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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을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13.04.21 21:51
조회
2,574

괭이부리말 아이들.jpg

제목 : 괭이부리말 아이들, 2000

지음 : 김중미

그림 : 송진헌

펴냄 : 창비

작성 : 2013.04.21.

 

 

“아이들한테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한테 아이들이 필요해.”

-작품 속에서-

 

 

  공공도서관의 ‘어린이 실’에서 처음 알게 되어, 초등학교의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면서도 그 제목을 들어왔던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기보다, 책을 만지는 일이 대부분인 직업’ 특성상 무기한 보류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이렇게 일을 쉬고 있던 중에서야 겨우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음에도 여전히 울 일이 많다는 저자의 인사는 살짝,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빈민 지역인 ‘괭이부리말’을 무대로 시작의 장이 펼쳐집니다. 그리고는 이름의 역사를 잃어버린 그곳에서의 삶과 함께 주인공이 될 사람들을 소개하는데요. 바로, 집나간 엄마를 대신해서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던 쌍둥이 자매인 숙자와 숙희, 사춘기의 풍파를 본드와 함께하는 동수와 그런 형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동준, 어머니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빛을 발견하는 유도 아저씨 영호, 그리고 괭이부리말에서의 삶을 비밀로 간직한 김명희 선생님, 아. 모든 것이 서툴러 보이지만 요리 하나만큼은 자신 있는 명환이를 깜빡 할 뻔 했군요. 아무튼, 이들의 삶이 하나 둘씩 이어지게 됨에, 얼어붙었던 괭이부리말에도 봄이 찾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처음 이 작품을 만나면서 든 생각은 ‘이거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까?’였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 ‘초등학생’이긴 했지만, 시대와 배경설정에 있어서는 어둡고 무거웠는데요. 마을의 역사를 요약하는 부분에서 6․25전쟁을 시작으로 시간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IMF가 언급되면서, 학창시절 한국현대중단편 소설을 처음 만났을 당시의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체감하지 못한 고달팠던 역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어린 친구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해지는군요.

 

 

  인천이라는 지명이 언급되면서 ‘괭이부리말’이 실재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조사해보니 ‘인천 동구 만석동’에 있는 마을이라고 하는데요. ‘병뚜껑 수집’과 관련해 ‘뽀야’라는 카페를 방문한다고 몇 번 찾은 적은 있었지만, 다음에는 작품의 향기를 맡아보기 위해서라도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비록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옛 모습이 사라졌을 지라도, 감동적으로 만나본 작품에 대해서는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을 찾아가고픈 로망이 있어서 말입니다! 크핫핫핫핫핫핫!!

 

 

  진정하고, 처음에는 ‘괭이’라고 하자 ‘고양이’를 떠올렸습니다. 사전에도 ‘고양이의 준말’이라고 나와 있듯. 어린 시절부터 사투리마냥 어른들이 그렇게 발음하신 것이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는 ‘괭이갈매기’가 떠올랐는데요. ‘갈매기 부리’를 닮은 마을의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는 ‘땅보다 갯벌이 더 많은 바닷가에 ‘고양이 섬’이이라는 작은 섬이 있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는, 호랑이 꼬리를 연상케 하는 모양에 ‘호미곶’이라 불리는 곳과 비슷한 이유로 만들어진 지명이 아닐까 했는데요. 으흠. 작품 속에서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으니,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지니신 분께 도움의 손길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상상이라는 것이 워낙에 자유분방 한 것인지라, ‘흙을 파고 고르는 데 쓰는 연장’까지 떠올렸다고만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 작품에 집중을 해보겠습니다. 우선 즉흥 감상에 대해 적어볼까 하는데요. 오랜만의 해후에도 불구하고 삐걱거리기 시작한 유도 아저씨 영호와 김명희 선생님의 만남. 그 이후 둘의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에서 나오는 대사를 옮겨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을 2년간의, ‘선생님’으로서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었는데요. ‘학생이면 학생답게 굴어라.’라는 말을 그렇게 듣기 싫어했음에도, 정작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 같은 말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으면서 ‘내가 존재하기에 네가 있는 것이 아닌, 네가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음에도, 정작 행동에 옮기지 못한 저 자신이 다 부끄러워졌는데요. 어떻게 보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처럼 들릴 수 있을 상황에, 사실상 돌고 도는 것이 우리네의 인생이듯. ‘나와 너’를 넘어선, 서로 돕고 살아가는 ‘우리’에 대해 작가는 말하고 있었지 않나 합니다.

 

 

  이 작품은 ‘창비아동문고 소년소설’로 표시되어있으니 ‘고학년이 읽는 동화책’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읽는 책보다 글씨가 살짝 컷으며, 간혹 지면을 가득 차지하는 삽화 또한 차분하고 덤덤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는데요. 저는 두 권으로 구성된 구판으로 읽었지만, 한 권으로 묶인 재판본일지라도 표시된 것으로 280쪽이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분량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내용상 어린 친구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 ‘어른이 보는 동화’로도 분류해 같이 읽어보시는 것은 어떨까 하는데요. 2012년 3월에 영화화 관련으로 제직비 지원 등의 논의가 오갔다는 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조만간 스크린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아아. 교육학적 측면에 대해서는, 글쎄요. 제가 전공자가 아니라서 뭐라고 확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이 작품에도 ‘선생님’이 등장하며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심경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요.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는 현재가 중요하며, 그런 현재가 있기 위해서는 과거를 인정해야한다는 점을 멋지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선생’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볼까 하는데요. 일반적으로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라 하지만, 단어 그 자체의 의미를 보면 먼저 선先 날 생生으로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가 평등하다 말하면서도 꼭 나이로 우열을 가리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진정한 교사로 각성하기 위해서는 우습지도 않는 서열을 논하며 가르침을 일삼는 자세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서로가 배울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작품에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건 저의 생각일 뿐,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또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그럼, 도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兎の眼, 1974’의 감상문으로 이어보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예고하자면, 이번 감상문에서 말하지 않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의 교육’에 대해, 생각의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TEXT No.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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