 한 부씩 읽어 나가며 생각했다. 칼비노가 원했던 것은 한 번에 전부를 집어 삼키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한쪽씩 야금야금 씹어 넘기길 원했던 것이라 판단했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라도 나에게 있어 너무도 반가운 소설이기에 혹시라도 문장을 바닥에 흘릴까봐 아까워하며 읽었다. 보이지 않는 도시는 그런 소설이다.
도시의 형태가 의미하는 상징에 대해서, 그리고 그 의미와 각기 다른 도시와의 조합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그 것을 넘어서는 것을 생각하던지, 아니면 불필요한 부분과 그 부분의 이음새를 삭제하던지 그것은 독자의 마음이다. 나 역시 각기 다른 목소리로 떠들고 있는 도시의 집합들을 모조리 이해할 생각은 애초에 가지지 않았다. 책에서도 얘기 했듯이 상징들을 모두 이해했을 때는 상징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징의 단 한부분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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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그의 다른 작품인 제로사냥꾼에 들어있던 단편들과 함께 조금 난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엔 그의 가장 초기작인 거미집속의 오솔길 아니면,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중 첫 번째인 반쪽자리 자작에 대한감상을 써야겠습니다. 어째서 인지 칼비노에 대한 감상은 무척이나 짧네요. 한 10페이지 정도는 쓰고 싶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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